어제 퇴근할때 캐비넷에 지갑을 두고 나왔어요. 버스정류장에 와서야 지갑을 두고온 걸 알았죠.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덥고 멀어서 호주머니에 잔돈으로 1500원 있길래 그걸로 해결 했어요.
아침에 집에서 나올려고 하는데 아차...어제 지갑을 두고온 걸 그제서야 깨달았네요. 호주머니에
200원이 남아 있고 컴퓨터 책상에는 50원짜리로 400원이 있었는데 그래도 700원이 모잘라요.
온 집안을 뒤졌어요. 집에 사람이 없어서 돈을 꿀 방법도 없고...아무리 뒤져봐도 돈이 안나오네요.
그러다가...응? 벽장밑을 보니까 높이를 맞출려고 껴놓은 동전이 보이네요. ㅋㅋㅋ...........ㅋ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에 초인적인 힘으로 벽장을 들고 동전 1개(100원)를 꺼냈어요.
그래도 600원이 모자라네요. 그냥 차를 끌고 갈까도 생각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차에 기름도 없는 걸
알았죠. 또 온 집안을 뒤지고 뒤졌어요. 그냥 밖에나가서 지나가는 학생 붙잡고 돈이라도 좀 빌려볼
생각까지 했어요. 삥 뜯는건 아니구요.
이럴줄 알았으면 저금이라도 해놓을껄...응? 가만 저금통? 여동생방에서 저금통을 본 기억이 났어요.
저금통을 뒤젹뒤젹 해봐도 도통 보이질 않네요. 그러다가 옷장을 열어서 보니까 옷장구석에 빨간색
돼지저금통이 보였어요. 아...이제 살았다, 출근할수 있겠네 라는 안도감이 밀려왔어요. 커터칼을
가져와서 돼지 배를 조심스럽게 살짝 갈라서 흔들어서 돈을 뻇어요.
..........무슨....대체...내 동생은 왜 돼지저금통에다가 바둑알을 넣어둔거죠? 배를 짼 사이로
들여다보니까 동전은 없고 바둑알만 들어있네요. 아니 왜 저금통에 바둑알을....대체 그걸 어떻게
넣은거냐. 나 같은 도둑들면 엿맥일려고 그랬던거냐.
이미 시간은 늦었고 자포자기 상태...누구한테 말하면 믿지도 않을 그런 상황속에서 연차까지
쓸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큰방 옷장에 외국동전 몇개가 있다는 걸 알았고 가서 찾아보니까
일본돈 100엔이 보였어요. 이미 제 정신상태는 말이 아니였기에 100엔을 들고 그냥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왔어요. 버스정류장앞에 편의점이 보이더군요. "악!!!" 하고 소리한번 지르고 편의점으로 들어
갔고 카운터에 있는 사장님께 걸어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토시하나 안 틀리고 맨트가,
"안녕하세요. 사장님....저기 죄송한데요. 제가 어제 지갑을 회사에 두고와서 그러는데 이거 일본돈
100엔좀 현금 천원으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원래 1200원인데....천원만 주시면 되요..."
"네? 뭐라구요?"
"아...저 여기서 담배 자주 사거든요 ㅠ.ㅠ 근데 지갑을 회사에 두고와서 지금 차비가 없어요 ㅠ.ㅠ
제발...부탁드립니다. 아...로또도 매주 여기서 사요..저녁에 알바하는 여자한테 ㅠ.ㅠ"
5초간 침묵...사장님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돈천원을 꺼내시더니 제 손에 올려주더군요. 100엔은 물론
가져가셨구요. 진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따 저녁 때 와서 담배 1보루 살꺼라고 계속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출근을 했습니다. 1300원이 그렇게 큰 돈인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남자 나이 30살의 어느날 출근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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