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는 잘모르겠다. 하지만 내 주변의 환경은 '나의 방'과 굉장히 흡사하다.
밑에 낙서가 되어있는 책상, 바퀴가 하나 빠진 의자, 그리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책장.
침대에서 일어나 쭉 둘러본다. 책장을 넘어서 내 뒤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흰 정장을 입은 노인, 아니 중년의 신사가 서있는 것이다.
-누.. 누구세요...?
난 어리둥절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나지막히 물었다.
그 신사는 방안을 둘러다니며 말했다.
-이게 너의 방이구나.. 그렇지?
-네.. 그렇긴 하지만 누군지좀 알려주십시오
난 그의 약간은 건방진 행동에 슬그머니 화가 오르며 말했다.
그러자 그 신사가 날 인자한 미소로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사람들은 날 '신'이라고 부르더군. 하하. 괜찮은 호칭이지
허허. 이건 꿈인가보다. 갑자기 신이란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나고.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그 신사가 내 생각을 읽었기라도 한듯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사람들은 이걸 꿈이라고 생각하더군. 하지만 난 꿈이라곤 생각안해. '지극히 현실적'이야. 신이란건 존재하니까 네 눈앞에 나타난건 당연한거지. 물론 신을 안믿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깜짝 놀랐다. 내 생각을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럼 당신이 신이란 말이죠?
난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제야 믿는군
'신'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신은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너에게 뭔가를 전해주기 위해 온거야. 이 지구엔 살인자가 참 많아. 연쇄살인범, 화재범, 테러리스트, 변태적 살인범, 사이코패스 등등..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살인자지. 이들이 왜 존재하는지 알아?
그는 나에게 물었다.
-글쎄요. 뭐, 유년시절 정서적인 영향을 받았던가, 아님 싸이코 든가요
난 건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엔 주제를 바꿔보지. 이 지구엔 대략 60억명의 인구가 있어. 계속 증가해 가고 있지. 이대로 사람들이 증가해 가면 어떻게 될까? 점점 에너지와 식량이 고갈되가며 수요는 늘어가지만 물자는 없어지지. 그럼 사람들은 굶어죽기 보단 먼저 서로 전쟁을 하며 죽어갈꺼야. 뻔하지. 내가 그들의 본성에 그런 감정을 넣었으니까
그는 숨을 고르며 다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럼 지구는 서서히 죽어갈꺼야. 인간들이 서로 멸망을 시키는 거지. 그럼 이런 파괴적인 일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을 조절하거나, 서로 타협하거나
난 아까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신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좋았어. 하지만 난 전자를 택했어. 사람을 조절하는 거야
난 또다시 소름이 돋으며 물었다.
-어떠한 방식으로 조절하는 거죠?
그러자 신은 말했다.
-살인자. 살인자를 보내는 거야. 그들은 '천사'야. 하지만 이런 막대한 임무를 맡고 인간이 되어 지구로 간거지. '살인자'로. 전세계엔 살인자가 굉장히 많지. 그들은 인구를 조절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