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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료 민영화 '재앙의 문' 여는가
[우석균 칼럼]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규제완화 멈추나?
박근혜 정부가 드디어 의료 민영화 재앙의 문을 열려 한다. 오늘(10일) 청와대에서는 두 가지 행정조치를 내린다고 한다. 첫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 둘째 병원 부대사업 대폭 확대 방안이다. 이 두 가지는 한국 의료제도를 통째로 바꾸는 의료 민영화 조치다.
정부가 말하는 국가개조. 국민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 국가개조의 첫 시발점이 바로 의료 민영화 조치로 시작되는 것이다.
우선 첫째로 영리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 지금까지 한국의 법인병원은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게 할 수는 없게 한다는 뜻에서 '비영리'로 규제되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비영리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만들어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고 이윤 배분을 한다. '엄마' 병원은 비영리, '아들' 병원회사는 영리 주식회사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몇 가지 제한조치를 통해 모병원과 영리자회사가 '엄격하게' 분리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모병원을 보고 투자를 하고 모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이윤을 배분한다.
모병원과 자회사가 분리가 될까? 한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은 어떻게 저질러지며, 지금도 숱하게 일어난다는 병원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는 왜 현장 실사가 0.1%도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병원의 돈은 영리 자회사의 돈이고 이 두 돈은 똑같이 생겼다. 자본에는 국경도 없는데 회계장부 하나 못 건너뛸까? 병원 자체의 영리 병원화는 필연적이다.
▲ 비영리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운영 방식. ⓒ프레시안
병원이 아니라 의료 기능 갖춘 종합쇼핑몰?
둘째, 병원의 부대사업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병원 부대사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병원을 기업으로 만들어 주려 한다. 지금 병원은 사전을 찾아보면 "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병원 개조론은 병원을 '종합쇼핑몰과 호텔, 부동산 임대업을 갖춘 곳으로 가끔 환자도 치료하는 곳'으로 바꾸려 한다.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이었던 지금의 부대사업이 조금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쇼핑몰 수준으로 바뀐다. '의료 등 생활용품 판매업과 식품 판매업', 관광호텔에다 헬스클럽, 목욕장, 수영장 등이 부대사업이 되고 여기에 부동산 임대업까지 병원 부대사업이 된다.
게다가 부동산 임대업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허용된다. 모든 부동산 임대업을 다 허용해주겠다는 이야기다. 의료관광호텔에는 의원도 들어설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쇼핑몰과 호텔 및 부동산 임대업을 운영하고 이 안에 병원을 하나 운영하는 기업.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지금의 병원을 개조해서 만들려는 '병원' 기업이다.
이렇게 제도를 바꾸는 것을 법 개정이 아닌 행정 가이드라인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의료법 개정은 당연히 없고 형식적인 공청회조차 없다. 물론 이른바 박근혜 정부식 '의견 수렴'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가한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개최한 기업가 토론회(생방송까지 했었다. <필자>)에서 병원 영리 자회사는 보바스 병원장이 민원을 제기했고, 또 40개 병원장에게 의견 수렴을 했단다. 또 병원 부대사업은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등에 의견을 물어봤다고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뒤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 뒤로 '확 걷어내는 규제장벽, 도약하는 한국경제'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병원에 이윤 투자의 길 열어주면 재앙
문제는 병원이 기업화되면 병원의 돈벌이가 더욱 심각해지고 건강보험 제도까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병원이 영리병원화하는 것은 의료 민영화라고 인정한다. 단 이번 조치는 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놓아두고 병원 자회사만 영리 회사로 바꾸는 것이고 부대사업만 늘리는 것이니 영리병원과 상관없단다. 그러나 병원에 쇼핑몰에 부동산 임대업에 호텔까지 운영하게 해놓고 이 사업들을 영리 회사로 허용해주면 이 병원이 어떻게 영리병원이 되지 않을까?
지금도 한국의 병원들은 이미 영리병원에 가까운 운영 행태를 보인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의료비 증가율이 1위이고 로봇수술 기계 등 고가장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며 갑상선 수술이 다른 나라의 10배가 넘는 등 과잉진료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다. 지금도 이런데, 아예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규제 완화를 하면 병원은 어떻게 될까? 병원이 외부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에게 이윤 배분을 하기 위해 이윤 추구를 더 해야 한다. 더욱이 부동산 임대업이나 쇼핑몰이 돈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된다면?
지금도 재정이 거의 매년 문제가 되는 한국의 건강보험이다. 의료비가 더 올라 재정이 견딜 수 없으면 결국 건강보험 제도도 무너진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국민들의 의무적 건강보험가입제도, 병원의 비영리병원제도의 세 발로 버티고 있는 한국의 의료제도 중 비영리병원 제도를 무너뜨리면 나머지도 무너진다. 결국 건강보험 제도도 무너진다.
지방선거 끝나고 의료 규제 완화…세월호 참사 교훈 잊었나?
바로 그래서 이번 조치가 무서운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고 법 개정도 없이 행정조치로 밀어붙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게 묻자. 이른바 '국가개조'의 시발점이 의료 민영화인가? 세월호 참사는 바로 20년 이상의 선박을 이용하도록 한 규제 완화 때문에 발생한 참사다. 또 구조를 민관협력으로 한다고 해난구조법을 개정하여 생명 구조작업까지도 민영화하여 정부 예산을 줄인 민영화에 인한 참사다. 그런데 아직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이 남아있는 이 마당에 정부가 지방선거 후 첫 조치로 한다는 것이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부문의 대규모 규제 완화와 의료 민영화 조치인가?
병원을 영리화하면 사람들이 더 죽는다. 병원에서 돈을 더 벌려면 꼭 필요한 인력을 덜 쓰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전체병원의 13%인 영리병원을 모두 비영리병원으로 바꾸면 1년에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덜 발생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멈출 것인가.
- 프레시안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 추진 강행
박근혜 정부가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일 의료법인의 영리 부대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의료법인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자회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로 했다의료민영화의 핵심정책을 완결짓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국민앞에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의 세월호 참사를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기자회견단은 의료법인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정책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심했던 핵심사안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것일뿐더러의료기관이 환자진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국회 논의 없이 행정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로 밀어붙였다엄연한 행정독재이자 입법권 침해라고 말했다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박근헤 정부의 국가개조론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의미한다는 진단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 날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으로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이번 정부 발표를 통해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과연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게 됐다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국가개조가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법을 피해가기 위해 자법인 설립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부대사업의 무한정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시행개정안을 입법에고한다엄연한 행정독재이자입법권 침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책은 필연적으로 의료비 폭등을 야기하고 국민건강권을 무너뜨린다이같은 우려속에서 국민들은 의료민영화를 반대해왔다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이어 유지현 위원장은 경고하건대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의료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보건의료노조는 지난 일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하고 다음 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합법적 쟁의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쟁수단인 파업을 준비하며 자법인 가이드라인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무력화 하는 투쟁에 나서겠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및 유지현 위원장 단식농성 돌입 일 기자간담회 일 비상 간부 결의대회 개최 일부터 전 지부 천막농성 또는 로비농성 돌입 일 파업 찬반투표 일 총파업 돌입 등 전면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의료영리화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의료민영화와 반대하는 각계각층과 보건의료 직능단체정당들과 연대하여 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박근혜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 전면 폐기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