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다 글은 처음 써봅니다.
글로 쓸 만큼 큰 사건이 아니라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찜찜하네요.
저는 현재 일본에 있습니다. 시험보기 위해 온거라 한달간 친구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집주인인 친구는 방학이라 한국 갔습니다.
저는 단기로 머무는거라 핸드폰도 없고 친구도 없고 혼자 지내고 있는데요..
다른 친구들한테 이 얘기 하겠다고 전화하기엔 시간도 늦고 공중전화까지 가기도 춥네요;
시작할게요
어젯밤 9시에 누워서 티비좀 보면서 밥을 먼저 먹을까 씻고 나서 먹을까 밍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근처 마트나 맥도날드에서 뭘 좀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나가려면 씻어야 했거든요.
시험끝나고 집에서 빈둥거리다 낮밤은 바뀐지 오래고..새벽에 영화보면서 먹을 맥주라도 사올라면
우선 씻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낮밤이 바뀌니 새벽에는 밥이 잘 안먹어지길래 바나나같은걸로
대신하고 그랬더니 몸이 좀 허해졌는지 뭔가 머리가 띵하고 순간 속이 뒤집혔습니다.
씻을라다 변기통 붙잡고 갑자기 올라오는 걸 토해내는데 암것도 안나오더군요.
먹은 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어지럼증이 가라앉진 않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길래 우선 이불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전기장판위에 누워있는데도 계속 손은 떨리고 어지러워서 눈감고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티비랑 전기를 켜놓고 잠이 들었는데 침대위에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몽사몽에
전 룸메라고 생각했습니다. 룸메는 평소에도 티비보면서 일본어로 그걸 고대로 따라한다던가 맞장구를
치는 식으로 일본어 연습을 했었거든요.
암튼 한국갔단 생각은 그 순간은 못하고 티비속 일본어에 바로 옆 침대위에서 들리는 일본어로 주절거리는
소리를 듣고 말을 걸려고 했는데 가위를 눌린건지 잠이 덜깬건지 소리가 안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겨우겨우 간신히 고개를 비틀고 올려다보니 누군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 엎드려 누워있을때의 팔?
같은 게 보여서 안심하고 다시 잘려고 하는데 순간 한국에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쳐다보려고 하는데 또 몸이 안움직입니다. 가위라기보다 감기약 먹고 자다 깬 것처럼 몸이 무거운
상태였습니다. 눈도 계속 감겼고 잠깐잠깐 잠도 잔 거 같습니다. 그 찰나에 꿈도 꿨거든요.
꿈꾸다 다시 깼습니다. 제가 눕기전에 샤워할라고 환풍기를 틀어놨는데 그 소리가 갑자기 귀에
거슬렸거든요. 소리가 너무 컸달까요. 거기다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간 것 같은 소리가 났습니다.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반가위?는 눌린채로 '룸메가 한국갔다 돌아왔나?' 생각했어요.
급한일이라도 생겨서 온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놀라서 눈을 확 떴습니다. 가위 눌린게
맞았나 봅니다. 화장실에 간 사람을 확인해야 되는데 몸이 안움직여 지는 겁니다.
또 다시 애써보며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켰습니다. 몸은 안일어나지고 목만 일으켜집니다. 일단 가위는
풀린 거 같아 무심코 시계를 보고 다시 픽 누웠습니다. 가위였구나-생각하자마자 안심했습니다.
전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그런 꿈들이 매번 생생한 느낌으로 남거든요. 대부분 기억도 하고요.
그래서 가위에 눌렸을 때의 일들도 꿈으로 치부했습니다.
근데 그순간 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겁니다. 이 쪼그만 원룸집에서, 누워있는 저의 발끝에서 불과
50센티정도 떨어진 화장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거예요. 씻을려고 화장실 환풍기 켜놓고 불도 켜놓고
문도 활짝 열어놨는데 소리 정말 크게 들렸습니다. 누운 채로 별별 생각 다 했습니다. 아직도 꿈일까
진짜로 룸메가 온건 아닐까 아까 뭔가가 보였던건 가위였고 꿈이었고 지금은 난 깨있는데..
사실 정신만 멀쩡했지 몸은 여전히 무거운 상태고 잠이 계속 오던 중이라 옆집 물소리일 수도 있다고
애써 생각도 했습니다. 잠이 깨던 와중에 환청이 들린 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 소리로 인해 잠도 다 달아났고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룸메집 화장실은 변기물 색깔이 파란색인데요.. 그 왜 변기 뚜껑?에 담가두는 그 파란색 내는 알약
같은 거 있잖습니까. 그걸 항상 담가둡니다. 그래서 뭔가 냄새도 더 산뜻하고 .. 변기물을 내리면
내리고 나서 잠깐동안은 거품이 안사라져요.
근데 그 거품이 있습니다. 물을 막 내린 직후였어요. 물이 다시 차면서 거품들이 일고 있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 멍해졌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그게 어젯바 11시에 일어난 일입니다.
멍하게 변기물만 쳐다보다 집을 둘러봤습니다. 달라진건 하나도 없더군요. 누군가 들어온건 아니고..
근데 생각하다 보니 배고픕니다. 몸도 개운하고 속도 멀쩡해졌습니다. 왠지 평온하게까지 느껴지길래
씻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싶어 볼일을 보고 씼었습니다. 씻고 나서 변기물 보니까 확실히 거품이 사라져
있습니다. 십분후만 되도 금세 사라지네요. 씻고 나와 밥먹고 티비보고 컴퓨터 하는데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나만 겪은 일이고 나밖에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그런가봅니다. 사실 그래서
글쓴겁니다. 임팩트가 있는 경험도 아니고 이런 일들은 왜...그렇게 생각하기 쉽잖습니까.
티비가 갑자기 꺼지거나 켜지는거라던가 전자렌지에서 삐-소리가 난다거나 그런거 뭔가...전자제품은
우연히 그런 오작동이 생길 법도 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겪어보니 그런 오작동이 생기면 안됩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정말로 우연히 물이 내려간 거일수도 있지만 ㅡㅡ; 마지막에 가위눌린 거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화장실간 사람과 너무 매치되서 좀 .. 그렇네요.
여기에다라도 말하지 않으면 계속 찝찝할 거 같아서 글 남깁니다.
눈팅할때 많이 봤던 문장이 "글로 쓰니 재미없네요 실제로는 무서웠는데.."였는데 정말 그렇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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