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우리 동네에 내가 아는 한 아저씨가
자기 집에 하수구가 막혔다면서
나에게 일손좀 도와달라고 부탁하신다.
워낙에 인자하시고 평판이 좋으신분이라
이런 자질구레한 일 한번정도는 도와주는게 예의다 싶어서
그 아저씨네 집에 들어갔다.
아저씨 : 바로 여기네...
힘없는 말투로 아저씨가 날 이끈 곳은 바로 화장실.
화장실 꼬락서니를 보았더니
하수구가 막혀서 온갖 똥들이 바닥에 쭈욱 깔려있는 상황.
천상 : 헉....
아저씨 : 일단 여기 엎지러져 있는 똥부터 치워주겠나?
적어도 화장실 바닥에 깔린 똥이 10센치는 되보이는데
아저씨는 나더러 이걸 맨손으로 좀 치워달랜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장갑
아저씨 : 여기에 삽이 없어서.. 일단 이거라도 끼고 치우겠나..?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에게 장갑을 건내는 그 아저씨.
그래.
똥을 만질 때의 물컹물컹한 기분이 좀 찝찝하긴 하겠지만
장갑을 끼고 똥을 만지면
손에 묻진 않겠지?
하는 생각에 역겨워진 내 속을 달래고 있는데
아저씨가 주신 장갑을 잘 보니
가죽 장갑도 아니고, 비닐 장갑도 아니고
면장갑이다.
졸라 통풍이 잘되고 수분흡수가 빠르다는 그 면장갑.
물론 똥도 졸라 잘 통과하겠지.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인자한 웃음
그래, 손에 똥이 묻든 말든 일단은
한시간쯤 바쁘게 뛰어 다니면서 일하다보니
대충 똥들이 바닥을 보이더라.
그때 아저씨가 부른다
아저씨 : 배고플텐데 이 김치전이라도 한조각 먹고 다시 일하지?
마침 배고팠던 참이라
졸라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천상 : 와하하 맛있겠다!
그랬더니
나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어주시며
김치전을 손으로 찢어주시는 그 아저씨.
천상 : 저.. 아저씨 손에 똥 묻었는데 그 손으로 찢..
내 말이 차마 다 끝나기도 전에
똥들로 인해 누렇게 변한 그 손으로
내 입에 다정다감하게 김치전을 넣어주시는 그 아저씨.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냄새
아저씨가 다정다감하게 손으로 찢어 먹여주신
그 김치전을 먹고나니
왠지 입에서 똥냄새가 나는 듯 하다.
천상 : 시..시..싯팔...
입에서 똥냄새가 나는 듯한 이 불쾌감에
당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있는데
그때 아저씨가 갑자기
아저씨 : 우욱!!
천상 : 아저씨 왜그러세요?
아저씨 : 자네 입에서 똥냄새가 나!!
지가 똥묻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음식 먹여준건 기억 못하나?
아무튼
아저씨는 입에서 똥냄새가 나는 놈이랑은
더이상 함께 있기 싫다며
나를 매우 혼내신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사과
기껏 똥 치워줬더니
입에서 똥냄새 난다고 내 쫓는 아저씨를 뒤로한 채
투덜투덜 대면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나를 뒤에서 붙잡으신다.
아저씨 : 이..이봐.. 내가 말이 좀 심했던거 같네..
그래.. 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으신 아저씨께서 사과하시는데
내가 사과를 받아 들여야 옳은 거겠지..
천상 : 괜찮아요 아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 : 씨팔! 말하지마! 니 입에서 똥내나!!
라고하면서 멀리 도망치시는 아저씨.
왠지모르게 화가 난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요구르트
아저씨가 이번엔 진짜진짜진짜로 미안하다면서
사과의 의미로 나에게 요구르트를 건내주신다.
아저씨 : 기껏 일도와줬는데 냄새난다고 놀려서 미안하네. 이거라도 마셔^^
졸라 인자하신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시는 아저씨.
그리고 나에게 작은 요구르트 하나를 건내주신다.
마침 목이 말랐던 터이라
고마운 마음으로 벌컥 벌컥 들이키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요구르트 유통기한란을 보았더니
유통기한이 한달이나 지난 요구르트.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이 아저씨를 패야돼 말아야돼-_-?)
◆ 배탈
아까 아저씨가 주신 요구르트를 맛있게 먹고 나니
배가 슬슬 아려오기 시작한다.
천상 : 아.. 역시 한달지난 유통기한의 위력인가..
찢어질듯이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랬더니 내 여동생이 지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
거실에서 신나게 낄낄대며 놀아댄다.
배아파서 금방이라도 쌀거같은데
한참 멋부릴 나이인 내가
저런 여고생들이 바로 화장실 앞에 있는 상황에서
시원하게 똥 쌀 수는 없을 것같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 고통
거실에 있는 내 여동생 친구들 때문에 최대한 참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배에서 똥들이 요동치는 몸부림이
예사스럽지 않은 몸부림이다.
뱃속에서 똥들이 파도타기를 즐기는 듯.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는 배를 부여잡고
할 수 없이
난 온갖 쪽을 무릅쓰고
항문을 손으로 부여잡은 채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근데 이때 내 여동생 친구들이
날 졸라 똥쟁이 취급하듯
야려본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하는건데?
◆ 변기
화장실로 들어가서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봤다.
천상 : 휴우... 일단 급한 불은 껐군..^^
근데..
변기가 물이 안내려간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동생 : 오빠! 나 급해!! 빨리 나와!
-_-
난 도대체 어떡해야하는건데?
◆ 쪽팔림
어떻게든 변기 물을 내려볼려고
발악을 하고있는데
밖에서 자꾸 미친듯이 문을 열어달라고
외쳐대고 있는 졸라 썅콤쟁이 내동생.
동생 : 문열어 문!!
쾅쾅쾅
쾅쾅쾅
쾅쾅쾅
문을 힘껏 두들겨 대고 있는 동생.
그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미친듯이
뚫어뽕으로 욜라 변기를 쑤셔대고 있는 나.
이때
쾅쾅쾅
쾅쾅
쾅 철커덕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나의 이 추잡은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 여고생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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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 글 다 읽고
정확히 두번씩이나 피식 웃으신 한분이
추천도 안누르고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려고 한다.
-_-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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