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기사가 대낮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서울 한복판을 운전하다가 술 냄새를 맡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14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시내버스 기사 이 모(55) 씨는 지난 5일 오후 1시께 차고지인 강동구에서 동대문구 답십리동까지 40여 분간 음주 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적발 당시 버스에는 승객 1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63%였다.
이 씨는 흐린 날씨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술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승객이 "버스 운전기사가 음주 운전을 하는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전날 오후 10시께 퇴근해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자정께 귀가했다가 적발 당일 정오에 출근해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씨는 버스를 몰기 전 차고지에 설치된 음주측정기로 음주 상태 측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버스 기사들이 운행 전 음주측정을 하고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씨는 "소주 1병을 마셨고 바로 집에 가 잠들었다. 술이 이렇게 깨지 않을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차고지에 음주측정기가 있지만, 감시원이 제대로 확인을 안 하다 보니까 사실상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운행 전 음주측정을 제대로 하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해당 버스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사들의 운행 전 음주측정 기록이 없으면 버스업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평가에서 감점을 준다"면서 "해당 운수업체에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