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본 한국영화 두 편 간단평.
1. 검은사제들.
- 움베르토 에코가 말한 포르노의 정의에 따르면, '지루한 반복 행위를 보여 주는 형식'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구마(퇴마)를 준비하는 과정을 포함해서, 무의미하고 지루한 롱테이크가 많은데, 이건 포르노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롱테이크도 잘 쓰면 좋다. 동선이 바뀌는 칠드런 오브 맨이나 배경을 충분히 보여주는 살인의 추억에서의 롱테이크에선 감탄한 바 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구마 준비 장면은 너무 길었다. 기다리던 악마의 인내력에 감탄했다. 지루하지 않았을까.
요약 : 검은사제들은 포르노다.
2. 내부자들
-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사전 정보도 없었는데 의외로 오옷-하며 집중하게 되었다. 자극적이거나 지저분한 장면도 있었으나 (심지어 없는 게 나았을 뻔했던 대사도 있었고. 왜 그렇게 항문에 집착하는지.), 현실을 가슴 철렁하게 투영한 점이 볼 만 했다. 어떻게 봐도 조선일보를 조준한 작품이 맞으나, 주필의 창문에서 청와대를 보는 각도는 동아일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 기준으로 서쪽이 조선일보, 동쪽이 동아일보). 영화에서조차 '조O일보'니까, 창문까지 조선일보였다면 고소각에 근접했을지도.(동아일보 위치라는 건, 일종의 회피기동?)
주필의 모델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로 보이고, 기업 사장은 조금씩 다 투영된다. 다만, 현실에서 흥청망청 놀며 권력핵심부와 밀착되는 건 주필보다 사주쪽이 가깝다. 조선일보 사주 방일영은 밤의 대통령이라 불렸다. 이는 방일영에 대한 헌사로, 낮의 대통령은 몇 년마다 바뀌지만 밤의 대통령은 하나라는,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 신동호의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즉, 이 영화가 더럽지만, 현실은 더 더러울 수 있다는 것. 언론이 사학과 연결되어 있고, 연세대는 조선일보가, 고려대는 동아일보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학벌 헬조선의 근간은 언론재벌이 만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치솟는 등록금, 학자금 대출로 학생들의 지성과 비판정신을 묶어두고, 교육개혁과 관련된 모든 핵심적 논의를 무력화시키는 언론. 그게 헬조선의 본질이지 않을까. 영화는 (영화적 다이나믹함이 떨어지는) 사주를 쏙 빼고 주필의 영역에서 세계를 다루어, 현실의 추악함을 오히려 축소시킨 경향이 있다.
영화가 다룬 주제의식과 배우들의 연기는 수준급이었고, 다만 영화적 연출이 장르적 쾌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 방면으론 아직 영화 신세계 급은 아니다.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장면도 사실 취향에 맞지 않았다. 요즘은 노출, 피칠갑 자극씬보단, 연출의 호흡강박 조절로 긴장을 끌고 가는 추세다. 연출은 투박했으나, 주제의식으로 묵직하게 끌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