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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 앞에선 화목한 가정인 척
매일 매일이 즐거운 척 행복한 척
예전엔 이런 척척박사가 아니라
진짜로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웠었던 것 같은데
돈이 뭐길래 서로를 욕하고 원망해야 하나
돈이 뭐길래 형제가 형제를 속이고 또 속이나
사업 망한 후 6년째 방문 걸어 잠그고선
사회와 자신을 단절시킨 알콜중독자 우리 아빠
이러면 안되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에 입에 담지도 못 할
욕을 내뱉고선 뒤돌아선 후에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다
아빠가 내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고 아빠 때문에 죽고싶다고
어느 비수보다 날카롭게 갈린 내 한마디 한마디에 아빠 또한
내게 욕하면서도 뒤돌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를 못한다
사람 좋다고 소문났던 이 사람은 뭘해도 성공할 거라는 소리만 듣던 우리아빠
그 자신감 넘치던 사람은 어디가버렸나 어디로 사라져버렸나 숨어버렸나
자기 자신마저 내팽겨쳐 버리고선 하염없이
바보상자만 들여다보고 있다
채널조차 하나밖에 안 나오는데 멍한 눈동자는 오로지 티비에 고정되어 있다
아빠 사업해서 돈 벌어올 때 설탕처럼 달콤한 말만 쏟아내던 아빠 형제들 다 어디갔나
그 많던 돈 가족에게 한푼도 안쓰고 몇억이나 되는 형제들 빚 갚아주더니
고맙다고 눈물 흘리던 그 형제들 어디갔나 지금와 아빠에게 모두 등 돌린 그 사람들이
진정 아빠 형제들이 맞나 아빠 형제의 거죽을 뒤집어쓴 악마가 아닌가
하루에도 열두번 일어나서도 잠을 자면서도 그년놈들의 육신을 칼로 쑤시고 찢고
도려내고 그년놈들의 자식들 눈 앞에서 사지를 잘라버리고 먹어버리는 꿈을 꾼다
이젠 무엇이 현실인지도 무엇이 거짓인지도 모를만큼 죽이고 싶고 죽고 싶다
주방칼을 손에 쥐고선 신발장 앞에서 머뭇머뭇 거리며 서있는 나를 떠올려본다
너무 오랫동안 서있어 다리가 아프다던 엄마의 부탁에 마지못해 건성으로
만지던 아빠의 모습에 화가 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식칼을 꺼내들곤
찔러죽여버린다며 울부짖던 내가 떠오른다
고왔던 우리 엄마 엄마의 손은 콘크리트 바닥보다 거칠어졌고 얼굴에는 슬픔과 아픔만이 가득하다
아무리 엄마랑 나 손에 손잡고 열심히 살려해도 빚은 점점 늘어만 가고 살아갈 빛이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현실 속에서 열심히 살아봐야 헛된 것은 아닐까
한숨처럼 토해져 나오던 엄마의 입에서 나온 죽고싶다는 말
우리 가족 다 죽고나면 서로를 소중히 여기던 그 마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희망은 대체 어느 이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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