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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팠다.
숨을 쉴 때마다 오른쪽 가슴이 아파왔다.
이상했다.
없는 가슴이 아플 리가 없는데.
참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심상치 않았다.
숨쉬는 것이 점점 불편해졌고,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심장을 쪼개서 내뱉는 기분이었다.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면역력이고 뭐고, 자가치료고 뭐고
그냥 내 발길은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병원은 붐볐다.
사람들은 저마다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자신의 대기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광판에 내가 뽑은 대기표의 불이 들어왔고,
나는 몸을 끌다시피하여 초진 접수대로 기어갔다.
“어디가 아프신가요?”
“가슴이...가슴이...”
나는 너무 힘들어서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저, 그건 성형외과를 가셔야 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자연확대가 불가능합니다.”
그 사람의 말은 단호했다.
그것은 마치 우사인볼트가 한국무용 스카웃제의를 받았을 때의 표정과 흡사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나는 살아야만 했다.
“크기는 포기했고, 가슴이 아파요.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요.”
그제야 접수대에 앉은 남자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내과로 안내해 드릴게요. 잠시만 앉아계세요.”
그말에 나는 얼른 내 인적사항을 적은 쪽지를 내밀고 대기소파에 몸을 던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간호사가 진료실에서 나와 차트를 살피며 내 이름을 불렀다.
“가슴 없.. 가슴 아픈 한송이 환자?”
나는 얼른 일어나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의사는 친절했다.
“가만 보자, 가슴이 없으시...아프시다구요?”
“네”
“아니 이지경이 될 때까지 우유를 안드셨나요?”
나는 의사의 얼굴에 녹색가래를 발라주고 싶었지만, 내게는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숨쉬기가 힘들고, 말할 때마다 꾹꾹쑤셔요. 왜이러는거죠?”
의사는 조용히 청진기를 귀에 꽂았다.
“결국에는 부풀어지진 않겠지만 최대한 가슴을 부풀려서 숨을 들이쉬었다 뱉으세요.”
그 말에 나는 진짜로 뱉을까 하다가 지금은 아프니까 참기로 했다.
“음, 우선 엑스레이랑 심전도 검사부터 하고 오세요.”
나는 진료실을 나와 엑스레이 검사실로 향했다.
“가서 속옷 다 탈의하시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오세요.”
그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커텐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가만히 계세요.”
쥐도새도 모르게 엑스레이실의 그 남자는 나의 몸을 찍었다.
순간 나는 겁이났다.
어느날 갑자기 위디스크나 짱파일에 내 흉부사진이 공유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힘든 몸을 이끌고 9층 심전도 검사실로 향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그곳에 있던 간호사는 내게 더한걸 요구했다.
“옷이랑 속옷모두 가슴 위로 올리시고 누우세요.”
이런 씨.
그 순간 깨달았다.
있던 없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나.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은 여의사가 들어오고 나서야 진정됐다.
어렵사리 검사를 끝낸 나는 결과를 듣기 위해 처음 진료를 받았던 내과 진료실로 향했다.
의사의 표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심전도는 이상이 없는데...”
그리고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 엑스레이를 보시면...”
화면에 띄워진 것은 조금전 날 괴롭게 했던 엑스레이 필름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른쪽 폐 아래쪽이 심하게 하얀색으로 뒤덮여있었다.
“저, 저건...뭐....죠?”
의사는 날 한번 흘끗보더니 뭐라고 웅얼거렸다.
아...
난 아직 젊은데.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내 말에 의사는 이내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까..쓰에요.. 까쓰가 찼네요. 그것도 가득.”
그랬다.
그것은 내 뱃속에 가득찬 까쓰였다.
순간 내 얼굴은 저녁 노을보다 더욱 붉게 타올랐다.
“보니까, 아무데도 이상이 없네요. 그냥 잠을 잘못자거나 그래서 아픈거 같은데?!”
의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약도 필요없다고 했다.
그냥 가서 쉬란다.
머쓱해진 나는 조용히 문밖을 빠져나오려나 나도모르게 외쳤다.
“아뇨! 그것은 아직 분출되지 못하고 갇혀있는 저의 열정입니다!”
진료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은 내가 미쳐 닫지 못하고 뛰쳐나온 진료실 안의 간호사의 말에 산산조각났다.
“왜저래?”
나는 그길로 돌아와 방구석에 쳐박혀 나의 한심함을 반성했다.
아, 나는 왜 진작 방귀를 뀌지 못했을까.
지난날 복통이 심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날도 나의 폐 아랫부분에는 하얀색이 선명했었는데,
그것은 까쓰가 아니고 응가였다.
결국 나는 시한부 변비판정을 받았고,
그 길로 씹어먹는 변비약을 사먹었었지.
하지만, 카라멜 타입의 그 약이 어찌나 맛있던지.
하루 권장량 2알을 훨씬 넘겨 6알을 먹었던 그날,
나는 화장실에서 그렇게 구슬프게 울었드랬다.
소심한 나의 동구녕이 원망스러운 하루다.
출처 : www.lilir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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