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털... 레이저 제모를 하면 겨드랑이가 아기피부처럼 보송보송해 진다고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런데 겨털을 너무 짧게 자르면 레이저 제모를 못 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그러면 몇달동안 길러서 가면 되는거잖아?
하고 몇달동안 열심히 애지중지 길렀어요.
그렇게 풍성한 채로 피부과에 제모를 받으러 갔어요.
기다리는 동안 두근두근 나도 암내 걱정 없이 보송한 겨드랑이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떴어요.
나의 풍성한 겨드랑이털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고등학교때 학원 선생님께서
다들 내옆에서 겨드랑이 들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어요.
용기를 얻은 저는 원장선생님과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을 끝내고 제모는 하고 왔느냐고 물어보길래
씩씩하게 "아니요!" 하고 대답했어요.
원장선생님께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그럼 털을 깎고 레이저를 하면 된다고 원장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그때부터 저는 다들 이렇게 풍성하게 길러서 오지 않는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래 세상엔 나같은 사람도 있지!' 하며 자신있게 시술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는 겨드랑이를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적막한 공간에 침대 하나와 간호사 언니 한명이 있었어요.
당황스러웠어요.
간호사 언니가 안에 나시는 입고 왔죠? 하고 물었어요.
안입고 왔어요.
그렇게 저는 초라한 브라위에 허접한 수건을 올리고 저의 풍성한 겨드랑이 털을 보여주었어요.
추웠어요.
그 피부과에는 면도기가 없었어요.
적막한 공기 속에서 언니의 개인 눈썹 칼을 꺼내서 언니가 하나하나 깎아주었어요.
울고싶었어요. 그리고 너무 추웠어요.
적막한 분위기가 싫어서 언니한테 저같이 제모 안하고 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고 물어봤어요.
없었대요.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하지 않았어요.
언니가 저의 겨드랑이 털을 깎고 있는 도중 원장님이 들어오셨어요.
어?;; 좀있다 올게;;; 하고 나가셨어요.
털을 다 깎고 저는 침대에 홀로 겨드랑이를 든 채 누워있었어요. 한 10분정도요.
그리고 레이저 제모를 했어요. 안아플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따가웠어요.
레이저 제모 하고 10분정도 아이스팩 대고 오라고 했는데 추워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아이스팩을 버렸어요.
그리고 집으로 뛰어왔어요.
제모는 잘 된 것 같아요. 겨드랑이 털이 듬성듬성 나요.
이제 또 그 병원에 제모하러 가야하는데 어떻게 가죠?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