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평범한 유부남입니다.
작은 공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는 2005년식 에쿠스를 끌고 다니고 있구요. 요 차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4년 9월 5일 금요일 오후 2시경.
추석연휴의 시작인지라 본가에서 온 가족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흩어졌습니다.
본가에서 출발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무심코 쳐다본 온도게이지가 H쪽의 빨간색 구간으로 한껏 서있던걸 발견했습니다.
'이거 아닌데...?' 싶은 마음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카센터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 온도게이지 빨간색으로 입빠이..."
"형! 시동끄세요..."
"마! 도로 한복판인디?"
"안꺼도 자동으로 꺼질건데요?"
2키로쯤 더 달려, 집근처까지 온 후에 애들과 집사람을 집에 들어가게 한 후....차는 장렬하게 시동이 꺼졌습니다.
보험사의 긴급견인서비스 콜을 해서 견인차 오게 한 후에 아까 그 카센터사장에게 전화를 다시 했습니다.
"가게 문 열었냐?"
"형! 추석쇠러가야죠. 오전만하고 문 닫았죠."
"아.....(탄식)"
견인차에 차를 매달고, 견인기사님께 "근처에 문연 카센터 있음 갑시다." 라고 한 것이.......어마어마한 화근으로 돌아오게 될줄은
그때 당시엔 몰랐습니다.
집에서 돌을 던지면 닿을만한 거리에 카센터가 하나 있더군요.
여기 지역이 평택하고도 객사리라서......미군과 그 가족들이 많이들 삽니다.(아는 분은 아시지 싶네요.)
미국인들을 상대로도 영업을 하니 당연히 간판에는 영어로 "자동차정비공업사" 라고 쓰여있더군요.(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남.)
일단, 라지에이터에 달린 뚜껑을 벗기고, 냉각수를 부으니...............
차 바닥에서 물이 줄줄 새더군요.
어디가 터지긴 터진거 같은데......
저같은 생초보는 사실 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손님. 라지에이터가 터진거 같네요. 갈면 되겠습니다."
"그럼 얼른 갈아주세요."
추석연휴동안 당연히 차를 써야 되기때문에, 서둘러 달라고 했습니다만~
"부품파는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서, 지금은 갈 수가 없구요. 연휴 지나고 난 다음에 갈아드리겠습니다."
라면서 명함을 턱 하니 주시길래 보니 '1급자격증보유'라고 써있더군요.
가게는 완전히 3정 5S와는 무관할 정도로 난장판같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1급이라는데 알아서 잘 고쳐주겠지 싶어서
"그럼 10일날 뵙져."
하고 나왔습니다.
처갓집도 못가고 그 긴 휴가를 집에서 애들과 뒹굴거리다가 아무튼 10일이 되어서 그 카센터로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아. 손님. 엔진 어딘가에 문제가 발생을 한거 같습니다. 엔진을 내려봐야 알거 같은데...."
요때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라지에이터에서 물이 샌다면 앞쪽 어딘가로 물이 흘러야 정상일텐데, 물은 엔진 하부쪽에서 새고 있었고......
엔진이 압력을 받아서 터질 정도라면 연결부위인 호스같은 것들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텐데...?
거기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일단 엔진을 내려봐야 알거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만만한 절친한 동생(첫날 통화한 카센터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래 저래 해서.......저렇게 씨부리는데?"
"형! 그러면 아예 보링이랑 플러그배선까지 싹 교체한다고 말씀하시고, 그 견적 한번 내보라고 해보세요."
목요일(9월 11일)에 울산에 내려가야할 일이 있어서 차를 부득이 써야 하기 때문에......저는 그 1급사장에게
"견적 한번 뽑아봐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근데, 그 1급사장님은
"견적이 나오려면 내일 오전이나 되어야 되니 그때 다시 와주세요." 라더군요.
명색이 1급정비사인데, 그럼 자체적으로 엔진을 올리고 내리고 다 할텐데, 게다가 사장인데 왜 견적을 바로 못내지????????
최소한 예비단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는게 맞는거 아닌가??????
아, 참고로 제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이라는 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입니다. 뭐, 엔진쪽과는 전혀 상관없는.............내,외장 플라스틱 사출품 도장업체입니다만~
그래도 업체에서 샘플 들고 와서 단가 한번 내주세요 하면, 그 자리에서 적정단가정도는 뽑아줍니다.
"왜 견적이 바로 안나오죠? 여기서 작업하는거 아닌가요?"
단호하게 이야길 하니 이 1급사장님 약간 당황하신듯,
"아......엔진 내부에 대한 점검 같은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거 뿐입니다."
"저는 엔진 보링과 플러그 배선 교체에 대한 견적을 의뢰한 거쟎아요."
"아.....그게 배선 전체를 다 뜯다보면 또 이게 안맞을 수도 있고 뭐 어쩌구 저쩌구....."
"보링과 배선교체에 대한 견적도 그럼 내일이나 되어야 나온다는 말씀이네요?"
"네....그렇죠."
"...............일단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연락주세요."
11일. 목요일 아침 10시경 1급사장에게서 전화가 오더군요.
"손님. 완전보링견적가만 250만원이고, 배선교체비용은 별도입니다."
응? 평택에 몇군데 보링견적가 인터넷에만 쳐봐도 에쿠스 150~160선이던데. 뭐지 이 양반?
"그리고 손님. 제가 엔진을 확인해보니깐 파손된 부분을 때우기만 해도 수리가 될거 같은데 그러면 싸게 됩니다."
엔진을 때워? 말이 돼?????
아무리 내가 문과 출신이라고는 해도 요새 나오는 엔진들 재질이 알루미늄계통인걸로 알고 있고,
그걸 어떻게 용접한다는 말이지? 철이나 SUS라면 몰라도......알루미늄도 용접이 되나?????
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설명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하신다면 150만원에 해드릴께요."
그쯤되니 저도 빡쳤지만, 나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는 터라.........
"그럼 세부견적서가 나왔겠군요? 제가 금방 갈테니 준비해주시구요. 일단, 엔진은 내리지 말고 대기해주세요."
서둘러, 카센타로 가보니 가관이었습니다.
라지에이터는 그때까지도 장착이 안된 상태였고, (나중에 알게된 부품이지만) 발전기 벨트도 풀어둔 상태였고......
보닛을 열어두고 생 난리를 쳐놓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세부견적서에는 딱 4줄이 써있더군요.
1.라지에이터교체비용
2.플러그배선교체비용
3.엔진수리비용
4.엔진탈.부착비용
엔진에 땜질한다는 이야기만 안했어도 그냥 거기서 수리를 맡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견적서를 어느 누가 인정을 해주겠습니까.......!!!!
아무튼, 차는 끌고 나와야겠고 1급사장에게 거짓말을 좀했습니다.
이차 산지 10일도 안됐다. 차가 말썽만 부리는데 갔다 줘버려야겠다. 왜 일이 이렇게 꼬이냐 바빠죽겠는데....등등.
1급사장 표정이 뭔가 굉장히 아쉬운듯 하더군요.
"엔진에 문제가 있어서 끌구 나가시질 못할거 같은데.......여기서 그냥 수리 하시죠?"
"(단호하게)아니에요. 렉카차에다가 매달아서 보내버릴테니까 그냥 원래대로 조립해주세요. 2시간이면 되겠죠?"
"...........네"
2시간후에 가보니 차가 조립이 된 상태로 있더군요.
"얼마에요?"
"25만원이고, 부가세 별도입니다."
"그럼 그냥 현금으로 계좌이체 시켜드릴테니까 25만원만 보내드림 되겠죠?"
했더니 안색이 바뀌더군요. 그때 왜 그 사장의 안색이 바뀌었는지는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뇨 그냥 여기서 결제를 바로 좀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래서, 그냥 카드로 결제를 해주고, 저는 그 차를 끌고 친한 동생네 공장으로 고고씽했습니다.
이번에도 딱 2키로쯤 가니 온도게이지가 급상승을 하더군요.
또 긴급견인서비스 불러서 동생네 카센터로 갔습니다.
"형! 저는 1급이 아니라서, 엔진 못내려요. 불법인거 아시죠?"
"일단, 물이 어디서 새는건지만 확인해봐."
이 동생. 얼굴만 잘생긴게 아니라 실력도 완빵입니다. 물 붓고, 물 새는거 보더니 차 밑으로 누워서 딱 5분만에 원인을 알아내더군요.
"형! 작업당할뻔 했네요."
"뭔데? 뭐가 터진건데?"
"물뽕이 터졌네요."
그게 뭔지 나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150만원어치 쳐맞는 수가 있다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엔진이 동파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고정해놓은 핀 같은건데요. 병뚜껑처럼 생긴거 있어요....딱 보이는 위치에 있는게 터졌네요."
"야. 그 사장 1급이던데?"
"형을 호구로 본거죠.....눈에 딱 띄는걸 못찾아냈다는건 거짓말한걸테고......이게 안보이면 카센터도 아니죠."
어쩐지,
다시 조립해서 갖다줘버린다고 했을 때.
꾸역꾸역 거기서 결제를 꼭 해주기를 바랬을 때.
그 때 그 표정+말투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한테 구라친걸 들키는 순간. 결제고 나발이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겠죠?
"수리되냐? 엔진 안내려도 돼?"
"수리는 되는데......"
하면서 보닛안쪽을 후레쉬로 비춰주며 동생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조립을 하면서, 베어링을 꺼꾸로 끼우는 바람에 발전기 벨트가 터졌네요."
진짜 얼마나 빡치던지..........이거 완전히 나 엿먹으라고 조립 그따구로 한거 아닐까요?
"그래서 얼만데??"
"물뽕갈고, 벨트 갈고.........에어콘푸 뺐다가 끼우면서 가스도 다빠진거 같은데 그거 충전하고......."
".........."
하는김에 엔진오일까지도 갈아달라고 해서 25만원에 수리를 끝냈습니다.
어설프게 조립해놓지만 않았어도, 더 싸게 쉽게 수리가 끝날거였는데..................
사실,
뭐 모르고 당하면야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근데,
조립도 제대로 안해두고 가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책임은 도대체 누가 져주는건가요??
생각같아선.......당장 쫓아가서 멱살을 잡고 뒤 흔들어버리고 싶은데,
제가 180에 100키로가 넘는 비대함에.....머리가 깍둑 스타일이라 행패부리러 온 깡패처럼 보일수도 있어서
일단은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오유에다가 올려봅니다.
친구들은 그냥 경찰서에다가 고발하라고 하는데,
저는 사실 눈탱이 치려고 한것 보다도
정비불량이 더 괘씸하거든요........????
회사 직원 몇명 그 괘씸 카센터 앞에다가 세워놓고 불량업체라고 팻말이라도 들고 있으라고
시키면 그 직원들 다 사표쓰겠죠?
하 암튼, 열받는 하루입니다.
어설픈데 차 가지고 갔다가, 시간낭비, 돈낭비 한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흔히들 말하는 인실좆..............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주절.주절 내용의 앞뒤가 잘 안맞는 부분은 글쓴 사람의 격한 심정이 반영되었다 여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