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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27464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7
    조회수 : 744
    IP : 119.195.***.230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14 21:21:10
    원글작성시간 : 2012/09/14 20:16:10
    http://todayhumor.com/?humorbest_527464 모바일
    배경음) 뱃놀이 -3부-




    아낙은 나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
    아낙이 눈을 슬쩍 흘기며 옆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깨비란 본디 피가 냉수처럼 차갑다지요. 그 살껍데기는 얼음장 같아,
    사람이 그 살가죽에 닿으면 소름이 돋고 정기를 빨려 힘이 빠진다 합니다."

    아낙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소녀가 넘어질까 배려하시며 좀 전 배에 오를 때에도 무사님은 소녀의 살깟을 닿으셨지요.
    그때 저의 몸뚱아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습니까? 기억이 애매하시다면 다시 제 손을 잡아보셔도 좋습니다."

    아낙이 해답을 낸 듯 당당하게 굴었다. 아낙의 허연 손바닥이
    내 확인은 재촉하며 위, 아래로 두어 차례 꿈틀꿈틀 움직였다.

    아낙이 뻗은 손을 가만히 잡자 과연 사람과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가 손을 잡은 체 한참 동안 입을 다물자 아낙이 스르륵 손을 빼며 뒤로 가져갔다.

    "이제 수긍이 가십니까? 소녀가 아직도 도깨비로 보이십니까?"

    "도깨비라면 요술을 부릴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반대 손까지 내어 드려야겠습니까?"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녀의 온몸을 더듬어 보셔야 믿으시겠답니까?"

    "낭자가 정녕 도깨비라면 이런 요술을 부려 사람을 홀렸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료."

    "소녀가 색을 드러내고 무사님게 추파라도 던진단 말씀이십니까?"

    "처음 본 남정네에게 손을 잡아보라 부추기는 아낙은 드물지 않겠습니까?"

    아낙이 턱을 괴며 못마땅한 듯 눈을 찡그렸다.

    "무사님은 용맹한 대장부인냥 행색을 하시더니, 순 난봉꾼이시군요?"

    "제가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사옵니까? 제가 도깨비라면 저를 겁탈하시겠다며 엄포를 놓으시곤, 제가 사람인 증거를
    내밀어도 믿어주시질 않으니. 무사님은 그저 처음보는 아낙을 품고싶어 밤길을 나서신 것이지요?"

    아낙의 말은 이치가 맞았다. 과연 도깨비들이 재치가 뛰어나다 하더니 나로 하여금 혼란이 들게하는
    완벽한 한 수를 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여인이 도깨비라면 정녕 소문 속의 도깨비들 묘사가
    정확하고 탁월했다는 것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

    아낙은 마치 자신이 도깨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호소하며 나를 홀렸다.
    처음보는 남정네에게 맨살을 만지게 허락했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은근슬쩍 자신이 겁탈당할까 두렵다는 듯 어린 사슴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낙이 사람일 경우, 내가 아낙에게 보였을 무례함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도깨비의 농간이라면 정말 탁월한 연기와 재치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예리하고 절묘했다.

    "낭자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하여 낭자를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여섭니까? 무사님은 소녀의 몸을 더듬기 위해서 궁색한 변명을 하고계신 거지요?"

    아낙이 나의 주장하는 바를 근본부터 부정하며 도발을 했다.
    순간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또한 도깨비의 농간처럼 생각이 들었다.

    "무사님은 저에게 욕정이 드신것 아닙니까?"

    아낙이 나를 난봉꾼 취급하자 내가 그녀를 도깨비로 몰던 행동들이 무색하고 민망스러워졌다.
    나는 다른 곳에서부터 다시, 이 이야기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아낙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 깊은 밤, 나루터에서 낭군님을 기다렸다는 낭자의 말씀을 신용할 수 없습니다."

    아낙이 서운한 느낌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말을 잇지 못하며 이내 눈물을 쏟을 듯 서글픈 표정을 하였다.
    나는 또한번 아낙이 도깨비라는 생각이 들며 절묘한 표정변화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

    "예, 소녀는 낭군님을 기다렸던 것이 아닙니다."

    "옛?"

    나도 모르게 천박한 생목소리가 터졌다. 아낙이 순순히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자,
    나는 오히려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내 눈앞에 보이던 승기가 저만치 도망가는 듯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소녀는 그저 강물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때우려 거닐었을 뿐입니다."

    아낙이 이치를 따질 수 없는 말을 내뱉자 머릿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아낙의 또 다른 허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식을 깨워 흔들었다.

    "그럼, 낭자는 어찌하여 온통 허연 옷으로만 치장하였소?"

    아낙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허연 옷가지를 입은 것이 소녀가 도깨비가 되는 이유라는 말씀입니까?"

    "통상적으론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순리인 듯싶소만?"

    "그렇다면 무사님은 틀에 박힌 생각뿐이 할 줄 모르시는 분 이시군요."

    아낙이 내 말문을 하나씩 닫아가며 나의 입지를 좁혀왔다.
    다음에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먹먹해져 왔다.

    아낙이 배 밑으로 다시 손을 가져가며 손가락으로
    물을 쓸어내며 부드러운 곡선모양으로 물결을 만들었다.

    "그럼, 소녀가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이 이야기가 못 미더우시다면
    무사님은 저를 품으시고 욕된 저의 정절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저의 목을 베어주세요."

    아낙의 굳은 표정에서 진정성과 알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






    -3부 끝-

    숏다리코뿔소의 꼬릿말입니다
    요즘 글쓰는 것 보다도 제게 성원을 주시는 분들의 댓글이나 추천수를 보며 더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친목성을 갖는 것이 오늘의 유머에서 금기시 되기 때문에 여러분의
    댓글에 답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하루에도 열두번은 여러분들의 댓글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정말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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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4 20:18:31  110.11.***.124  usami  13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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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09/14 20:36:55  116.228.***.23  달궁아기  166756
    [4] 2012/09/14 21:01:00  124.5.***.142  ===  1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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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2/09/14 21:16:55  118.34.***.103  Admin  110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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