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의사 A씨가 지역 사회로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놓고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일단 의사 A씨는 31일 전까지는 메르스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고,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가 걱정하는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은 적다고 해명하고 있다.
(☞관련 기사 : "1500명에게 메르스? 난 무개념 아니다!") 반면에 서울 소재 대형 대학 병원의 한 호흡기 내과 의사 K씨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A씨의 알레르기 비염 증상과 메르스 초기 증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 이 의사가 5일 <프레시안>에 보낸 이메일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서 소개한다.
"알레르기 비염과 메르스 초기 증상 구분 어려워"프레시안 : 병원에서 무슨 진료를 하고 있습니까?
의사 K : 저는 서울의 한 대학 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호흡기 내과 전문의로서 의사 A씨의 인터뷰를 보고서 짚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했습니다.
프레시안 : 일단 의사 A씨는 자신이 31일 전까지는 무증상 상태였기 때문에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역 사회로 전파할 가능성은 적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의사 K :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분은 애초 알레르기 비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1일 이전의 기침 또 당연히 따랐을 콧물 등을 알레르기 비염 증상으로 생각했겠죠. 31일에 가래가 끓고 열이 나오고 나서야 메르스 증상을 의심했고요. 그런데 이 둘을 구분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31일 이전의 증상이 본인이 얘기하는 단순 알레르기 비염이었는지 아니면 메르스 증상의 초기 증상이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메르스 환자를 접촉하기 전부터 이미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었다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 14번 환자 접촉 후에 비염 증상처럼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면 메르스 초기 증상일 수도 있어요.
프레시안 : 메르스 초기 증상이었다면….
의사 K : 그렇죠. 31일 이전에도 전염을 시킬 수 있어요. 특히 감염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뱉어지는 가래에는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서 주위 사람을 감염시키는 전파력도 커지죠. 즉, A씨가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31일 이전 즉 29일부터는 타인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는 상태였을 수 있죠.
프레시안 : 그럼,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경고가 타당하다는 얘기군요.
의사 K : A씨의 진술만 100% 믿지 말고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프레시안 :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는 1500명이 참가한 모임 참석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사 K : 다른 대목에도 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29일부터 전염력이 있는 상태였다면, 의사 A씨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의료진 또는 의사 A씨가 담당하거나 회진을 돌았던 환자에게서 감염자가 발생할 겁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면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A씨는 30일(토요일) 오전에 심포지엄에 참석했죠. (본인은 사람이 없는 구석에 앉아 있다 금방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 병원의 혈관 외과 의사를 통해서 여러 병원에서 의료진이나 환자들을 통해서 (4차)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프레시안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