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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디다 올릴까 고민하다가 일단 여기다 올려봐요.
본문은 음슴체 말고 독백체로 가겠습니다.
좀 긴 얘깁니다.
"워어어어어~~~~~"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괴성을 지르며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몸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의 검은 형상은 손에 든 반짝이는 물체를 그대로 침대에 내리 꽂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무려 세 번이나 반짝이는 물체를 내리 꽂은 검은 형상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했다.
그 사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나는 형광등을 켰다.
술에 취한 옆집 남자는 칼을 들고 있었다.
그놈은 밝은 형광등 아래서 나를 발견하고는 손에 든 칼로 나를 위협했다.
나는 재빨리 그놈의 바깥쪽으로 파고 들며 칼을 든 손을 잡고 비틀었다.
"어억!!!"
그놈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칼을 놓친 순간
나는 그놈을 있는 힘껏 현관문 밖으로 밀어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그놈은 술 때문인지 고통 때문인지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한바탕 소란에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잠옷 바람에 달려 나왔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와중에 부시시 몸을 일으킨 그놈은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더니
어디선가 녹이 약간 슨 칼을 찾아 들고 내 앞에 위협적인 자세로 섰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놈의 팔을 비틀어 칼을 빼앗고는 그놈을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다시 일어난 그놈은 이번엔 마당 한켠에 쌓아놓은 빨간 벽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잡이로 던진 벽돌에 주인 아저씨가 맞았다.
나는 천만다행으로 귀 옆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헉!!!"
분노를 가득 실은 나의 발길질에 그놈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 뒹굴었다.
그 사이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칼 두자루와 벽돌들을 다른 사람이 치우지 못하도록 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둘러보고 내 설명을 듣더니 차로 돌아가 면장갑을 끼고 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서 칼을 한 자루씩 들어 보이며 '증거 1입니다, 증거 2입니다'라고 하곤
투명 비닐봉투에 따로 넣어 챙겼다.
옆집의 그놈은 그 증거1, 2와 함께 경찰차에 실려 갔고,
나는 옷을 갈아 입고 방 안과 마당을 수습한 뒤 파출소로 향했다.
"야이 개새끼야~~~ 다 죽여버릴거야~~~"
파출소에서는 그놈이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를 왜 죽인다는 건지 모를 일이었지만
곧 그 악다구니가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내가 나타나자 그놈은 얼굴이 벌개져서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침을 한바가지 정도는 튀겼을 정도로 길길이 날뛰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놈이 악다구니를 쓰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진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경찰서 조사계에서 만난 그놈의 초췌한 얼굴엔 억울한 표정이 가득했다.
"아니 글쎄, 저는 그런 적이 없다니까요."
"증거가 있는데 자꾸 이럴 거예요?"
"아니 제가 왜 남의 방에 들어가서 칼을 휘두릅니까?"
"김XX씨 계속 이렇게 발뺌을 할 거예요?"
"아니 저는 그런 적이 없다니까요"
그놈은 습관인지, 억울해서인지 연신 '아니'라는 말을 써 가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 잤는데, 깨어보니 경찰서 유치장이더라는 것이다.
나는 조사계 안에 있는 수 많은 책상 위에 놓인 명패들을 재빨리 훑었다.
내게 전화했던 경찰은 그놈을 조사 하고 있는 경찰과 바로 옆자리였다.
"저... 전화 받고..."
"아, 글로씨?"
"네, 제가 글로입니다."
"아, 여기 앉으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글로씨의 진술이 필요해서요"
"제 진술은 밤에 파출소에서 다 했는데요"
"그건 그거고, 추가 진술이 좀 필요해서요"
"네, 물어 보세요"
'김XX씨와는 아는 사이입니까?"
'네, 옆집에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습니까?'
'네, 조금 있었습니다'
'전에 두 분이 다툰 적이 있습니까?'
'다퉜다기 보단 약간의 마찰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마찰이었죠?'
나는 군생활을 해군에서, 그것도 좀 길게 했다.
영외거주를 시작하면서 부대 근처에 방을 얻어서 자취를 해야 하지만
365일 중 200일 이상 바다에 나가있다 보니 굳이 방을 얻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전역을 6개월 여 앞두고 동기가 부대 근처에 방을 얻었다며 함께 살자고 하기에 당장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의 구조는 조금 독특했다.
마당의 자투리 공간에 벽돌을 대충 쌓아 방 두개를 만들었는데,
주인 아저씨는 보일러 두 대를 설치하는 돈이 아까웠던지
방과 방 사이에 보일러실을 만들어놓고
보일러 한 대를 양쪽방이 공유하도록 해 놓았다.
처음 그 집에 들어갔을 때는 한여름이라 그 구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10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 방이 위치한 건물을 가운데 두고
동향으로 난 출입문 쪽은 마당 건너편으로 다른 건물과 함께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가 햇빛을 가렸고
그 반대편, 즉 서향으로 난 창문 바깥쪽은 좁은 골목길 건너로 2층집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하루종일 햇빛이 비추는 시간이라곤 그 모든 악조건들의 틈바구니로 아주 잠깐이 고작이었다.
방이 추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동기녀석이 기름을 넣어놓은 게 있어서 그걸로 추위는 면할 수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보일러가 작동을 멈췄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주유소에서 기름 5만원 어치를 사다가 넣었다.
기름통도 작아서 5만원 어치를 넘으면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2~3일 쯤 있다가 출동(항해)를 나가게 됐다.
열흘 쯤 후에 집에 들어왔을 때 다른 함정에 근무하는 동기녀석은 들어오질 않았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출항한 동기녀석의 배는 정상적인 경비임무에다 훈련까지 겹쳐
우리보다 2~3일 늦게 입항할 예정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들어온 방의 냉기에 몸서리를 한 번 치고는 보일러를 켰다.
그런데...
귀뚜라미 소리가 요란하게 삑삑거렸다.
며칠 작동을 안 시켰다고 고장이 났나 싶어 보일러실로 향했다.
보일러를 살펴보니 별 이상은 없어보였다.
자고로 문제가 발생했는데 문제점을 찾지 못할 땐 껐다 켜는게 최고다.
보일러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위잉~~~'하며 모터가 경쾌하게 돈다.
그럼 그렇지 하며 뒤돌아서는 순간...
다시 한 번 귀뚜라미가 삑삑거린다.
혹시나싶어 기름통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기름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5만원어치를 넣고 2~3일을 땠고, 그 이후 열흘 넘게 이 방에 왔다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2~3일을 땠다곤 해도 10월 중순이라 저녁 시간에 아주 잠깐 때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기름통에 가득 차 있던 기름이 모두 증발해버린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다 넣었다.
"옆집 새끼 집에 왔나 보네"
같은 집에 살고 있다고는 해도 서로 다른 함정에 근무하다 보니
얼굴 한 번 마주치기 어려운 동기녀석이 입항하던 날
퇴근 후에 단골 식당에 들러 저녁밥과 함께 반주를 조금씩 마시고 집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사우나를 연상시킬 정도로 뜨거운 방안의 온기에 동기녀석이 역정을 내듯 내뱉은 말에
나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렇지, 이 방은 보일러 한 대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지'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옆집의 그놈은 우리가 넣은 기름을 다 써버리고 모른 척 했던 것이다.
나는 당장 옆집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11월 초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어제낀 그놈이 문을 빼꼼히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 옆집 사람인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저희가 기름을 계속 넣었었는데요, 원래는 기름값을 반씩 부담해야 하는 거잖아요"
"뭐 그런데, 저는 이삿짐 센터에 근무하기 때문에 집에 잘 없어서요"
"그건 저희도 마찬가진데요. 저희는 한 달에 열흘 정도 집에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근데 왜요?"
"열흘 쯤 전에 기름을 가득 넣어놓고 갔는데, 갔다 와보니 기름이 하나도 없어서 제가 또 넣었거든요"
"누가 썼겠죠"
"그러니까, 누가 썼냐는 거죠. 그 기간 동안 저희 집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거야 저도 모르죠"
그 때 방 안에서 30대 중반 쯤 되는 남자가 나왔다.
"아... 그게 그쪽에서 기름을 넣은 거였어요?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네?"
"아 저는 얘 선밴데요, 지난달에 제가 한동안 여기 있었거든요"
"그럼, 그 때 기름 다 쓴 사람이..."
"네, 저랑 얘 친구들이랑 셋이서 좀 땠습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뭐 이미 쓰신 건 어쩔 수 없구요, 앞으로는 정확하게 분담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네, 그렇게 하죠. 근데, 제가 지방에 가고 집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일단 먼저 넣고 나중에 제가 드릴게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니까 서로 그렇게 하죠. 그리고, 보일러 좀 살살 때세요. 무슨 사우나 온 줄 알았어요"
'아 네 그렇게 할게요"
조금 퉁명스러운 그놈은 연신 발뺌을 하다가 선배라는 사람이 나서고 나서야 모든 걸 인정했다.
며칠 후, 또다시 작동을 멈춘 보일러 때문에 옆집 문을 두드렸다.
옆집 남자는 집에 없는지 몇번을 두드려도 조용하기만 했다.
하는 수없이 또 내 돈으로 기름을 사다 넣고 영수증을 챙겼다.
"저기요, 지난 번에 기름 넣은 거 영수증이에요. 저한테 2만 5천원 주시면 돼요."
"아 이거 어쩌죠? 지금 현금이 하나도 없는데... 대신에 다음에 제가 기름 넣을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러나 그놈은 그날 이후 절대 기름을 넣지 않았다.
기름이 떨어진 걸 알면서도 일부러 기름을 넣지 않고 며칠씩 버텨 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나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2월 말일자로 전역할 때까지 그놈은 한 번도 기름을 넣지 않았고, 기름값도 내지 않았다.
그놈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기도 했거니와 군인 신분이라 민간인과의 마찰은 되도록 피해야 했다.
옆집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반드시 담판을 지으리라 다짐하며 옆집 문을 두드렸다.
이제 전역도 한 마당에 여차하면 한 대 쥐어 박을 생각이었다.
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사람은 일전에 만났던 그 선배였다.
"안녕하세요. 이 집 주인 있습니까?"
"어. 안녕하세요. XX는 지금 없는데요"
"아 그런가요? 언제쯤 들어오죠?"
"글쎄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들어올 것 같은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보일러 기름값 때문에 그러시죠?"
"네..."
내 손에 쥐어진 영수증을 본 선배가 눈치를 채고 먼저 말을 꺼냈다
"얼마나 되죠?"
"지난 번에 제가 다녀간 이후로 한 번도 안 냈으니까 지금까지 30만원 정도 주셔야 합니다"
"한 번도 안 주던가요?"
"네, 한 번도요..."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 드릴게요"
"뭐 그쪽에서 사과하실 일은 아닌 것 같구요, 이 집 주인 들어오면 얘기나 좀 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제가 기름값을 드릴게요"
"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저희가 기름을 땠으니까 저희가 드릴게요"
그날 이후 그 선배와 옆집 남자의 친구들은 수시로 내 방 문을 두드렸고,
가끔 그들과 어울려 술을 한 잔씩 하면서 옆집 남자를 비롯한 그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으로 나는 옆집 남자로부터 그동안 밀린 기름값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거 뭐 똑같은 놈들이네"
"네?"
"저놈이나 너나 똑같다고"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그렇잖아. 기름값 안 주고 버틴 저놈이나 그걸 또 쫌스럽게 끝까지 받아내려고 했던 너나..."
"말씀을 좀 조심해서 하시죠. 저는 피해자입니다."
"피해자는 무슨... 너도 똑같애 임마"
담당 형사는 별안간 말투를 바꿔서 내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뭐요? 임마? 이 새끼가 얻다 대고 막말을 하는 거야?"
"뭐 이새꺄?"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 당황한 듯하던 형사는 욕으로 응수를 했다.
"이 새끼가 근데... 경찰이란 새끼가 어디서 피해자한테 욕을 하고 지랄이야?"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너 몇살이야?"
"내가 몇살이든 이새꺄, 경찰이 피해자한테 반말하고 욕 하게 돼 있어?"
"이새끼가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내가 잘못한 건 뭔데?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해봐 씨발놈아"
"거기 무슨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태를 지켜보던 반장이 끼어들자 담당 형사는 짐짓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대답했다.
반장은 흥분해 일어선 나를 보더니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거기 조용히 하고 앉아"
"뭐?"
"이게 어디서 잘 했다고 큰소리야?"
"큰 소리 칠 만 하니까 치지"
"이거 뭐야?"
"피해자다 씨발놈아"
"...."
아마도 반장은 나를 피의자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피해자라는 내 말에 반장의 얼굴에 당황의 표정이 스쳤다.
"아...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
"경찰이 피해자한테 반말하고 욕을 해도 되는 겁니까?"
"절대로 그러면 안 되죠"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났는데요"
"조형사, 어떻게 된 거야?"
"아 글쎄 이놈이 지도 잘 한 것도 없는 주제에..."
"야이 개새꺄"
반장의 적극적인 중재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그 자리에서 조형사와 한바탕 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형사는 반장으로부터 단단히 주의를 받은 후에야 내게 깎듯하게 존댓말을 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십니까?'
'네'
'가해자와 합의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전혀요'
'웬만하면 그냥 합의 하시죠'
'아니오. 최고형으로 처벌해주세요'
".... 저랑 담배 좀 피우시죠"
"이런 경우 최고형이라고 해봐야 벌금 50만원 정도 나올 겁니다"
"아니, 살인미순데 50만원 벌금형요?"
"살인미수가 성립이 되려면 글로씨가 상해를 입으셔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아니, 잠 자고 있는 집에 칼을 들고 들어와서 실제로 내리찍기까지 했는데 살인미수가 아니라구요?"
"네, 피해자가 상해를 입어야 합니다"
"뭐 그런 경우가 있습니까?"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나라 법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합의금이나 좀 받고 끝내시죠"
"아니오. 그래도 합의는 안 할랍니다. 저새끼 주민등록에 빨간줄 그어야겠어요."
"그게요... 우리나라에는 사면제도라는게 있어서... 금방 사면되고 기록 지워질 겁니다"
"아... 씨발..."
"일단 여기 좀 계세요. 제가 가서 저놈 나오라고 할테니까 두 분이서 얘기 좀 해 보세요"
"미안하게 됐다"
"뭐가?"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됐고... 나는 너랑 합의해 줄 생각 없으니까, 나중에 사면을 받든 어쩌든 일단은 벌금형 받고 전과자로 살아 씨발놈아"
"그래"
"이새끼 이거 골 때리네"
조형사는 나와 얘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놈에게 욕을 하며 비웃었다.
그놈은 배알이 뒤틀려 미칠 지경이었다.
물론 시작이 좋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자기는 옆집에 붙어 사는 사람인데
옆집 사람은 자기 선배나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는 눈치였다.
엄밀히 말 하면 자기가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못했을 사람들이
자신을 제쳐두고 지들끼리만 친하게 지내는 게 못마땅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선배와 친구들을 오지 못하게 했더니 이번엔 따로 연락해서 밖에서 만나는 모양이었다.
물론 자신이 옆집 사람에게 실수를 두어가지 하긴 했다.
첫째는 몇달 동안 기름값을 주지 않고 모른 척 했던 것이고
둘째는 그 일을 사과하겠다며 술을 사기로 하고 단골 주점에 데려갔는데,
술이 취해서 그만 그사람만 남겨놓은채 집에 와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남자는 밤새 자신을 기다리다 술값을 바가지 썼고, 그 일로 자신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래도 나중에 사과도 하고 술값도 돌려줬는데,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 술 취해서 실수한 걸 갖고 자신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옆집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허탈함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칼을 들고 내 방에 들어와 세 번이나 내리꽂은,
피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을 그 엄청난 일이
고작 그놈의 질투심과 자기 합리화 때문이었다니...
나는 그놈이 고작 벌금 50만원으로 끝난게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놈을 괴롭히고 싶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그놈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놈이 나올 때까지 두드렸다.
"넌 앞으로 나한테 괴롭힘 좀 당해 봐 씨발놈아"
"그래. 이렇게 해서 네 기분이 풀린다면 어쩔 수 없지. 정말 미안하다"
서너번 정도 그놈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짓을 했다.
그 때마다 그놈은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용서해 달라고 했다.
결국 나는 서너번 만에 울면서 고개를 조아리는 그를 용서했고 그 뒤로 가끔 술도 한 잔씩 했다.
쾅쾅쾅!!!
"문 열어 씨발놈아"
"누구세요?"
"빨리 문이나 열어 씹새꺄"
"아~~~ 씨발. 뭐야? 술 마셨으면 곱게 들어가서 자라"
옆집놈의 악다구니에 나는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챙그랑!!!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급기야 그놈은 유리창을 깨고 손을 넣어 잠금 장치를 풀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왠 덩어리 하나가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다 한마디 한다.
"너 이리 나와 씨발놈아"
"누군데 이 밤에 남의 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시는 겁니까?"
"나 XX 친군데, 네가 그렇게 XX를 괴롭힌다면서?"
"나 참... XX가 그래요?"
"나이도 한 살 어린 새끼가 꼬박꼬박 반말하면서 술만 취했다 하면 문 두드리고 행패 부린다던데"
"그래서 지금 나랑 한 판 붙겠다고 웃통까지 벗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ㅎㅎㅎ"
너무도 침착한 내 모습에 당황했는지 덩어리는 나를 노려 보던 그 눈으로 옆집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XX가 그거 말고 다른 얘긴 안 해요?"
"뭐...뭔 얘기 씨발놈아"
"욕은 하지 마시고... 저새끼가 밤에 내 방에 칼 들고 들어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던 얘기는 안 하던가요?"
"뭐...그... 안... 했는데요"
"저 씨발놈이 자기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삐쳐서 제 방에 칼 들고 들어와서 세번이나 찔렀어요. 뭐, 다행히 빨리 피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열 받아서 제가 서너번 술 먹고 들어오면서 좀 괴롭히긴 했어요"
"아..."
"나중에 서로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같이 술도 마시러 다니고 그랬는데..."
"하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 나 저 씨발놈을..."
옆집놈의 친구라는 덩어리는 나에게 공손히 사과를 했다.
그리고 옆에서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던 옆집놈을 몇대 쥐어 박고는 데리고 가 버렸다.
그날 이후 그놈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나 몰래 이사를 가 버렸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그놈의 친구들이 전해 준 얘기로는
그놈은 결국 그 술버릇 때문에 친구 관계도 다 끊어지고 동네에서 쫓겨나다시피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1998~1999년 사이에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소설 형식으로 써 보긴 했는데, 부족한 실력이라 보시기에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