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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26262
    작성자 : 사랑하는똥개
    추천 : 100
    조회수 : 22260
    IP : 222.111.***.237
    댓글 : 1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11 21:41:09
    원글작성시간 : 2012/09/11 19:47:06
    http://todayhumor.com/?humorbest_526262 모바일
    간호사의 일(간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감히 이런글을 쓰기도 송구스러운 신규간호사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글을 쓰려는 이유는

    간호사가 하는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른채 그저 막연한 꿈만으로 간호사가 되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힘들게 얻은 직장을 눈물로 포기하는 동기들을 보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이 이 글을 쓰기 가장 적합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제가 간호과를 선택하기전에 읽었던 책들이 생각납니다.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 나이팅게일, 삶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책들을 읽으며 가슴 설레며 간호사의 꿈을 키웠었는데, 그 책들 어디에도 간호사의 업무나 간호사의 두려움을 설명해주지는 않더군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취업이 잘되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 간호사라는 이미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그렇고 대부분 이와같은 이유로 간호사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는 못하더군요.

     

    실습나온 학생들 오면 꼭 묻는 말이 있어요.

    학생선생님은 왜 간호사가 되고싶어요? 왜 간호과 왔어요?

    다들 똑같이 물어보면 수줍게 웃으며 대답하죠. 어릴적부터 꿈이었었어요.

    어쩌면 저는 제가 가졌던 간호사의 꿈을 상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그렇게 매번 물어보는지도 모르겠어요.

    학생때 늘 선생님들이 왜 맨날 저런질문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제가 간호사가 되어보니 알겠더군요.

    정말 지쳐서 떠나고 싶을때, 다 포기하고 싶을때, 너무 힘들어서 울고싶을때 학생들에게 저런 질문을 합니다.

    왜 간호사가 되고싶어요? 그 질문이 바로 질문하는 당사자,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라는걸 간호사가 되어 눈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간호사의 일과 책임과 부담감을 후배들은 알았으면 해서 글을 씁니다.

     

    1. 환자의 상태이상 파악

    환자가 병실에서 상태가 악화되면, 의사가 마법처럼 나타나서 멋지게 처방내리고 치료해줄까요? 아니요.

    대부분은 환자 본인조차도 자신의 상태변화를 모르고 있을때 간호사가 눈치채고 닥터에게 notify합니다.

    그리고 간호사는 환자가 왜 머리가 아픈지, 왜 토할 것 같은지 알아야해요.

    환자가 구토감을 호소할 때 아 이 환자는 pca(무통주사라고 알고계시는)를 하고 있고 pca에 처방되는 약물은

    어떤 어떤 약물이 있으니까 그 부작용으로 구토를 호소하시는구나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짐작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다른 증상은 없는지 혹시 다른 원인때문에 그런것은 아닌지 또 사정해야 하고요.

    간호사가 오더없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다 해놓고 닥터에게 노티합니다.  

    의사에게 "누구환자 토할것같다네요" 라고 보고하는게 아니라

    "누구환자 pca달고 계시는 분으로 구토감 호소하셔서 일단 pca는 잠궈놨구요. 바이탈 괜찮고 다른증상 없어요" 라고 보고해야 한다는거죠.

    의사는 간호사에게 정보를 얻은것을 토대로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다 주어야 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려면 증상의 원인을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예를들면 환자가 가슴통증을 호소할때 협심증 환자인지 위식도역류증 환자인지에 따라 내가 환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게 다르겠죠?

     

    2. 오더수행

    위 상황을 계속 예를들어볼까요? pca로 인해 구토감 호소하는 분께 어떤 처방이 날지 간호사는 알고있어야 합니다.

    구토감 너무 심하면 pca는 잠가놓고 다른 진통제를 주겠구나 아니면 pca유지하면서 항구토제를 처방하겠구나 예상해야하죠.

    왜냐하면 간호사가 오더를 걸러야 하기 때문이에요. 닥터도 사람인 이상 실수합니다. 아니 사실 연차가 낮을수록 실수하는건 당연하죠.

    간호사는 환자의 대변인이 되어서 부적절한 오더를 거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면 오더의 최종 수행자가 간호사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서명하기 때문이죠.

    환자들이 투약받는 약 하나하나에, 환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기록에 간호사의 서명이 들어갑니다.

    그건 이로인한 결과에 의료인으로서 간호사인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요.

    여기서 말하는 책임이란 말뿐인 책임이 아니라 '법적책임' 입니다.

    간호사가 멍청해서 의사가 하라는대로 해서 환자가 죽었을경우 간호사에게도 법적책임이 있다는 말이죠.

     

    한번은 제가 학생때 실습했던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환자가 혈압이 높은 상황에서 맥박이 느린 상황이었는데 의사가 b-bloker약물 처방을 내렸죠.

    b-bloker약물은 맥박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서맥인 환자에게는 잘 쓰지 않는데 그 환자는 맥박이 50대인데 처방이났어요.

    간호사가 "이 환자 pulse 54인데 그냥 줘요?" 물었더니 의사가 "그럼 혈압이 높은데 어떻게 해요?" 라고 되묻더군요.

    전화끊은 간호사가 "의사가 알아서 하겠지 난 몰라" 이러고 투여했고, 환자는 맥박이 순간적으로 20대까지 떨어져서 토하고 잠시 의식을 잃었어요.

    물론 순간적인 일이었고 환자분은 그 뒤 괜찮으셔서 아무일 없이 넘어갔지만 그 간호사의 무책임함은 잊혀지지 않더군요.  

    반면에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도 병원에서 학생실습중이었는데 간호사 한분이 전화붙잡고 닥터랑 싸우시더군요.

    "그렇게 그 약을 투여하고 싶으면 선생님이 와서 직접 하세요. 저는 못줍니다!"

    간호사가 그 질환을 치료하는 프로토콜을 모르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입원 첫날에는 뭐하는지, 수술 전날에 뭐하는지, 수술당일, 수술 다음날, 그 다음날, 그 다음날...아무것도 모르면 하라는대로 하게되죠.

    하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게 의료인의 일이에요. 아무도 실수를 캐치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죠.

    1~2년차 레지던트 샘들은 오더 엉망으로 내고 윗년차한테 "정 모르겠으면 연차높은 간호사한테 물어보고 하던가!" 라고 혼나는 일도 태반이에요.

     

    3. 교육

    간호사가 하는 일의 상당부분이 바로 교육이에요. 환자, 보호자 교육도 해야하고 학생도 교육해야 하고 신규도 교육해야하고요.

    그리고 끊임없이 각종 교육을 받아야 하고 케이스스터디를 해야하고 논문도 씁니다.

    그 중 정말 숨쉬듯이 해야하는건 환자교육이죠. 교육도 참 어려운 부분이에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하죠.

    검사 하나를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면 몇십만원 생돈날리는거라고 느낄 수 있어요.

    이 검사는 왜, 언제, 어떻게 할거고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은 언제까지 금식을 하셔야 되고 검사 한 다음에는

    어떤어떤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건 정상적인 거고 어떤건 비정상이니까 즉시 말씀해주셔야 되요.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검사의 목적과 방법과 전후간호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 뿐 아니라 환자를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꼭 필요한 검사인데도 병원에서 돈벌어먹으려고 나 돈없는데 괜히 검사시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절반은 되는 거 같아요. 일하다보면..

    내가 충분히 근거를 대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환자는 의료인과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치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4. 서비스

    간호사는 서비스직이에요. 많은 환자분들이 내가 비싼돈 내고 치료받는 만큼 대접받기를 원하십니다.

    내가 아픈만큼 돌봄받기를 원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나를 봐주길 호소하고 내 말을 들어주길, 내가 말안해도 알아주길 기대하죠.

    특히 어르신들은 아파도 안아프다고 하시지만 눈빛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아픈데 자식들 보기 미안해서, 바쁜 간호사한테 미안해서 아프단 말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간호사가 바빠서 하루종일 얼굴도 안비치고 약만주고 가버렸을때 환자는 분통을 터뜨려요. 불친절한 간호사 같으니.

    인력이 부족해서 정말 너무 바빠서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못갔지만 환자분들은 내가 그렇게 일하는지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는 더 친절해야 해요. 평소에 친절한 간호사가 바쁠때 덜 욕먹어요. 물론 바쁠때 신환들어오면 욕먹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힘들고 바쁠때 환자에게 친절해 지려면 기본적으로 그 환자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어야해요.

    간호사가 환자보다 간호사 스스로를 가엾게 여길 때 그만두게 되는 것 같아요.  

     

     

    대충 간호사의 일에 대해 감이 잡히시나요?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이 제 글을 보충해주신다면 좋겠네요.

    제가 간호사의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렸지만, 간호사의 스트레스는 업무적인 것 외에도 많아요.

    부족한 인력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근무시간이 길어지지만 그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는 병원,

    모두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형성되는 긴장감있는 대인관계

    생활리듬이 깨져서 체력관리가 힘든 점 등등

    간호사가 되고싶은 후배님들은 좀 더 각오하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대학병원들 매해 300명씩 뽑고 1년지나면 30명 남고, 또 1년 지나면 절반 남고 그럽니다.

    그만큼 자기 희생이 필요한 직업이고 실제로 많은 신규들이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자신을 잃는 느낌을 가져요.

    하지만 분명한건, 제가 이 직업을 소중하게 꿈꿨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겁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사랑하는똥개의 꼬릿말입니다
    요즘 간호실무사 문제에 대해서 덧붙이고 싶네요. 
    가끔 간호사는 그저 의사 하라는대로만 하는줄 아시는 분들이 계셔서 씁쓸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어쩔 수 없지요. 저도 다른직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간호조무사 분들도 간호사의 일을 쉽게 보셔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간호조무사분들도 간호사가 되고싶으시면 간호과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면허 따시면 되는데 
    굳이 공부하지 않고 간호사의 일을 하겠다는 것이 저는 이해가 안가요. 
    학교에서 그렇게 매일 하루종일 공부하고 밤새고 그랬던 간호사들도 일이 어려운데요. 
    저는 조무사를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고, 조무사 8년 하고 간호학과 입학해서 간호사 면허딴 동기도 있어요.  
    그런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조무사로 8년을 일한 언니가 대학생활이 쉬웠냐면, 결코 아니거든요? 
    가정형편을 변명으로 드시는 분도 계신데 저나 제 친구들 모두 가정형편 어려워서 학자금대출 받으며 공부했습니다. 
    30대, 40대도 뒤늦게 간호학과 입학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절대 뒤늦지 않았구요, 워낙 간호과는 만학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굳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되는 방법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고 
    그 어떤방법보다 자연스럽고 정당한 방법이 있는데 편법을 원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런식으로 얻은 간호사 면허가 과연 업무에 도움이 될까도 의심스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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