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웃지 않는 코미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개인 트위터 계정을 임의로 차단해 조롱거리가 되었다. '2MB18nomA'이라는 트위터가 욕설을 담은 '유해정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어서 같은 주인의 블로그도 차단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가 트위터에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자"고 쓴 글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허허 웃고 넘어갈 일에 죽자 사자 덤벼드는 걸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유머감각이 없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 까닭이겠지만,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내버려 두라. 그런다고 욕할 사람이 안 하겠는가' 한마디 하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차단조치 덕택에 그 '욕설 트위터'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유해정보'를 널리 확산시킨 셈이다. 게다가 이 사건 후 '2MB18romA'나 '2MBsheepshakeit' 등 유사 아이디가 속출했다. 심지어 나조차 비슷한 이름을 지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니 말이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는가.
어디 그뿐인가. G20 정상회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공안당국까지 나섰다. 담당검사는 피고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하며 근엄히 말했다. "청사초롱을 마치 쥐가 들고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 넣었다. 피고는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
정말이지 엄숙하고 심각한 사회다. 검사가 앞의 공판문을 읽으면서 웃지 않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이 상황이 희극적이라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만 모를 것이다. 본래 코미디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연기할수록 관객의 즐거움은 배로 늘지 않는가.
정부와 공안당국이 이 사실을 알면 '진노'할지 모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외국에서 조롱거리가 됐었다. 미국 풍자신문 <어니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없는 지도자들의 모임 G-175" 소식을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두 번째 순서로 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최약국 지도자들은 '데이스인' 여관에 모여, 세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심각히 논했다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부시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쥐'로 자주 묘사되었다. 포스터나 벽의 낙서만이 아니다. 도로의 '버스 정지(BUS STOP)' 표시가 '부시 정지(BUSH STOP)'로 바뀌기도 하고, '정차(STOP)' 안내판이 '부시 좀 말려(STOP BUSH)' 푯말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오바마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도 '유해 정보'는 넘쳐난다. 미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험악한 아이디에 비하면 '2MB18nomA'는 차라리 함축적 시어에 가깝다.
대놓고 '오바마 XXX'를 외치는가 하면, 무엄하게도 대통령을 '성기'와 관련지은 아이디도 숫하다.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부기관이 나서서 문제 삼거나 계정을 차단하지는 않는다. 욕설이 '유해'할지 모르나, 이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훨씬 더 유해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민 신임을 얻지 못할 바에야, 조롱의 즐거움만이라도 허하는 게 어떨까. 구글의 예를 통해 보았듯, 농담과 웃음은 분노를 창의적 에너지로 바꾸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재치와 창의력이야말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원동력으로, 탁월한 고용창출 능력과 막대한 경제효과를 갖는다. '선진조국'을 코앞에 둔 마당에 대통령의 체면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을 때까지만이라도 정부는 '성질' 배출을 자제해 주시는 게 좋겠다.
출처 : '2MB18nomA' 처벌? 오바마는 '성기'에도 비유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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