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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방위는 죽지 않는다. 다만 총소리에 기절할 뿐이다" 기사보기 ☞ [2회] 여성팬들 "김제동, 갖기는 싫고 남주긴 아까워" 기사보기 ☞ [3회]김제동 “그녀는 내 인생의 물푸레나무” 기사보기 ● 김광석 노래 너무 좋아 김제동의 부친은 당시 농촌마을에서는 드물게 고등학교를 나온 ‘인텔리’였다.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한 수재였다고 한다. 어머니의 전언이니까 수석졸업은 조금 과장된 것일 수 있다고 토를 달았다. “방송국에서 상 받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죠. 야속하기도 하구요.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서 아버지 없는 사람 손 들라고 하거든요. 모두 눈 감으라고 한 뒤 손 들게 하지만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궁금해서 눈을 온전하게 감나요. 교사는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생활기록부를 적어야 한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동을 엄하게 키웠다. 동네에서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가 한번이라도 어머니 귀에 들어갔다 하면 그날은 제동이 죽는 날이었다. 동네 어른을 미처 못 봐서 인사를 못 드린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친은 제동이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진짜로 아들을 낳은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셋째누나 때부터 아버지를 속였다. 아버지가 딸을 낳은 것을 알면 속상해서 술을 마시니까 아들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저귀를 들춰보지 못하게 했다. 제동은 다섯째누나하고 일곱 살이나 터울이 진다. 그만 낳으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동이 생겼다. 어머니는 임신 3개월째 되는 날 태아를 지우려고 병원에 가다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되돌아왔다. 4개월째도 병원에 가다가 집에서 소가 새끼 낳는다고 해서 돌아왔다. 5개월째 될 때도 지우려고 했는데 외할머니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아기 지우는 약도 먹어보았지만 잘난 아들을 보려고 그랬던지 떨어지지 않았다. 6개월째 드디어 병원 안에까지 들어갔는데 의사가 그냥 낳으라고 했다. 산모가 위험해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제동이 태어났다. 아버지는 진통이 온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 술을 마시러 나갔다. 그리고 사흘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네에 수소문을 해서 아들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번에도 속인다 생각하고 들어오지 않았다. 제동이 세상에 태어나 사흘째 되는 날 고추를 확인하고 나서 3일간 동네 잔치를 벌여 집안살림을 거덜내다시피 했다. “돌아가시기 두 시간 전에 ‘우리 아들 고추 한번 봐야겠다’고 하시는 걸 어머니가 ‘이 양반 주책 그만 부리라’고 핀잔을 주어 옆방으로 건너가 잠드셨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늦게 둔 아들을 한번 보러 오셨던 모양이라고 어머니가 늘 말씀하십니다.” - 홈페이지에 가수 김광석 추모 코너가 있는 게 특이하더군요. “김광석을 좋아합니다. 그분이 생존해 있을 때는 못 만나봤습니다. 그분 노래는 듣는 이를 깊은 슬픔의 심연으로 데리고 내려갑니다. 희망을 주는 노래도 있지만 주로 이별과 실연이 주제죠.” 김광석은 김민기와 한대수의 맥을 잇는 가수로 인정받으며 1990년대에 포크 음악을 이어갔다. 대학 4학년 때 통기타 업소에서 노래를 하다 1984년 대학가 운동권 노래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결성되면서 무대에 섰다. 1989년 솔로로 데뷔해 2집 ‘사랑했지만’이라는 곡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1989 ~95년 1000회 라이브 콘서트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96년 자살로 31세의 생을 마감했다. 김제동은 노래방에 가면 김광석 노래만 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사랑했지만’…. 김광석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며 부른다. 노래 솜씨는 그저 그렇다. “극도로 슬프면 엉엉 소리내 울기보다 슬픔을 목까지 꽉 채워놓게 되지요. 입 꽉 깨물고 눈물 뚝뚝 떨어지는 게 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잖아요. 김광석 노래가 그렇습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 뜨고 나서 돈을 꽤 모았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CF를 3편이나 찍었으니 강남에 좋은 집 한 채 살 돈은 벌었을 것 같은데요. “누나들을 도와주고요. 어머니 집 융자 4500만원 남아 있던 것 갚아드렸고. 에이스미디어와 수익 배분을 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그 외에는 돈 쓰는 데가 없으니까 꽤 모았습니다. 그러나 혼자만 잘살지는 않을 겁니다. 내 나름대로 구상이 있어요.” ● “옷 사는 돈이 제일 아깝다” - 한달 용돈은 얼마나 써요. 순수한 개념의 용돈 말입니다. “수입은 어머니가 관리합니다. 일단 어머니 통장으로 집어넣고 용돈을 타 쓰죠. 연세 드신 분들은 그래야 포만감이 생깁니다.” - 효자네요. “다들 그러더군요. 옷 사는 돈이 제일 아깝습니다. 방송에서는 협찬해주는 옷을 입고 나서 돌려주니까 일주일에 두 벌 정도 갈아입으면 돼요. 술값이 꽤 들어가는 거 같습니다. 그래봐야 소주값이지만. 한달에 한 40만~50만원 쓸까요. 서민들은 어렵게 사는데 한달에 용돈을 50만원 쓴다고 하면 욕먹지 않을까요. 돈 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일주일에 6일 일하고 하루 쉬는데 소주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애인이 없어 영화도 혼자 보러 가지요. 애인 옷 사줄 일도 없고.” 제동은 서울 마포의 28평짜리 아파트에서 자취를 한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60만원짜리 월세다. 자동차는 소렌토. 하루 한 끼는 라면이다. 김치 한 보시기 놓고 라면에 밥 말아서 먹는 것이 김제동의 자취방 메인디시다. - 외식할 때 무슨 음식을 좋아합니까. “주로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 두부.” 김제동은 술을 좋아한다. 소주 세 병 정도는 거뜬히 마신다. “소주 안주로 두부김치를 좋아합니다. 고기는 즐기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동물 두드려 잡는 걸 워낙 많이 봐서.” -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하거든요. 돈에 관한 철학은…. “용돈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고 내가 벌어 내가 썼으니까 어려서부터 돈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투루 쓰지 않고 필요한 곳에만 쓰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거기서 경제적인 가치가 창출되니까 너무나 좋습니다.” ● 취미는 독서와 영화관람 - 평소 독서를 즐긴다던데 어떤 종류의 책을 주로 읽습니까. “가리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만 감성적인 책을 좋아합니다. 남녀 사랑 얘기나 수필을 좋아하죠. 최근에 작가 이외수씨가 펴낸 ‘바보 바보’라는 책을 읽었어요. 에세이죠. 이외수씨 글을 즐겨 읽습니다. 라디오 구성작가가 쓴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책도 재밌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상반되는 심리상태를 100가지 정도 적어놓은 책입니다.” -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감명 깊게 읽은 것이 있다면…. “김훈의 ‘칼의 노래’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쟁에서 이기고 영웅으로 추앙받는 장수가 아니라 전쟁통에 휩쓸려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원래 이순신 장군을 좋아했어요.” 김제동은 독서 외에 영화관람이 취미다. 새로 나오는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본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는 이나영 정재영 주연의 ‘아는 여자’가 좋았단다. 몇 달 전에 본 ‘아홉 살 인생’도 좋았고 영화배우 중에서는 송윤아를 좋아한다. 영화 ‘광복절 특사’와 얼마 전 끝난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에 출연한 여배우다. 김제동과 동갑이다. - 공동 MC를 주로 하던데 혼자서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아직 그 정도 능력은 안 됩니다. 공동 MC라는 것도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역할은 보조 MC입니다. 선배들 받쳐주고 그 옆에서 한마디씩 하는 거죠. MBC ‘까치가 울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1년 동안 혼자서 진행을 했습니다. 농촌마을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죠. 내가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좋았습니다.” -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윤도현의 러브레터’ 100회 기념 기자회견에서 윤씨가 탄핵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죠. 기자들이 내게도 의견을 묻길래 ‘국민 여러분이 내 얼굴을 보면서까지 그런 걸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생각이 있다. 총선 때 표로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공인으로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남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인은 그냥 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 미래 설계에 대해서…. “나로서는 과분한 위치에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뭔가 돌려드릴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TV를 봐주신 분들, 내 얘기를 듣고 웃어주신 분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이 받았으니까 힘닿는 데까지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승엽 선수와 친하게 지낸다지요. “대구야구장 장내 아나운서 할 때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연락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마 3번 지명타자로 나왔을 텐데…. 어제는 대타로 나와 솔로홈런 쳤고요. 케이블TV로 이 선수 경기 중계방송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 처음 만난 사람에겐 낯가림 - 시간이 돈일 텐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인터뷰를 잘 못해드린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인터뷰하러 오시는 분들이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1 대 1로 만나거나 처음 뵈면 잘 웃기지 못합니다. 평소엔 말이 없거든요. 소주 두 병 정도 먹으면 몸속의 세포들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세 병 정도 먹으면 말이 막 나오죠.” - 소주 세 병 정도 마시고 인터뷰를 시작할 걸 그랬나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오해를 합니다. 저 친구가 떴다고 무게 잡나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처음 뵙는 분들하곤 눈을 잘 못 마주칩니다.” 실제로 김제동은 수줍음을 탔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웃었다. 얼굴에 아직 여드름이 남아 있다. 이런 사람이 수만 명을 한꺼번에 웃기고 울린다. “마이크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마이크만 잡으면 힘이 납니다. 요즘 방송국에서 쓰는 핀 마이크는 왠지 정이 안 가요. 나이가 들어도 마이크는 못 놓을 거 같아요. 자동차에 마이크와 스피커 한 조 싣고 다니며 어디든 사람 모이는 데서 노래자랑 사회 같은 것을 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무명일 적에 대학교 축제에 가서 ‘반갑습니다. 김제동입니다’고 인사를 하면 서너 명 정도 박수칩니다. 5분 있다가 더 끌어들이고 20분 있다가는 절반을 끌어들이고 축제 끝날 무렵에는 완전히 하나가 돼 있습니다. 축제가 끝나 내가 관중한테 큰절을 올리고 일어서면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쳐줍니다. 그때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이화여대 정문 부근 낙지집에서 소줏병을 비우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상호는 기억나지 않는데 낙지집 주인이 미인이다. 낙지볶음을 2인분 시켰는데 3인분 가량 나오고 요리도 특별히 신경을 쓴 것 같았다. 학교 끝나고 어머니 일을 도와주러 온 딸(홍익대 국어교육과)은 “제동 오빠를 좋아한다”며 사인을 받았다. 어머니가 곁에서 “마음을 착하게 쓰니 복이 생기는 거다” 하고 거들었다. 기사 제공 신동아 = 황호택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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