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Mr.Lawrence.
내가 3년전 학교에서 널 처음 봤을때 넌 막 성묘가 된 듯했어..
어디선가 흘러들어와 학교근처를 돌아다니던 너는 사람에게 별다른 경계심이 없었지..
비록 처음에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너는 어느새 하루에 한번은 꼭 나에게 인사하듯 '냐옹'거리고 갔었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을때 난 너가 새끼를 가져서 그 아이들을 위해 사라진 것이라 믿었어..
사정이 있어서 반년 정도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다가 돌아왔지만 너는 그자리에 없었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늦은 밤 나와 집으로 가는데 너는 처음 널 봤던 그 근처에 앉아서 자신이 이제 돌아왔다고 '냐옹'이라며 인사했어..
그게 벌써 2년전이네..
너의 사람을 좋아하던 모습에 학교 운동장에서 조깅하던 어떤 착한 여성분은 너에게 밤마다 먹을 것을 가져다 주셨고, 난 틈만나면 너 옆에 앉아서 쓰다듬으면서 오늘 하루있었던 일을 혼자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말을 했었지..
비록 내가 아직 학생이라 너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우더라도 너에게 캔이라도 하나 사줬었고,
겨울이 되어 니가 걱정스러워 박스에 수건이라도 깔아줄까 하고 가보니가 누군가 벌써 아이스박스로 너의 집을 만들어 줬고
얼마 후 학교교직원분이 너에 집까지 마련해 주었더구나..
매번 밥까지 챙겨주는 걸 보고 난 조금 안심을 했어..이제 너를 잘 챙겨주는 사람이 생겼구나 싶어서 그런지 기분이 무척좋았어..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담배를 태우러 나가 입으로 똑똑 소리를 내면 너는 어느샌가 내가 널 부르는 소리인줄 알고 냥냥냥 거리며 풀숲에서 쉬다가 때로는 저멀리 다른 건물 근처에 있다가도 뛰어와서 다리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부비적 부비적..
한창 털갈이때라 내 바지가 온통 너의 털로 뒤덮히고 궁디팡팡을 하다가 나하고 장난을 치고 싶은지 매번 내 오른손을 할퀴고 깨물어 상처가 남고 흉터가 남아 지워지지 않아도 난 니가 너무 좋았어..매번 날보면 좋다고 와서 부비적거리는 모습때문이었을까...(뭐..나말고 다른 사람에가 가서 그럴때는 질투가 좀 났지만...ㅋㅋ)
근데..며칠 전..
여느때 처럼 담배를 피러 나갔는데 평소에 널 많이 이뻐라 해주던 커플이 걱정스럽게 널 보고 있더라..ㅠㅠ
가끔 학교로 주인없이 마실나오던 개한테 물려서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어...특히 오른쪽 엉덩이 쪽은 정말 심했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애처롭게 울던 너를 쓰다듬기만 하고 있었어...
뭐 다행이 너에게 평소 밥을 주던 교직원분과 연락이 되어 너는 이곳근처 24시간 동물병원으로 갔고..다음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난 니가 곧 나아서 다시 날 보면서 궁디팡팡해달라고..자길 쓰다듬어 달라고 나한테 올줄 알았어...
근데 오늘 낮...그때 너가 처음 다친것을 발견했던 커플한테....
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처음에는 잘 몰랐는데....하루종일 기분이 싱숭생숭하고...그냥 우울하기만 했는데..
너를 좀 더 기억해보려고..더 많은 사람이 니가 죽은 것을 알고 슬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글을 남기는데..눈물이 날꺼 같다...
이름없는 냥이야..너의 이름이 무엇인지, 몇살인지, 니가 어디서 온지도 모르고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지만..
나한테 속절없이 마냥 잘해주던 니가 자꾸 생각난다..내 생각에는 내가 널 보살핀게 아니라..니가 날 보살핀게 맞는거 같아..
취업도 안되고..번번히 시험도 떨어지던 나한테....그나마 웃게 만들어 주던 존재가 아마도 너였던거 같아......
지금 학교 도서관에서 너가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써 본다..
이젠 니가 좋아하는 꿈을 꾸며 편하게 잠들었으면 좋겠어..
좀 더 너에게 잘해주지 못했던거 사과할께..사랑하고..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