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87516.html “박근혜 대통령 만들어야한다…학생들 데려와달라” 요청
관련 팀장 “그런 말 안해… 만난 사실조차 없다” 일체 부인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 간부들이 충남 연기군(세종시) 지역 대학생들에게 접근해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표를 모아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학생들은 “이들이 우리를 룸살롱에 데려가 수십만원어치의 술을 사주며 여자도 불러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씨를 대통령 만들어야 한다”
이 지역 대학원생 임아무개씨는 12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5월 연기군 조치원읍내의 한 식당에서 ‘4대강 살리기 금강협의회 팀장’이라는 김아무개씨를 만났는데, 자신이 ‘파란당’(한나라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며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김씨가 ‘박근혜씨를 대통령 만들어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하기에, 정확히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표다, 대선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우선 조만간 있을 ‘희망포럼’ 모임에 대학생들을 데려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씨 도왔던 학생회장은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됐다”
임씨는 또 “김 팀장이 ‘이 지역 선거의 경우 1만4000표만 모으면 당선권이기 때문에 1000표 정도 움직일 수 있으면 나보다도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며 “나는 대학 조교에 불과한데 어떻게 학생들을 움직이라는 건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임씨와 함께 있었던 대학생 이아무개씨 역시 “그 사람이 선거 어쩌고 하면서, ‘2007년에 이명박씨를 도왔던 학생회장이 지금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학생들을 정치 끄나풀로 쓰려는구나,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알바비라도 주면 모를까 그런 자리에 학생들이 갈리 없다’고 말했더니, ‘알바비는 곤란하고 영화표 정도는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임씨와 이씨는 ‘그 자리가 끝난 후 2차로 룸살롱을 갔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먼저 자리를 떴고, 김씨를 소개시켜준 4대강 살리기 금강협의회 청년단장 김아무개씨와 함께 룸살롱을 간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곳으로 옮기자마자 선거 관련 얘기는 하지 말라며 우리가 정색을 했고, 여자를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기분이 나빠서 술만 몇 잔 먹고 나와버렸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 “만난 사실조차 없다” 전면 부인
4대강 살리기 금강협의회 김아무개 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학생들에게 대선 관련해 박근혜를 도와 달라고 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며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대학생들을 동원해 달라고 하고 룸살롱에 데려간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일 없다”며 “정치적으로 쳐다보니 변질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고향 선배·친구들하고 술 한잔 먹을 수도 있고 노래방도 갈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다른 언론사에서도 내가 사람들 동원하지 않았냐며 연락 오곤 하는데, 증거도 없이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강협의회와 희망포럼에 대해서는 “내 고장 발전을 위해 참여한 순수 봉사단체”라며 “금강협의회와 희망포럼은 별개이고, 내가 이 지역을 위해 개인적으로 두 단체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단체 이름을 보면 누구라도 여권에 관계된 정치 조직이라고 느낄만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4대강과 세종시는 다른 것이고, 금강협의회와 세종미래희망포럼은 전혀 상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나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라며 “명함도 뿌린 일이 없다”고 말했다.
희망포럼대회 가보니…친박인사 대거 참석
김 팀장이 대학생들을 데려와 달라고 했다는 희망포럼 모임은 지난 7월8일 연기문화예술회관에서 세종미래희망포럼 발기인 대회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친박 및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지역 주민 30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김태흠 한나라당 보령서천 당협위원장 겸 충남희망포럼 대표, 서종환 미래희망연대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기봉 전 한나라당 연기군수 등이 참석했다. 김 팀장과 김 단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행사 진행을 도왔다.
김태흠 위원장은 축사 도중 “오늘 세종미래희망포럼이 열렸는데 중앙에는 국민희망포럼이 있고 각 지역별 희망포럼이 출범하고 있다”며 “희망포럼의 목표는 첫째 약자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여러분들 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원안 지키는 데에 제일 기여한 분은 다름아닌 박근혜 대표”라고 강조했다. 국민희망포럼은 대표적 친박 지지단체로,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세종미래희망포럼 공동대표로 추대된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세종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뒷받침할 대통령과 정치지도자가 선출돼야만 세종시가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육동일 교수는 지난해 한나라당이 대전시장 후보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국민희망포럼 대표 “친박단체 맞다”
육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종미래희망포럼은 정치 단체가 아니라 지역 발전과 세종시 정상 추진을 위한 모임”이라면서도 “이날 발기인 대회에 친박 성향 인물이 많이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기봉 세종미래희망포럼 상임고문은 “참석하신 분 중 일부가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세종미래희망포럼은 세종시 건설을 위한 순수한 모임”이라고 밝혔다.
김태흠 위원장이 세종희망포럼의 중앙조직이라고 밝힌 국민희망포럼 김영도 상임이사는 세종미래희망포럼과의 관계에 대해 “회계도 사람도 분리돼 있지만, 박근혜 대표를 돕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지역 연대체”라고 설명했다. 국민희망포럼이 박근혜 지지 단체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맞다, 대표적 친박 지지단체”라고 말했다.
선관위 “선거법 위반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좀더 자세한 정황을 알아야겠지만, 선거운동 지원 부탁은 공직선거법 254조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룸살롱 접대는 같은 법 115조 제3자의 기부 행위 제한 조항에 위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89조 유사기관의 설치 금지 조항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