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4일째고 일 안한지 44일째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4일?
확실히 놀기만 하면서 보내니까 시간 진짜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공부도 좀 하고 뭔가 건설적으로 준비하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지.
오전에 전에 같이 일했던 과장님 한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다음주부터 2주정도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하셨다.
단가는 프리 단가로 하고, 근무시간은 자유롭게 가져가도 괜찮다고.
?? 왜 굳이 이런 제의를 하는걸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나를 배려해주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느낀건 의아함이었지만, 곧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부모님 간병으로 휴직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경써주고 있는게 분명하다.
과장님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는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에 대한건 본부장님과 상의해보라고 했는데
월요일은 내가 하루종일 바쁠 예정인지라, 화요일에 찾아뵙겠노라 이야기했다.
챙겨주는 분들이 계시니 참 좋구나.
앞으로 더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이렇게 고마운 일이 또 생기려나.
일하던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건 솔직히 코미디같아서 웃기지만
프리랜서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돌아가보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아빠 병원에 데려다드리고, 프리 하고 있는 형한테 전화해서 이런저런걸 물어봤다.
주로 단가에 대한거, 협상에 대한거.
대충 얼마 받아야 많이 받고 얼마 받아야 적당하고 얼마부터는 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지 그런걸 들었다.
프리 생활을 해봤어야 뭘 알지. 흠.
전화를 끊고 큰누나와 엄마 수술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예상대로 누나는 나의 앞날을 무척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 정도.
돈이야 벌면 되니까.
이건 허세가 아니라 정말이다.
돈은 벌면 되지.
하지만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운동을 하고 샤워하면서 내 얼굴을 봤는데, 면도 이틀 안했다고 수염이 무슨 산도적처럼 났다.
면도를 자주 해야 하는 삶은 정말 귀찮고 고달프고 아무튼 뭐 그렇다.
저녁에 엄마랑 밥먹으면서 얘기하는데, 엄마가 그런다.
‘너 혹시 나때문에 일본가는거 포기하는거야?’
내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아니. 페이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안가려고’
젓가락질 소리만 계속되었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난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분명한건 계속 이런 텅 빈 마음으로 살다간, 행복하지 않다는 자박에 빠져 우울해질게 분명하다는거다.
대개 그렇게 되더라고.
쉬었으면 힘을 내야지 왜 이렇게 축 처지나그래.
내일은 매주 꼭 가던 스터디를 못 갈 것 같다.
주말에도 아빠가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