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56일을 맞이하는 11월 26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김지윤 학생, 2학년 4반 김호연 학생,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학생부터 소개합니다.
김지윤 학생입니다.
지윤이는 남동생이 둘 있는 삼남매의 맏딸입니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셔서 늘 바쁘셨기 때문에 집안일은 지윤이가 도맡아서 돌보았습니다. 청소와 설거지도 했고 남동생들도 잘 챙겨주었습니다.
지윤이는 과목 중에서 영어를 제일 좋아해서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지윤이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지윤이가 생활했던 단원고 2학년 2반 기억교실 칠판에 있었던 사진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지윤이는 아래에서 세 번째 줄, 위에서도 전수영 선생님 아래부터 세 번째 줄 정가운데에 있습니다.
지윤이는 참사 2주가 되어가던 4월 29일, 세월호 5층 로비에서 단짝이었던 2학년 1반 박성빈 학생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4반 김호연 학생입니다.
호연이는 형이 하나 있는 두 형제의 막내입니다. 4반 반장이었던 호연이는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키 크고 잘 생기고 예의바른 아이라서 어머님께 "애인 같은 아들"이었습니다. 호연이는 운동 중에서도 특히 야구를 좋아했는데, 호연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탤런트 에이전시에서 나오신 분이 오디션 보러 오라고 명함을 주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궁금하니까 한 번 가 보자고 하셨지만, 호연이는 공부에 방해된다며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호연이가 생활했던 4반 기억교실 작은 칠판에 "금주 주번"으로 호연이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름 옆에는 "보고 싶다"는 그리운 마음이 적혀 있습니다.
호연이를 잃고 나서 형님은 호연이 영정 사진을 들고 제주도 순례를 다녀오셨습니다. 호연이가 가고 싶어했던 제주도를 그렇게 해서라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은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도 하시고 거리에서 서명도 받으시며 열심히 활동하셨습니다.
지윤이와 호연이와 함께 생일을 맞이하신 2학년 9반 담임선생님 최혜정 선생님입니다.
최혜정 선생님은 안산 출신으로, 안산에 있는 고잔고등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에서 역사와 영어를 복수 전공하고 재학 중에 임용시험에 합격하신 뒤에 사범대 수석으로 졸업하고 안산으로 돌아와 2013년 3월 단원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해서 영어를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주시는 다정한 선생님이셨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셨습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도 심하게 야단치시는 일이 없고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고 합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단원고 행정실 선생님 또한 "최근 부임한 선생님들 중에서 성실성으로는 최고였고 교육철학도 남다른 뛰어난 선생님이셨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최혜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안심시키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머무르던 4층 선미로 내려가서 학생들부터 대피시키셨습니다. 선생님은 4월 17일 오전에 발견되었습니다.
단원고 기억교실 교무실에 있었던 최혜정 선생님 자리입니다.
2학년 9반 교실 문설주에는 "최혜정 선생님 예뻐요 사랑해요"라는 추모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최혜정 선생님의 희생정신을 기려 미국에서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와 함께 최혜정 선생님을 추모하는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지윤이, 호연이, 최혜정 선생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동생들한테 따뜻한 누나였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생활했던 지윤이, 운동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고 기타도 피아노도 잘 쳤던 재주꾼 호연이,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며 감싸 주셨던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말아 주세요.
참사 희생자 304분 중에서 단원고 조은화 학생, 허다윤 학생, 박영인 학생, 남현철 학생,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 이영숙님, 일반인 권재근님, 권재근님 아드님 권혁규님, 이렇게 9분이 아직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구할 수 있었는데 구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확실해져 분노를 더할 따름입니다. 주범들을 끌어내려 심판해야 할 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끝까지 함께 한다고, 기억한다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씀해 주세요. 지난 2년 반동안 묵묵히 싸워오신 세월호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