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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는 베란다에서 떨어졌었습니다. 그 다음 눈을 떴을때 저는 제 침대에서 누워있었어요. 아빠가 말씀해주셨던 키가 크는 꿈을 꿨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부터 엄마,아빠는 저를 보지 못했고,
매일 제 사진을 앞에두고 울기만 하셨습니다.
저는 결국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사람이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된다고 말한적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하늘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하지만.....엄마, 아빠하고 떨어지긴 싫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엄마한테 업혀있거나, 안겨있거나 했습니다.
엄마한테 업혀있으면 너무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엄마가 매일 ‘사랑해 민진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빠도 출근하실 때, 퇴근하실 때 나에게 뽀뽀를 해줬습니다.
물론 내 사진에 하는 것이었지만, 예전 아빠의 까끌까끌한 수염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이제는 엄마, 아빠 곁에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이제 엄마의 등은 민준이 차지가 되겠지만......전 괜챦습니다.
민준이가 나중에 자라서 누나가 있었다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 아빠를 사랑하니까 이제 그만 떠나야 겠습니다.
보고싶더라도 참아야겠지만..........모든게 곧 괜챦아지겠지요.
엄마,아빠...민준아....안녕.
8.
현기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현기는 자신이 어느 병실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침대위에는 미령이 누워있었다. 미령의 왼쪽 팔에는 링거가
연결이 되어있었고 링거액은 일정한 간격으로 투명한 관을 통해 미령의 혈관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링거액이 떨어지던 것을 보던 현기는 미령의 발끝에서 차가운 욕실바닥으로
떨어지던 물방울이 떠올랐다.
어젠 지옥이었다. 지옥에서 겨우겨우 탈출해서 지금은 숨을 고르고 있다.
의사는 미령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미령의 목에는 여전히 빨간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흉한 상처는 사라질 것을 현기는 알고 있었다.
민준이는 옆집에 맡겨놓았다. 현기가 구급대원을 따라 정신없이 뛰쳐나오는데 민준이 생각이 났다.
현기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옆집 벤츠 남자와 그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한바탕 소란에 밖에 나와 있다가 “민준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보고 있겠습니다” 말했고 이어 “우리는 소아과 의사입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기는 자신이 생각했던 벤츠남자의 이미지와는 전혀다른 모습과 민준이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것에 대하여 적잖이 놀랐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들이라면 그 정도는 이해해줄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차단하는 것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었다는 것을
현기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미령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현기는 두려웠다. 미령은 첫 번째 시도 실패 후 의식을 되찾았을때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현기에게 원망섞인 눈빛으로 “왜 살렸어?”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현기는 이번에도 그런 칼날같은 말이 미령의 입에서 나올까 짐짓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미령이 조용히 눈을 뜨더니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현기의 얼굴을 이곳 저곳 무엇인가를 찾듯이 바라보았다.
“현기씨......얼굴이 왜그래....왜 이렇게 상했어?”
현기는 울음이 나올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았다.
현기는 칼날같은 말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그냥 잠을 못잤어. 그리고 민준이는 옆집 부부한테 맡겨 놨으니 걱정하지마”
미령은 “민준이...”라고 작게 혼잣말을 한 뒤, 다시 눈을 감았다.
현기는 미령이 다시 잠에 들었다고 생각했다.
의사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한 현기가 일어나려는데 미령이 눈을 감은채로
말했다.
.
“현기씨......나....꿈을 꿨어”
“응? 무슨 꿈이었는데”
현기는 돌아섰던 몸을 돌려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민진이가 꿈에 나왔어. 예전 처럼 내 등에 업혀서.... 민진이는 곧잘 부르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우리는 같이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가 끝나자 민진이가 이제는 자기도 다 컸으니 엄마 등에 업히는 건 그만해야겠다고 말했어. 나는 안그래도 된다고 이야기 해줬지만.......민진이는 자기가 내려와야 엄마가 가벼워지는 거라고 웃으며
말했어. 그렇게 내 등에서 내려오더니 소풍을 간다고 했어. 나는 김밥을 싸줄테니
잠깐만 기다려라고 말했는데..........민진이는 이번 소풍은 좀 길거라고.......가면 먹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하면서 현관을 나가는 거야.
난 민진이를 잡을려고 했는데.........내가 다가가면 더 멀어지고.....다가가면 더 멀어지고.......그러더가 민진이가 돌아서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민진이가 뭐라고 했어?
현기는 젖은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자기는 엄마, 아빠 눈꺼풀안에 살겠대. 그러니까 자기 보고싶으면 눈을 감고 하늘은 보라는 거야........그러면 자기가 보일거라고..........”
현기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미령의 말을 묵묵히 듣는 것이외엔 그리고
슬픈 미소를 짓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현기씨.......지금 마음이 너무 편해.....민진이 생각이 여전히 많이 나지만. 예전처럼 슬프거나, 괴롭지 않고........따뜻한 느낌만 들어. 자기도 이런 기분이었으면 좋겠는데...”
“난 너만 좋으면 괜챦아. 다른 건 바라지 않아”
.
현기와 미령은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9.
젊은 부부가 병원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더니 남자와 같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문객을 위한 혈압계와 체중계 등이 놓인 서비스 센터였는데 여자는 체중계앞에 멈춰섰다.
남자가 웃으며 여자에게 올라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여자는 잠시 주저하더니 체중계로 올라갔다.
여자는 한참동안 체중계를 보더니 내려와 남자의 손을 잡고 다시 병원 정문으로
걸어갔다.
내가 잠깐 그곳을 스쳐지나며 본 수치가 맞다면 체중계의 디지털 수치는
‘50kg'였다.
젊은 남자와 여자는 어느새 병원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눈을 감고 둘다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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