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노숙자에서 사장으로 재기
[중앙일보 2004-08-10 06:34]
[중앙일보 심재우 기자] 말복인 9일 서울역 광장은 여전히 노숙자들로 넘쳐났다. 막바지 폭염에 웃통을 벗은 채 여기저기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강신기(44)씨의 눈빛에 색다른 감회가 배어나왔다.
"1998년 2월은 무지하게 추웠어요. 전국에서 몰려든 노숙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잠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도 하고…." 갑자기 강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강씨도 한때 서울역 지하도를 전전하던 노숙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두 바퀴 스케이트 보드(상품명 에스보드)라는 히트 상품을 만드는 레포츠용품 벤처기업 '데코리'의 대표이사다.
그는 지난달 21일 미국 아이디어 상품 전문기업인 CPG사와 에스보드의 미국.유럽 제조권 및 판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했다. 향후 3~4년간 미국.유럽에서 적어도 300만대 이상 팔려 로열티로 120억원 정도는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독점판매권을 주는 데 대한 프리미엄으로 50만달러(약 5억7800만원)를 내년까지 받기로 했고, 이 중 20만달러(약 2억 3100만원)는 이미 받았다. 지난 5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최신 발명품 전시회 'INPEX 2004'에서 에스보드가 대상을 비롯, 스포츠.레크리에이션 부문 금상 등 5관왕을 차지한 것이 기회가 됐다 (본지 5월 19일자 E3면).
노숙자였다가 아이디어 하나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은 기업인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강 대표는 천안공고(기계 전공)를 졸업하고 수자원공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개인사업을 하고 싶은 욕심에 93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돌침대.옥돌매트.믹서 등 각종 중소기업 제품을 싼 값에 구매해 전국을 돌며 팔았다. 10일 만에 순수익 5000만원을 올리기도 했다. 전국 13개 도시에 대리점까지 내고 사업을 확장하던 중 외환위기를 맞았다.
수금이 안 돼 지방에 내려가 보니 몇몇 대리점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전 재산 7억원을 허공에 날려보냈다. 가산을 정리하고 빚쟁이를 피해 아내와 1남1녀를 처가가 있는 충주로 내려보냈다. 자신은 정작 갈 곳이 없었다. 98년 2월 무작정 서울역으로 왔다.
강 대표는 노숙을 하면서도 새벽 인력시장을 열심히 찾았다. 재기의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막노동으로 한달에 150만원은 가족들에게 보낼 수 있었다. 노숙을 한 지 두달을 넘길 무렵 서울역 지하도에서 우연히 만난 돌침대 제조업체 사장의 손에 이끌려 돌침대.에어침대 판매에 나섰다.
서울 포이동의 월 10만원짜리 고시원으로 숙소를 정하고 돌침대 판매로 가까스로 생계를 꾸려가던 2001년 가을 그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킥보드'가 국내를 휩쓸던 때였다. 강 대표는 '스케이트 보드에 네 바퀴 대신 두 바퀴만 달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곧바로 베니어판을 갖고 혼자 숙소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양발을 지탱하는 부위의 보드를 분리하고 이음새로 연결한 뒤 올라탔더니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웠다.
강 대표는 즉시 특허를 출원한 뒤 지난해 2월 손으로 만든 시제품을 들고 아는 선배가 운영하는 금형회사인 명강기업을 찾아갔다. 강 대표는 "그 선배에게 '생산비가 없다. 금형기 좀 빌려달라'고 했더니 선배가 제품을 찬찬히 살펴본 뒤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에스보드는 명강기업이 만들고 있다.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지난해 4월 난생 처음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해 12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받아 과학기술진흥기금 15억원을 대출받았다. 국내외 각종 발명품 전시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현재 직원은 8명. 거처도 최근 서울 역삼동의 12평짜리 오피스텔로 옮겼다. 강 대표는 "서울역 지하도에 비하면 왕궁"이라며 활짝 웃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전국의 노숙자 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4193명에 달한다. 강 대표는 "항상 희망을 갖고 조그마한 일부터 성취하다 보면 탈출구가 보일 것이라는 말을 노숙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절대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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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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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많아서 저런건 관심없다(쀍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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