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이 출연하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고 왔습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에
수상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냐리투의 도전정신과 모험이 얼마나
극한으로 까지 몰고갈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작년 '버드맨'처럼 이냐리투는
영화를 만드는데에 있어서 자기자신에게까지
철저히 채찍질 하는 듯 합니다.
'레버넌트'를 찍을 당시 세가지 원칙을 고수했는데
첫째가, 시간 순서대로 찍는 것
둘째가, 햇빛과 불빛으로만 이루어진 자연광을 쓰는 것
(큐브릭이 '배리 린든'에서 처음 시도 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러운 롱숏으로 찍는 것.
세번째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
디카프리오가 카메라를 향해 숨(입김)을 불어
그대로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자연의 안개와 (담배)연기로 연결을 시켜
이러한 촬영방식과 연출이 얼마나 대담하고 대단한지 잘 보여줍니다.
실제 촬영장도 야생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긴장과 모험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얕지않게 두루 넓고 깊게 파헤쳐 156분간
'휴 글래스'의 처절한 리얼리즘 생존사투를
몸소 체험시키게 하는 것은 전작 '버드맨'에서도 같이 협업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몫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오프닝 전투부터 입이 벌어지게 하는
롱 테이크 촬영들은 (여타 다른작품들과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술적인 면모만 부각된게 아니라
그 인물들의 처절한 상황과 내면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유독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나 '익스트림 롱숏'이 많은것은
인물의 내면이 얼마나 극단적 상황과 극한까지 가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므로써 그것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앵글이 뒤틀려 있는처럼 보이는 것도 무관하지 않겠죠.)
롱 숏 또한 광대한 자연에
마치 텅비어 있는 것 처럼 보여
인간의 초라함과 처절함을 강조시키는 듯 합니다.
거기에 밑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앙각쇼트는
신성시하는 종교적 위치의 시선으로 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대나무처럼 곧게 위로 뻗어져 있는 나무와
광활한 자연의 모습이 묘하게 다가오기도 하지요.
인물들이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장면이 많은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휴 글래스'와
그의 아들은 백인도 인디언도 아닌
중간위치에 놓여져 있기에 더 깊숙이 다가오는 경향도 있습니다.
'시카리오'를 보았을 때 '로저 디킨스'의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3연속 수상도 꿈만은 아닐듯 여겨집니다.
큰 틀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말그대로 '레버넌트'가 되어 돌아온
휴 글래스(디카프리오)의 처절하고 지독한 생존 복수영화입니다.
하지만,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서부개척시대때
백인들의 잔혹한 인디언 대학살과
(그들은 인디언들을 짐승이라 하지만
결국 백인들도 숲속에 있는 '곰'처럼
짐승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부각시킵니다.)
신성시하게 다가오는 종교적 '부름',
한 인간을 통해 그 생명력과 의지가 어떻게 불타는지
(데뷔작때 부터 그 패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성애' 또한 담아 곰과의 싸움에서
'대호'와 유사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곰'은 자기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돌진하고,
'아리카라'족의 수장 역시 딸을 찾기 위해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휴 글래스' 또한 자기 아들의 죽음앞에 유령의 복수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이처럼 '레버넌트'는 넓고 깊게 하여
이냐리투가 얼마나 작정하고 만들었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쉽게 다가오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중반부터는 대사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끈질기고 지독하게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죠.
넣을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 안한것이 아니라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못한것임을 알게되면
힘들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 생존사투의 현장이
충분토록 설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전작이었던 '버드맨'처럼 간결하고
재치있게 다뤄지지 않고 야심이 무척이나 커서
과하게 다가오는 것도 있습니다.
이냐리투의 작품세계에서 언제나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났었죠.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지독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이냐리투의 재능이겠죠.)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 등
여러 배우들의 연기또한 훌륭합니다.
그 중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는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디카프리오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못지 않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연기를 선보여 줍니다.
아마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력하고도
수상전망이 올해가 클 것으로 보여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레버넌트'에서의 디카프리오는 절대적으로 다가오며
죽음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이 어떠한지를
광대한 스크린을 통해 이입시키고 있습니다.
(대부분 디카프리오가
실제 몸으로 직접 겪으며 연기를 했고,
채식주의자인 그가 살아있는 연어를
직접 먹었다고 합니다.)
톰 하디의 연기도 강렬하게 다가와
인간의 야만성과 욕망을 두드러지게 인상적으로 소화합니다.
('매드맥스'때 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캐릭터가 카메라를 향해
정면쇼트로 응시하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엔딩에서 보여지는 '휴 글래스(디카프리오)'의
정면응시는 관객들(더 나아가면 미국 관객들)을 향한
일종의 도발과 불편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오묘함까지 겹쳐
멕시코 감독인 이냐리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함이 아님을 또렷히 직시하고 있습니다.
(넵! 엔딩을 보고 저는 봉준호 감독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