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B교통이 서울시에 제출한 연비개선효과 자료 |
서울시가 시내버스 연료절감장치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치들의 시험운행 결과자료를 임의로 취사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특정업체 제품의 연비절감 효과를 상대적으로 높여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다른 업체들이 법적 대응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6월5일부터 13일까지 버스회사 등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연료비 절감 사례를 모집했다. 4개 업체의 연료절감장치를 시내버스들에 나눠 부착한 뒤 그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는 ‘특정업체 제품에 대한 특혜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들은 시가 특정업체 제품을 밀어주기 위해 각 버스회사가 제출한 연료비 절감 자료를 임의적으로 골랐다고 주장한다. A업체 연료절감장치를 부착하고 운행한 B교통의 경우, 시는 이 장치의 연비개선 효과가 없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실제 시가 지난해 7월 ‘대시민공개’를 통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료절감장치 유사사례’를 보면 A업체의 연료절감장치를 부착한 B교통의 연비개선효과는 각각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10년은 6.4%, 2011년은 1.3% 개선된 반면 2012년은 6.1%가 저하된 것으로 돼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2012년의 연비개선효과는 1.22% 향상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시가 분석한 결과다. | | | ▲ 특정업체의 연비절감장치 장착 전후 연비개선효과 |
그러나 이 버스회사가 시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각각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10년은 9.51%, 2011년은 0.46% 연비가 향상됐고 2012년은 1.49% 연비가 저하됐다. 따라서 2009년 기준 2012년의 연비개선효과는 8.48%로 나타났다. 결국 연비개선효과가 8.48% 향상됐는데도 시는 1.22%만 좋아졌다고 연비 효과를 축소한 것이다. 반면 시는 C업체가 만든 연비절감장치를 장착해 시범 운행한 D교통의 경우 장착 전 연비가 1.97㎞/㎥이었다가 장착 후 3.23㎞/㎥로 개선됐다고 공개했다. 연비 향상 효과가 64.02%, 연료 절감 효과가 39%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D교통 운전기사들은 "하루 240㎞ 주행에 연료인 가스는 90~100㎥를 사용한다"며 "실제 연비가 2.4~2.67㎞/㎥ 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이 버스회사 정비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연비가 과장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내버스 한 개 노선의 평균 연비가 3.23㎞/㎥라는 것은 믿기 어려운 수치"라며 "시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연비 효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연비를 계산하는 데 있어 거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업체마다 거리 적용 방식이 다른데 시는 이런 차이를 없애기 위해 BMS(버스운행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거리 정보로 연비를 계산하다보니 다소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버스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취합·분석해 제출한 연비절감 통계수치는 채택하지 않고 임의로 통계치를 확보한 것. 당초 시는 버스회사들에게 이 사업과 관련한 공문을 보내면서 어떤 방식으로 운행거리 및 연료절감 효과를 계산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B교통에 장착한 A업체의 장치가 D교통에 장착한 C업체의 장치보다 연료절감효과가 크게 나타나자 이를 축소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임의로 취사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시는 업체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홈페이지에서 관련 계획 자료를 부랴부랴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해 '의혹'을 키웠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말 정보공개 신청이 들어오자 공개됐던 연료절감장치 유사사례 및 특허권 양도 검토서, 연료절감장치 도입 추진 계획 등을 1월초 비공개로 전환했다. 또 한 시민이 특정업체에 대한 시험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에 해당업체의 연비자료를 공개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토 중인 자료여서 비공개가 원칙이었는데 실수로 공개됐던 자료여서 이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시는 이달 중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특정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5년 내 연비를 기존(1.94㎞/㎥) 대비 15%까지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 수동변속 CNG 버스 약 4494대에 연료절감장치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