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젊은이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하든 말든 스펙만 쌓고 있는건 지극히 현명한 처사이다.
이 나라는 태생부터 타자에 의해 별 노력없이 민주주의를 얻었다. 주요 서구 국가들이 몇 백년에 거쳐
피를 흘리며 쟁취해 낸 민주주의와 투표권이 이 나라엔 그냥 주어졌다. 즉, 무임승차한 것이다.
(물론 4.19, 5.18 6월 항쟁 등의 민주 항쟁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기에 지금이 만큼의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이 땅에 정착하려면 갈 길이 한참인데 안타깝게도 젊은이들은 팍삭 늙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표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이 나라의 제도는 선진국을 모방하여 발전했지언정 국민의식은 봉건적 노비근성 그대로여서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은 어떠한 의사결정도 책임도 지기 싫어하며 그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알아서 모든 것
을 해주기를 바란다.
참혹한 일제시대가 끝나고 이 나라를 이끌어 갔어야 할 독립투사들과 민족지도자들은 미국의 횡포에 빨치
산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고, 반면 일제에 동조한 친일파들과 숨죽이고 있던 무임승차자들이 모든권력을 독점
하며, 반공주의를 국시로 내걸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려오며 재계, 정계, 관계, 언계, 학계, 심지어 종교계
까지 혼맥으로 얽힌 뿌리 깊은 친일자본권력커넥션을 만들었고 썩을대로 썩어 나라를 좀먹고 있다.
최근들어 G대통령을 비롯 노골적으로 일본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사회시스템을 보면
도올선생이 말했듯 이 나라는 아직 완전한 독립을 이룬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민주화 운동 때도 마찬가지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며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학생들보다
도서관에 있던 기회주의자들이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오히려 높은자리를 꿰찼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선 권력에 항거하여 그토록 많은 피를 흘렸지만 오늘날 언론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점점 북한의사주를 받은 빨갱이 폭도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광주학살을 일으킨 전재산 29만원 전모씨는
젊은이들에게 당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웬 말이 많냐고 호통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며 올바르게 이끌어가고자 했던 위인인 김구와 장준하는 암살당
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한 테러리스트로 기록된다. 어떤 이는 김구는
한국의 오사바빈라덴이라는 망언을 뱉어내고도 떵떵거리며 잘 산다.
많은 오판과 실책이 있었지만 나라를 위하는 진정성만큼은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도 끝내 죽임을 당했다.
그가 했던 연설을 기억하는가? 그의 입으로 말했던 그대로 그도 권력에 맞서다 그 역시 예외가 되지 못하고
결국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자살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조롱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해 불의에 항거했던 많은 내부고발자들은 외톨이가 되어 고달
픈 삶을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어느누구도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으며 배신자로 낙인찍기 바쁘다.
거리에 나와 자기목소리를 내는 몇 남지 않은 대학생들은 좌빨 간첩으로 몰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구속
당하고, 연행당한다. 허가(?)받지 못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려도, 대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해도 확산되지 못하
고 금새 꺼저버린다.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힐 뿐이다. 그 누구도 함께 힘을 다해 도우려 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용기있는 소수를 언론이 말하는대로 불순하게 바라보며
자기합리화 하기 바쁘다.
그리고 자본권력과 대기업의 보호견이 되어버린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하의실종
가수들을 보며 침을 흘리고, 연예계 가십에 열광하고, 답없는 이념논쟁을 하고, 남녀편가르기를 하고, 사회적
약자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싸우느라 정신없다.
지금까지 역사가 이러할 진대 어느 멍청이가 나서겠는가?
지금까지 현실이 이러할 진대 어느 정신나간 부모가 자식에게 정의를 말하라고 권유하겠는가?
지금까지 교육이 이러할 진대 어느 맛이 간 스승이 제자에게 줄서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스펙만 쌓는건 어쩌면 너무 현명해서 이나라에서 살아남는 지혜는 조용히 무임승차하
는 것임을 터득했기때문이다.
애국이 매국이 되고, 매국이 애국이 되는 현 시점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알량한 애국심을 버리면 어떠
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져도 분노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나라를 가슴으로 사랑한다면, 그래서 불의에 분노를 느끼는 자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행동해야
할 것이다. 오유의 시사 글을 추천하고 댓글을 달고 아고라 같은 곳에서 서명을 아무리 많이한다 해도 거리
에서의 1인시위 혹은 단지 10명이 모인 집회보다 영향략이 없다. 인터넷공론장이라는 곳에서 모두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며 현실정치에 참여한다고 인식하지만, 자기표현의 욕구를 배설함으로 자기만족하고
난 이만큼 참여했다는 위안만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상황은 날이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럼에도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건 '공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