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편의점에서 일해서 이런 에피소드는 넘치네요
그래도 한손 보태서 기억나는 사람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엄마와 아들
고등학생쯤 되는 아들과 들어온 엄마가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하네요
물건을 건네고 거스름돈을 드리던 차에 담배가 아들에게 건네집니다
"저 고객님.. 담배..."
말을 끊으며 톡 쏘아붙입니다
"왜요? 내가 필요한건데"
직감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을 상대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안녕히가십시오"
그러곤 매장을 나가십니다
그릇된 내리사랑을 직접적으로 보게되었습니다
2. 장사 그렇게 하지마
편의점의 소모품들은 모두 점주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나무젓가락, 빨대, 비닐봉투 등등등
어느정도 알바재량으로도 드릴 수 있습니다
60대 중반의 어르신이... 들어옵니다
소주를 달라고 합니다
있는 곳을 가리키며 안내하니 가만히 서있습니다
불안합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보통 적중합니다
"야! 손님이 달라는데 가져다줘야 할 거 아냐"
제법 큰 소리입니다
기분나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화를 낼 수 있는 근무자는 없습니다
얼른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산을 하고 컵을 달라고 합니다
먼저 말했지만 소모품은 어느정도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이컵 값을 달라고 합니다
정당한 상품의 가격을 받아내는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니까요
역시나 화를 냅니다
"순 도둑놈들 아냐. 이거 가격을 받냐"
조목조목 따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마 그렇진 않았을 것입니다
답이 없다 생각했는지 그냥 나갑니다
"장사 그 따위로 하지마"
자기 딴에는 호통이라 생각하겠지만 내심 우스웠습니다
종이컵 하나로 실랑이하는 나의 모습이
상대가 살아온 반세기 이상의 시간적 가치에
반면교사라 하지만 제 자신의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3. 너무 보기 좋습니다
한 매장에 있다보면 자주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간간히 오셔서 장보시면서 아들자랑하는 어머니라던가
매일 아침에 오시며 커피를 드시는 기사님들
이런 분들 일수록 커피는 일부러 큰컵으로 드리고 손님이 없으면 말상대도 해드립니다
그게 더 알차고 재밌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30대 중반의 남자손님이 생각이 납니다
처음엔 아마 소주를 사가셨던걸로 기억합니다. 많이 힘들어보이셨거든요
한 며칠 꾸준히 오셔서 같은 소주를 사셨습니다.
기억이 남는게 이렇게 깔끔한 소주손님은 몇 없으셨거든요. 진상이면 진상이지...
얼마간 매장에 오시지 않았는데 한달쯤 되었을까요
아버지로 보이는 분과 같이 오셨습니다.
소주는 찾지 않으시더군요.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고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얼굴이 전보다 밝아지셨습니다"
놀라며 말을 하십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너무 보기 좋습니다"
이후 가볍게 근황 얘기를 해주시곤 아버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여러 사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지만
이곳에서 근무를 하면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런 모습은 조용히 당신을 보는 근무자들에 의해서 읽혀집니다.
지켜보고있다..!
4. 편의점에 근무하면서
제가 편의점에 근무하게 된건 알바가 아닌 인턴이었습니다
일정기간 근무를 하면 정규직 전환 심사를 받는 형식이었죠
그래서 열심히 했습니다. 좋지않은 경험까지 겪으면서 말이죠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환에 실패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몇몇 사람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정확한 사유도 말해주지 않아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극복이 되지 않네요
다만 예방주사였다고 생각하고 다른 것에 도전해야한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