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9일째다.
병원에서 일기쓰기 싫다. 근데 할게없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일단 엄마가 입원을 취소하셨다.
아빠가 걱정이라며 간호를 해야할것같다고.
나는 전화로 그 이야기를 전해듣곤 답답해서 막 신경질을 냈다.
아니 아빠도 아빠지만 엄마허리를 빨리 고쳐야한다니까!이러면서.
엄마는 힘없는목소리로 저녁에 만나서 얘기하자고했다.
누나랑도 통화를 했다.
누나와 통화하면서도 신경질을 막 냈다.
아빠를 완치시킬 생각은 없이 종양떼낼생각만 하고있냐고 막 머라고 했다.
일기쓰면서 느끼는거지만 참 못난놈이군. 반성하자.
누나는 나보고 엄마랑 이야기해보라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 저녁 6시에 의사가 면담하자고하니까
내일 조퇴하란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아니 누나들 다 낮에 한가하면서 왜 나보고 조퇴를..?
어려운일은 아니지만 이해는 잘 안갔다.
사소한일이지만 짜증이 스멀스멀..
짜증나있는 상태였고 일이 손에 안잡혔다. 그래서 발로 했다.
할일이 남아있었지만 대강 마무리하고 18시 정각에 병원으로 떠났다.
병원에서 만난 엄마는 되게 지쳐보였다.
하루종일 이런곳에 있으면 당연히 지치겠지.. 속상했다.
엄마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주 덤덤히 엄마가 말했다.
아빠가 전신에 암이 전이되어있는 모양이야.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였다. 말기래. 라고.
무슨 만화처럼 들고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못고친대? 라고 물어봤더니 가만히 끄덕이신다.
아아 왜 누나랑 대화성립이 안되고 겉돌기만 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왜 누나들중 한명이 가지 않고 나보고 굳이 조퇴를 하라고 했는지도 그제서야 알았다.
결정을 내가 하도록 배려해준거였다.
누나와 엄마는 내가 집에서 술취해서 자는 사이에
의사에게 이런 설명을 듣고 자기들끼리 마음의 정리를 끝낸던 것이다.
이상하게 퇴근후에 병원에서 전화한통이 안오더라 라고 수상해했던 기억이 간신히 퍼즐맞춰지듯 정리되었다.
금요일에 아빠가 받기로 한 엉치뼈의 종양 제거 수술은 아빠의 암을 고치기위한게 아니라 아빠 거동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요소를 그냥 잘라내기만 하는 간단한 수술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암 완치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나와, 병원으로부터 시한부선고를 듣게된 누나와 엄마의 생각이 같을리가 없지.
남은 날이라도 편하게 지내게 계획을 세우고자 했던 사람과 무조건 완치까지 달려야한다고 떼를 썼던 사람이 대화를 나눴으니 신경질이 날 수 밖에 없지.
얼마나 깝깝하고 마음아팠을까?
얼마나 버티실수있는지 물어보니 2,3개월을 예상한다고 의사가 그랬다고 한다.
그냥 눈가가 시큰거렸지만 잘 참아냈다.
엄마도 혼자남았을때 펑펑우셨다는데,
내가 앞에서 또 그러면 다시 속상하실테니.
오늘 아빠는 대장내시경을 위해 금식 및 장세척약을 한시간마다 먹어야하고, 나는 새벽에 한시간단위로 아빠를 깨워 약을 한봉지씩 타서 마시게하는 임무를 맡고 이 자리에 앉아있다.
오도카니 누워있는 아빠의 둥글고 약해진 뒷태를 가만히 보고있자니 웃음도 나오고 어이도 없고, 무엇보다 실감이 잘 안났다.
아무튼, 외가쪽에는 엄마가 다 전파하셨다고 하여 내가 아빠쪽 친척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친가쪽과는 과거에 아빠와의 트러블로 연락을 거의 안하고 살고있었는데,
이런 이유로 연락하게되니 기분이 참 기묘했다.
기분이 참
기묘했다.
내가 잘해서 열심히해서 치워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마냥 웅크린채로 자연재해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이 참담함이란..
긴 밤이 될것같다.
멀리서는 하나님부터 가까이에서는 지인들이여.
온갖 잡생각에서 부디 나를 가호해주소서.
뭐 혼자일땐 혼자인거겠지. 릴케도 그렇게 말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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