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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today_51808
    작성자 : 충전중이에요
    추천 : 5
    조회수 : 165
    IP : 211.201.***.1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8/19 01:20:36
    http://todayhumor.com/?today_51808 모바일
    8월 18일 백수 1일째
    무직 1일째고 일 안한지 41일째다.

    왜냐면 나는 오늘 10시 50분부로 퇴직원을 제출했고! 보안서약서도 작성했기 때문이다!

    본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본사에 있던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본부장님은 “신변 정리 되고 새 일자리 못 구하면 돌아와라. 너 이번 해 진급예정자였다. 월급 많이 오른다” 

    라는 말로 나를 번민케했다. 물론 립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거절. 
    근데 그 후에도 무슨 베트남 프로젝트가 있네 
    지방파견 프로젝트 하나 더 있는데 사람없어서 큰일이라는둥
    프리랜서 할 생각있으면 연락하라는 둥..
    쿨하게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먼가요.
    인력이 부족하긴 한가보다. -_- 
    안나고 버티는 남은 인력들도 이렇게 부려먹는데 오죽하겠어.

    밥이나 먹고 가라고 말씀해주셔서 점심은 본사에서 때웠다. 
    회사사람들과 먹는 마지막 식사… 라고 하기엔 좀 너무 일상적인 분위기였던 것 같다. 
    나도 특별히 다른 태도는 아니었고.
    밥먹고 커피까지 다 얻어먹고 염치좋게 헤어졌다.

    모 과장님은 나가려면 한명 납치해서 대신 꼽아놓고 나가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모 과장님은 “좋은 회사 많이 연락 오는데, 나도 다음달에 이직하니까 너부터 소개시켜줄게” 라는 말을 해줘서 날 감동케했다.
    별로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좋은 이미지가 생기는 멋진 말인가.
    좋은데 생기면 소개시켜주겠다니.

    그런거 말고 양다리 안걸치는 착한 츠자나 좀 소개팅 시켜주시죠. 라고 장난삼아 말했는데
    그사람도 솔로였다. ㅠ 죄송합니다. 내가 미쳤지 개발자한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하다니. 

    휴직하기 전 프로젝트에서 같이 일했던 신입 개발자애가 본사로 복귀해서 일하고 있길래
    전 프로젝트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물어봤는데
    정말 딱 예상한만큼 힘들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이 업계는 거지같이 흘러갈 수 밖에 없는건가?
    거기 남은 사람중에 정말 능력 좋은 대리님 한분 계시는데
    야근안하고 주말출근 절대안하는걸로 나름 유명한 그분이 고생고생개고생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너무 짠했다.

    하긴 그게 얼마전까지 내 모습이었지.
    그만두고 나니 뭔가 주변이 달라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나는 회사 사람들한테 한명두명 연락을 했는데, 다들 징그럽게 바쁜 것 같아서 몇명 하다 말았다.
    때려쳤는데 뭐 그게 벼슬도 아니고.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게 냅둬야지. 그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잖아.

    돌아가는 길에 졸업했던 학교에 들러서 교수님들을 좀 뵜다. 
    난 원래 B교수님을 보러 왔는데, B교수님은 오늘 하루종일 바쁘셨다. -_-
    A교수님은 오늘 하루종일 한가하셨다. 예전엔 이분 좀 껄끄러웠는데 간만에 보니 그냥 동네 아저씨같고 편했다.
    B교수님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업계 얘기 하고, 학교 얘기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얘기좀 하고.
    일본 취업 준비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번 여쭤봤는데, 별로 깊게 생각 안하시는 것 같았다. 

    쩝.  결국 B교수님과는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2시간정도 A교수님이랑 담소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뒷바퀴 바람이 빠져있어서-_- 그걸 끌고 또 자전거가게까지 갔다. 
    바람을 넣었는데 어라. 바람이 계속 빠지는거다. 튜브가 맛이 간 것 같았다. 12000원 주고 바퀴 튜브를 바꿨다.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했다. 
    왠지 피곤하고 나른해서 좀 짧게 하고 집으로 와서, 제육볶음이랑 밥을 먹었다.

    저녁에 B교수님한테 연락이 와있길래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일본취업쪽 사람 찾는 선배 하나 있다고 소개시켜줄끄나 하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그리고 이력서를 달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에서야 깨달았다. 내겐 문서로 된 이력서가 없었다. -_-;;;; 
    뜨악하고 문서로 된 이력서 두장을 부랴부랴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어 하나, 일본어 하나.
    다 만들고나니 4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아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하려나. 갑자기 만사가 귀찮네..

    당분간 호흡을 천천히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친구한테 여자친구 만들고싶다고 징징거리듯이 말했는데 친구가 말하길.
    자기도 솔로긴 한데, 여친은 자기가 외롭다고 만들면 안된다고 한다.
    징징거린것치곤 되게 묵직한 대답이라 할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ㅠ 창피했다.
    난 연애를 하고 싶은거냐 외롭다고 징징거리고 싶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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