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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20살때 PC통신 넷츠고를 통해 여자 한 명을 알게됐죠. 이화여대 신입생...전 지방대 신입생...
꽤 오래 채팅을 하다, 이 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고, 약 1년간 메일로 고민상담 해주고, 그렇게 지냈어요.
그 여자는 나이트 웨이터가 좋다면서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고 하고, 저는 메일로 그 사람은 아닌 거 같다고 말리고...
한 1년을 그렇게 메일 주고 받다, 군대를 갈 때가 되서 그 여자보고 그랬어요. 이제 군대 가야되고 해서 더 이상 연락 못 할 거 같으니,
그만 연락하고 지내자고...그런데 그 여자가 자기 집 주소를 가르쳐 주면서 편지 하라고 하더군요. 군대 입대하고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고, 군대에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워요. 제가 친구도 그렇게 많지 않고 해서, 가족 말고는 누구하나
편지 써주는 사람이 없는데, 가족이 아닌 유일하게 편지며 책을 보내주며 힘을 줬었으니까요. 어쩌면 그 사람때문에 군대생활 잘 견뎌냈는지도 모르
겠네요...그리고 제대하고 나서 메일로 다시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은 대학원 다니고 있는데, 실력이 안 되서 대학원 졸업을
못해서 고민을 하고 있기에 저라도 위로가 될려고 노력을 했었죠. 그러다가 저도 취업때문에...또 다른 사정 때문에 메일 주고 받는 횟수가 줄었고,
제가 학교 졸업하고 서울에 취업이 되어서 시간 되면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거절당하고 저는 소심해져서 그 다음부터는
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이 약 7년 정도 되네요. 얼굴도 모른 채 7년...
흠...7년동안 얼굴도 모른채 수많은 메일과 편지를 주고 받다가 한 순간에 전혀 서로 모르는 사이 처럼 지나친다...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
아직도 저는 그 사람이 보내 준 편지들을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보관해두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 놓고 있는데...
지금은 제가 해외에서 있어서 그 편지들을 직접 챙길 수는 없지만, 부모님보고 다른 건 다버려도 그 편지들은 버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 하면 사는데...
얼마 전에 그 사람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그 사람이 다니던 학교 , 과 이름으로 검색을 하다 우연히 그 사람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큐레이터 생활할때의 사진이 포털사이트에 기사로 조그맣게 올라와 있더군요...13년 만에 보게 된 그 사람 사진을 보니...뭐 랄까...
글로 표현이 안 되네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해서...지금은 그냥 그 사람이 이제는 사람때문에 아파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안 받을 순 없겠지만, 그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받으며 살기를 빌 뿐입니다.
가끔 드는 생각이, 특별히 나빴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왜 커피 한 잔 마시자는 어떻게 보면 조그마한 부탁을 거절 해야만 했을까...
그냥 커피 한 잔 마시자는 것, 그냥 그 것 뿐이었는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이란 영화를 보면, 고소영이 이런 말을 합니다. 행복이란 소풍가는 그 자체가 아닌, 소풍을 기다리는 마음인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도 그러했던 것인지...
기분이 울적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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