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유 마지막 기념글을 하나 올렸다가... 떠나는 아재 발목 붙잡은 음모론자들의 황당한 댓글들에...
잠시 발 돌려서 음모론자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팩트(?) 몇가지 적고 가렵니다.
이번 글은 설명을 위해 장황한 수식어는 몽땅 빼고 팩트만 간단히 몇가지 첨언함.
그리고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을 믿는 분들 조차도 몇가지는 잘못 아시는 것들도 있어서 그것도 적어봅니다.
1. 아폴로 계획이란 용어는 사실 잘못된 것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정식 명칭이다.
이게 사실 중요합니다. 아폴로 이전의 머큐리, 제미니 계획은 Project 머큐리, Project 제미니 입니다. 반면에 아폴로는 Apollo Program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에 비해서 프로그램이 훨씬 큰 규모를 뜻합니다. 다들 뉴스에 나와서도 아폴로 게획~ 어쩌구 하는데 잘못된 표현입니다. 미국 방송에서는 아폴로 프로그램이라고 정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머큐리/제미니 계획은 아폴로 프로그램을 위한 전초전 성격인거죠. 동급의 연장선 계획이 아닌 하위 개념입니다.
2. 1960년대에 갑자기 우주로켓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틀린 말입니다. 이미 1945년에 10여년의 오랜 개발을 거쳐 완성된 V2로켓의 경험과 기술이 고스란히 미국에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초반에 이미 달까지 가는 기본적인 이론과학은 완성이 되었죠. (우주정거장 아이디어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성공 직전에 이미 나와있었음)
2차대전 종전때까지 반세기 가량 이미 진척된 과학이론이 기술적으로 V2로켓으로 이미 완성되었음. 그리고 미국은 그 기술을 10여년간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계속 발전시켰죠. (다만 아직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만 못했을뿐..) 그러다가 1957년에 소련이 기술적 격차를 극복하고 먼저 인공위성 발사합니다.
여기에 충격받은 미국은 그뒤 10여년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경제력을 아낌없이 투입해서 결국 1969년에 달에 도달합니다. 기술적인 과정을 보면 미국 독자적으로도 거의 20년 넘게 진전된 결실이죠. 하루아침에 뚝딱 나온게 아님. 그리고 젤 중요한 돈의 문제를 아래에 다시 열거합니다.
3. 아폴로 프로그램은 과연 얼마만큼 돈이 들어갔나?
이것을 따질때 반세기전과 현재의 시차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대충 비교할만한 요소들을 나열해보죠.
미국이 달에 가겠다고 선언한 1960년의 미국 연간 GDP는 약 5,200억불입니다. 세계 2위의 GDP국가인 영국이 723억불...
격차가 어마어마하죠? 당시 미국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GDP를 합친것과 거의 비슷한 GDP를 지녔습니다.
현재 미국의 GDP는 약 18조불, 중국이 10조불이 조금 넘습니다. 미국 경제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낮아졌죠.
(미국이 연간 2경, 중국이 1경이 넘는다는 뜻.. 단위가 조를 넘습니다)
50년대의 냉전시기에 핵무기를 만들고 서로 공격하기 위한 ICBM개발경쟁은 사실 국가의 운명에 직결된 문제였죠. 당연히 매년 엄청난 국방비가 투입되면서 그중에서도 상당수가 ICBM예산으로 흘러갑니다. 전세계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이 ICBM에 투입한 예산은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되는 규모임. 현재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의 GDP를 아마 넘어설지도...
자~ 1960년의 미국 연간 GDP가 5,200억불 입니다. (전세계 총 GDP의 절반)
그런데 통상 국가 연간예산은 GDP의 20~30%선이 되죠. 미국은 GDP의 20%선을 국가예산으로 유지합니다. (현재 기준)
그리고 국가예산의 또 20% 가량이 국방비입니다. 그럼 1960년의 미국 1년 정부예산은 약 1,000억불, 국방비는 약 200억불이 될겁니다. 오케이?
그런데 아폴로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7~8년동안 총 254억불의 예산을 썼습니다. 간접적으로 머큐리/제미니 계획에 대한 예산은 별개로 한겁니다.
이외에도 미국은 여전히 ICBM등의 연관된 분야에도 돈을 썼죠. 젤 중요한건 당시 고급인재들의 인건비가 쌌고 애국심에 호소해서 인력을 구하기 쉬웠음.
아폴로 프로그램으로 미국은 당시 연간 GDP의 3%가 넘는 금액을 몇년간에 나눠서 지출한 셈입니다. 1년치 정부예산의 25%가 넘는 비중이니까...
몇년으로 나눠도 매년 꽤 부담이 되는 액수입니다. 1년치 국방예산 따윈 가뿐히 넘어서고요.
당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영국의 1년 GDP의 30%가 넘는 금액을 로켓 한기종에만 썼습니다. 이런 일은 현재로선 상상이 안되는거죠.
만약 현재기준(그냥 비율측면에서 따지면)으로 치면 아폴로 프로그램은 1조달러 정도의 비중이 되는 셈입니다. 1,200조원이죠. 우리 국가예산의 몇배일까요?
물론 환율계산으로 2005년도 기준으로 치면 약 1,700억불이라고 NASA는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세계경제규모가 커진거죠.
1,700억불은 200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2015년 현재로 치면 300조원 가치는 되겠네요. 그리고 1960년대의 지구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현재로는 1,200조원이 넘는 비중을 지닌 셈입니다. 이러니 누가 다시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낼까요?
미국이 아폴로 프로그램을 중단한 이유는, 정부예산에서 너무 비중이 큰데 베트남전에서 전비가 급속히 늘어나서 어쩔 수 없이 중단한겁니다.
아폴로 계획만 중단하면 미국의 핵항모 몇척씩 찍어낼 판인데... 넘 부담이 된거죠.
4. 아폴로 우주선이 반 앨런대를 통과할때 방사능 때문에 위험했다?
이건 맞습니다. 우주선의 외벽은 아주 얇은 합금입니다. 심우주에 도사리고 있는 치명적인 여러 종류의 방사선에 취약합니다.
반 앨런대는 지표에서 약 2,000 ~3만km에 이르도록 펼쳐져있는 지구 자기장 영향의 방사선대입니다. 물론 종이 한장 투과하지 못하는
약한 방사능도 있지만, 강한 방사능도 있습니다.
아폴로 발사 당시에도 이 문제로 다들 고심했는데, 우주선이 매우 빠르게 이 대역을 통과하므로 그까짓거 그냥 버틸만 하다고 판단해서 강행.
그리고 밴 앨런대를 벗어나도 역시 태양풍이나 심우주 방사능의 위협이 도사립니다. 그딴 위험은 사실 무시된 측면이 큽니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자기장의 방어막에 있어서 몇백일간 우주인이 체류해도 무사합니다. (물론 태양풍 시기엔 별도 방호대책)
그리고 방사능에 노출되면 신체에 고스란히 쌓여서 안전한계치까지만 우주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피폭량은 주기적으로 체크하죠.
아폴로는 달까지 약 7~9일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사이 심우주 방사능에 노촐되는 우주인들의 안전은 우주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렸죠. 그냥 갔죠.
다행이 별탈은 없었습니다. 만약 달에 가는 도중에 태양풍이라도 만났으면 비극이 되었을겁니다.
인류의 화성 유인탐사에는 편도에 약 250일 가량 걸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오래 심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는 점이고 실제로 탐사선들이 화성에 가면서 측정한 데이터로도 안전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의 우주선과 달리 방사능 차폐기능에 더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면 우주선이 무거워져서 비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류의 화성탐사에 가장 큰 걸림돌이 우주방사능입니다.
미국의 차기 심우주 우주선인 오리온은 최대 21일간 심우주(지구 근처 말고 깊은 곳)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리온 우주선의 최우선 목표중 하나가 심우주 방사능에서 우주인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주선도 더 크고 튼튼하죠.
5. 미국은 다시 달에 갈 생각이 없는가?
아까 예산 말을 했죠. 지금 가치로 따지면 최소 300조원에서 1,000조원 예산을 들여서 달에 가봐야 뭘 얻을까요? 그런데 중국이 최근 급부상하면서 달정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상황이죠.
그래서 2018년에 오리온 우주선을 탑재한 새로운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이 발사됩니다. 또한 1968년에 아폴로 8호가 달까지 가서 달주변을 돌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그 코스 그대로 날아갑니다. 한가지 다른 점은 발전된 전자제어 기술 덕분에 오리온 우주선은 이번에는 무인입니다.
달까지 가면서 우주선을 테스트하고, 우주방사능에서 우주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등도 점검합니다. SLS발사체는 새턴-V 로켓에 버금가는 초대형로켓이고요... 한번 발사하는데 로켓값만 6천억원이 예상됩니다. (개발비용은 20조 가까이 들어갑니다.. 근데 우주왕복선 재활용품이라는...)
2018년에 발사되는 SLS-오리온의 무게는 2,300톤입니다. 아폴로-새턴이 2,950톤인것과 비교하면 짐작이 되죠? 달착륙 안해서 좀 가벼운거임.
그리고 2021년 정도에 사람 4명을 태우고 오리온은 달주변에 가서 미리 포획해놓은 소행성에 역사상 최초의 유인탐사를 하게 됩니다.
소행성을 붙잡은 포획로켓이 지구로 소행성을 끌고오다가 잘못하면 아마겟돈 생길까봐 달로 끌고가는거죠.
달 중력권에 잡아놓으면 그나마 위치가 고정되니까 향후 광물채취 등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달 착륙은 비용대비 효과가 없어서 안합니다.
중국은 아직 달에서 유인 기념촬영 못해봐서 해본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미국애들은 중국애들 머리위에서 소행성에서 금, 백금 캐낸다는거죠.
그런데 이런 소박한 계획 마저도... 총 예산이 앞으로 100조원을 넘어갈것 같다고 벌써부터 의회에서 난리입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면 딱 한번에 1,000조원 넘게 들거라는 비관적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그동안 제가 느낀 음모론자들의 가장 공략하기 힘든 반박주장이 바로 "그렇게 작은 달착륙선이 어떻게 다시 모선까지 날아가는가?"입니다.
그건 어제 글로 충분히 반론했고요... 나중에 딴데서 그런 주장 또 나오면 여러분들이 그냥 KIN 시키면 됩니다.
그 다음 반론들은 너무 많은데.... 그거 다 반박시키고 납득시켜면 아마 상대방은 벌써 대학원급 전공지식을 터득한 상태일지도...
인류가 다시 달에 못가는 이유는 오로지 돈 때문이란것만 아시면 됩니다. 방사능 따윈 뭐 엑스레이 100방 한번 찍고 달 기념사진 얻는 다면 해볼만하죠.
그리고 60년대에 로켓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건 맞는데... 아폴로 말고도 여러 군사적, 인공위성 분야의 용도로 다양한 예산이 배정되어 20여년간 꾸준히 발전하던 상황이었죠. (독일 기술을 이미 베이스 깔고...)
60년대에 기술력이 급증한 것처럼 보인것은 복합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