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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53349
    작성자 : 하치
    추천 : 10
    조회수 : 442
    IP : 124.80.***.253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0/02/02 20:49:35
    http://todayhumor.com/?gomin_53349 모바일
    나.
    내 아빠.
    알콜릭이었던 내 아빠. 정신병원에 3번이나 입원했던 내 아빠.
    그러고도 고치지 못하고 결국은 술로, 아니 술에 취해 농약 마시고 자살한 내 아빠.
    쥐뿔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만날 "내가 누군지 아냐?" 하며 큰소리만 쳐대던 내 아빠.
    내가 태어나기도 전 술과 노름으로 내 엄마를 힘들게 했던 내 아빠.
    여자를 무척이나 밝히던, 나와 티비를 보다 펜잘 광고가 나오자 채널을 고정했던,
    집에 놀러 왔던 동네 아줌마를 슬며시 끌어안던,
    술에 취해 내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던 내 아빠.
    더러운 피를 내게 준 내 아빠.
    술만 취하면 이리저리 전화를 해서 친척들도 피하는 내 아빠.
    꼴에 가장이라고 집 명의를 자기 이름으로 해줬더니,
    그거 가지고 내 집입네- 하며 유세 떨던,
    허구 헛 날 내집 이니 나가라. 주정하던 내 아빠.


    내 엄마.
    내가 어렸을 적 말을 안 듣는다며 푸세식 화장실에 나를 거꾸로 매달아 겁주고,
    그렇게 겁주니 말 잘 듣는다며 자랑인 듯. 말하는 내 엄마.
    그러면서 티비 SOS 중 엄마가 자식을 나무에 묶어놓고 와서 자식이 엄마에게
    폭력을 쓰는 장면을 보고 그 엄마에게 쯧쯧 거리던 내 엄마.
    뭐가 다르다고.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내가 살던 지방 축제기간. 30분을 걸어 그 축제에 가서는
    풍선을 사달라는 내 말에, 안돼. '기태는 사줬는데..." 한마디에
    다시 30분을 말없이 집으로 걸어가 날 구석에 몰아 세워서 마구 때리던.
    울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게 때리던. 내 엄마.



    내 둘째 언니.
    저런 아빠가. 날 참 좋아했다. 막내라고. 그나마 자기를 따라준다고.
    그리고 이 언니는 아빠가 참 싫어했다. 아니 서로 싫어했다.
    아빠가 술 취해서 언니한테 뭐라고 하면, 사실 아빠가 술주정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언니가 무서웠다. 저 언니가 날 어떻게 괴롭힐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렸을 적 기억은,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지금 집에 살았고.
    그전에는 바로 밑에 있는 집에 살았고.
    그전에 살던 집. 3-4살 정도? 그 정도가 맞을 거다.
    그때 언니의 심부름 하던 기억. 그리고 그다음에 살던 집에서 양치질하다 언니에게 맞은 기억.
    올림픽 때문에 뽀뽀뽀 안 한다고 아빠한테 칭얼거리다가 언니한테 맞은 기억.
    그리고 지금 살던 집에서는. 심부름 안 한다고 맞은 기억.
    그때 욕실까지 쫒아와서 말리는 엄마 신경도 안 쓴 채 때렸다.
    대답 똑바로 안 한다고, 대답 하면 말대답한다며,
    내 소지품 하나 감시하며, 중학교 때 생리대를 집다가
    언니가 들어오는 소리에 나름 민감한 청소년기라 얼른 주머니에 넣었는데
    뭐야 꺼내봐라. 부끄러워 우물쭈물하자 때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맞서 싸웠다. 아니 개겼다.
    그랬더니 내방에서 우당탕 소리. 우습다. 컴퓨터를 부순 게 아니라
    주위 스피커만 떨어뜨려놓고. 전화선만 끊어놔 인터넷만 안되게.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하니 다른 언니가 사준 내 컴퓨터를 망가뜨리기 무서웠겠지.
    울며불며 죽을 때까지 용서 안 할거라며 그동안 참았던 걸 토해냈다.
    미안하단다. 절대 그런 일 없을거란다.
    지금 스물여덟. 지금까지 용서 안 했다. 아니 못했다.
    열여덟의 나는 열한 살 차이 나던 언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언니의 나이가 돼서. 언니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다면 그때 용서하겠다고.
    괘씸하단다.
    그때, 나때문에 언니가 결혼을 서두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열아홉 살에 취업을 해서 나. 아직도 그 언니를 용서할 수 없어 명절에 집엘 안 간다.
    명절에 집에 가서 가족이 다 모이면, 또 옛날 얘기 나오고, 울고불고 하는 모습이 싫어서.
    화목해야 할 명절에 울음소리 듣기 싫어서.

    내 첫 남자친구. 였던. H.
    친구 사촌 동생. 한 살 연하. 연기자 지망생.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
    그 아이가 사귀자는 말에 '아직 내가 널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했더니
    자기처럼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게 믿기지 않냐고 한다.
    자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 내게 미안하단다.
    쩐다. 미친놈. 그래도 친구 사촌 동생이니 나쁜 소리는 못하겠고.
    '그래 날 그정도로 생각해주니 고맙다.'라고 했다. 
    세번째 만난 날부터(사귀기 전) 같이 있고 싶다며 같이 자자는 뉘앙스를 팍팍 풍겼다.
    내가 참 싸보이는 분위기인가 보다.
    사귈때 내가 건 조건은 단 두 가지.
    내가 자고 있는 걸 알았을 땐 전화하지 마라. 술 먹고 나선 절때 전화하지 마라.
    난 아빠 때문에 술을 안 마시며, 술 취한 사람을 무서워하고.
    술에 취한 사람과 대화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아이는 당연히 OK란다. 그런데 싸운 이유는 항상 저 두 가지.
    난 보통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잔다.
    12시 넘으면 아니 10시부터도 잔다. 근데 꼭 그때 전화해서,
    잔다고 하면, 술 안 취했을때는 그냥 알겠다고 끊고.
    술 취했을때는 그때부터 지옥. 계속 전화해서 취중 진담이 어떠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지금 잠이 문제냐 자길 진심으로 사랑하는게 맞긴 맞냐는 둥
    사귀기로 한날. 나를 당연하다는 듯이 모텔로 데려가려 한다.
    어처구니없어했더니 그럴 의도로 온 게 아니라는 둥 나 못믿냐는 둥. 헛소리를 한다.
    알면서도 따라갔다. 그리고 잠깐 그 아이가 화장실 간 사이 시트를 뒤집으며 처음인걸 숨긴 것도 나다.
    사귀기로 하고 처음 만난 날.
    DVD를 보면서 내일 출근하려면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 하며 징징거렸다.
    친구를 부른다. 그래서 내 친구도 불렀다.
    내 친구는 이 아이 사촌형과 사귀다가 헤어진.
    얘네들 또 술 마신다. 내친구가 H에게 말했다. 
    "H. 누나가 다른 건 다 받아줄 수 있다. 니가 술에 취해서 토하면 그걸 치워줄 수도 있고 길바닥에 누으면 부축해줄 수도 있는데 목소리 커지고 술주정 하는 건 고쳐야 한다. 그건 못 봐준다."라고.
    이 아이는 그건 당연한 거란다.
    그래놓고 술 취하니 다시 객기 시작.
    1시 반. 집에 가서 좀 자야 출근할 수 있으니까 집에 들어가겠다니까
    자기는 어쩌냐며 난리다. 이리저리 말다툼하다가 내 친구는 화가 나서 들어가버리고
    이 아이의 친구는 또 이 아이의 편을 든다.
    사귀면 같이 자는 게 당연한 건가?
    나 4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한다니 같이 있으니까 4시반에 일어나는 거 아니었냐고.
    왜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막 길바닥에서 실랑이하다가 버려두고 택시 타고 와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폭풍문자. 푹풍전화질.
    난 이 아이에게 마지막- 이라는 단어 한 번도 꺼낸 적 없는데 이 아이는 잘도 꺼낸다.
    마지막으로 통화 한 번만 하자.
    자기 아까 거기 헤어진 곳에 앉아있으니까 제발 나와달라.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만 보자.
    기다리려면 그냥 기다릴 것이지 5분마다 티라는 티는 다 낸다.
    아직도 거기에 앉아있다. 얼굴 한번 보자.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나와주면 안돼?
    결국 잠자는 걸 포기하고 다시 택시 타고 그 곳으로.
    표정이 확 환해진다. 이 아이가 날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기자 지망생의 포스인가?
    근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 아이가 날 아무리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나의 막말 시작. 넌 나를 잠자리 상대로 만나는 것 같다. 불쾌하다.
    난 술취한 사람이랑 대화하는 자체가 싫다.
    난 피곤하고 졸리면 집에 들어가서 자야 한다. 내가 잘못된 거냐?
    이 아이 이해를 못 한다. 아니 아님 정말 내가 이상한걸까?.
    이야기하고 간다고 했더니 얼굴색이 또 확 변한다.
    정말 이 이야기만 하고 가려고 했냐고. 미치겠다. 지가 얼굴 한번 보면 집에 가겠다고 했으면서.
    말뿐이었던 거다. 결국은. 날 나오게 하려는. 바보같이 속은 나도.
    결국 출근할때까지 같이 있어줬다. 아니.. 거기 서서 계속 실랑이하다가 택시 타고 와버렸다.
    잠 한숨도 못 자고 한여름에. 한낮에 땡볕에서 내내 뛰어다니다가
    퇴근해서 떡실신. 그 다음날 출근하는 시간까지 못 깨고 계속 잤다. 전화기를 켰더니
    또 장난이 아니다. 피곤한 건 알겠는데 하루종일 걱정한 사람에게 전화한 통화 못해주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내가 이기적인 거다. 그래도 좀 억을해서
    새벽 세시에 "피곤해서 자느라 전화기 꺼져있는지도 몰랐다. 걱정했을 텐데 미안하다. 지금 출근하는 길이다. 잘자라." 문자 보냈다. 일부러 좀 미안하라고.

    아빠 제사 때.
    집이 지방이라 내려갔다가 3시에 일어나서 운전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
    제사 끝나고 자도 2-3시간밖에 못자는데 11시쯤 문자 "뭐해?"
    -제사 준비하고 있어. 끝나고 정리하고 나면 두 시간도 못 자고 일어나서 운전해야 할 판. 출근하면 쩔겠다
    "피곤하겠다. 그래도 푹 잘자^^"
    웃으면서 잘 자랬으면서 11시 30분 전화 온다. 못 받고
    "지금 제사 끝나고 정리하는 중이야. 조카들 자고 있어서 통화하기 좀 그렇다" 라고 문자 보냈다.
    12시 10분 이거 완전 취해서 전화질 시작. 무시하고 자려고 누음.
    전화와 마지막으로 전화 한 통화만 하자. 정도의 문자 빗발치기 시작함.
    1시경 GG침. 밖으로 나가서 통화. 비까지 온다.
    너는 내가 제사라서 집에 왔다는데. 3시간도 채 못 자고 운전해야 한다는데.
    잘 때 전화하는거 술 먹고 전화하는 거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계속 전화하냐
    했더니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진심을 보이라며 정말 자기를 좋아하긴 하는 거냐고.
    맨날 했던 똑같은 소리 또 반복. 정작 남자를 처음 사귀는건 난데 (말은 안했지만)
    나를 엄청 노는? 여자 취급하며 의심하고 집착한다.
    정말 내 아빠같다. 내 아빠같아서. 너무 무섭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다. 그 이후의 일은....... 생략. 그냥 좀 무섭다.
    그 아이의 입장에서 나란 여자는 -상대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가벼운 만남을 유지하는 나쁜 여자- 정도.
    사실 맞는 말이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며 거리를 둔 건 사실이니까.


    나.
    싸가지 없고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센 겁쟁이.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괴로워하며. 미래를 두려워하며.
    서른 다섯 살이 되는 해 자살을 할 거라며 자살 할방법을 고민한지 10년째 되는.
    얼토당토 안한 쓰레기.
    태어나게 해준 걸 고맙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이렇게 살 거면 왜 낳았어.
    돈도 없고 맨날 싸움만 하는 집안에서 네명이나 딸이 있으면서. 왜 날 또 낳았어. 생각하는
    차마 말은 못하는. 이일 저일 원망만 가득한.
    내가 엄마를 원망하는건 단 하나. 왜 화목한 가정에서 날 낳아주지 않았어?
    왜 티비에서 보는. 내 주위의 평범한 가정에서 보는.
    엄한 아빠. 인자한 엄마. 철없지만 내 생각해주는 형제 밑에서 날 낳아주지 않았어?
    ...
    어렸을때 축제, 버스도 안 타고 걸어갈 거면서 뭐하러 거기까지 간거야?
    아니 아니. 풍선 하나 사 줄 돈 없으면서 뭐하러 거기까지 간 거야? 친구 보면서 부러워 나 하라고?
    아니 아니. 딸내미 풍선 하나 사 줄 돈도 없으면서 왜 낳았어?
    전에 날 심부름이나 시키려고 낳았단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자식들 다 크고 머리 굵어지니 말동무하고 심부름시킬 사람이 없어 날 낳았단다.
    그럼 죽자사자 일만 시키지 학교는 왜 보내.
    나. 그 축제 이후에 엄마한테. 뭐 해 달라. 소리 한 번 못해봤다.
    그때의 상처가 컸다.
    그땐 그걸 몰랐지만. 그냥 엄마가 무섭기만 했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혼자 살면서 생각해보니까 그래. 이렇게 원망이나 하게 돼.
    학교 다니면서 옷 한 벌 못얻어입고. 그래 그게 뭔 문제라고
    부모 형제 아무 없이 동사무소에서 쌀값 지원받으면서 당장 끼니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 비하면 뭐. 그래 호강에 겨운 소리지.

    매사에 부정적인 건 나 때문이지. 내 가족 때문은 아냐. 아닐 거야.
    셋째 언니는 전혀 그렇지 않잖아? 자기 하기 나름이지. 그래. 알아.

    돈 벌어서 외국 나가서, 가족들과 인연 끊고 되는 대로 살다가.
    서른 다섯 되는 해. 죽자. 그때 내가 자살했다는 걸 알면
    그래도 내 가족들은 슬퍼할 테니까. 내 불쌍한 엄마는. 또. 얼마나 서럽게 울까.
    또 얼마나 가슴에 한이 맺힐까. 그땐 내 신원을 알 수 있는 모든 걸 지우고.
    내가 누군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게
    내 소식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렇게 죽자. 생각하는 나는.
    뭘까. 이것도 내 부정적인 성격의 일부이고, 또 허세 정도일까?

    언젠가 셋째 언니에게 말했다.
    남자친구 없냐는 말에 난 아빠 같은 사람 만날까봐 남자 못 사귀겠고, 결혼도 못 하겠다고.
    그냥 흘러 지나가듯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 더 많단다. 형부보면 모르겠냐고.

    내 성격이 그래.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가슴속에 품어두면서 맘에도 없는 독설.
    뭔 일 하나 있으면 곱씹어서 생각 생각. 결국엔 가슴에 응어리 만들어놓고.
    내 한을 내가 못 풀어서 점점 빗장을 걸고. 숨으려 들고.
    그런 주제에 애써 밝은 척이나 하고.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지금 주어진 내 몫에 만족할까?
    내 부정적 생각은 어떻게 버려야 하나.
    용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 한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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