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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내 고등학교서
수학 교사가 "숙제 안 해왔다" 앉았다 일어서기 800번 시켜
병원 "장기도 심각하게 손상 심할 땐 평생 신장 투석해야"
고등학생이 간접체벌 ‘얼차려’를 받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고 내장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에 대한 직ㆍ간접 체벌을 금지하는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학교에서는 가혹한 체벌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교시 수학시간. B(29) 교사는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A(17)군 등 8명을 교실 뒤로 불러 세웠다. 숙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특강교재 두 쪽 분량을 풀어오는 것이었다. B 교사는 학생들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800회를 하라”고 지시했다.
얼차려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얼차려 중 한 학생이 지쳐 속도가 느려지자 B 교사는 ‘연대 책임’을 물어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600개 정도를 했을 무렵 B 교사는 벌을 받지 않는 학생들에게 “내가 낸 문제를 푼 사람이 지목한 학생은 (얼차려를) 그만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은 들어갔지만 지목되지 못한 A군은 끝까지 얼차려를 해야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A군은 ‘허벅지 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았다. 횡문근 융해증은 장시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무리하게 썼을 때 발생한다. 의사는 “혈액 내 근육소 수치는 350이 정상인데 A군은 측정 가능한 4만6,000을 넘었다”며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면서 분비물이 혈액에 섞였고 이를 해독하려는 신장과 간까지 손상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5시간 동안 집중치료를 받은 A군은 상태가 안정돼 24일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걷지 못한다.A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다리가 풀려 하교길에 두 번이나 넘어졌다. 이틀 후인 22일에는 급기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마비되고 검은 소변까지 봤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찾아간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6시간에 걸쳐 엑스레이(X-ray) 촬영, 피ㆍ소변 검사 등을 받았다. “내일 다시 오라”던 의사는 30분 후 급하게 전화를 걸어 “더 늦으면 급성 신부전이 오고 평생 투석을 받고 지낼 수도 있다”며 “당장 큰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A군의 누나(25)는 “동생의 팔에 링거를 15개는 꽂은 것 같다”며 “계속 말썽을 피운 학생도 아니고 문제집 두 쪽을 안 풀었다고 장기가 손상될 정도로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울먹였다. 그는 또 “이런 일을 겪고도 동생이 ‘학교가 원래 그런데 왜 호들갑이냐’고 했다.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학교 분위기가 너무나 안타깝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B 교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들어하면 중단시켰어야 했는데 문제 푸는 데 집중하다 (얼차려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면서 “학생과 가족에게 사과를 드리고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정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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