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7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가 멀다하고 영화가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예고편은 수백번은 본 것 같네요.
개봉일날 영화를 보고 나서의 첫 느낌은 기대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나와준게 어디야. 그것만도 고맙다 였습니다만
두번 보고 세번 보고 나서 왜 제가 그토록 기다리던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들었는지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처음 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인정하기가 싫었던것 같네요.
왜 이 영화가 절 실망시켰느냐 하면
원래 스타워즈의 메인인 영화 1~6편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즉 나중에 흑화해서 다스 베이더가
되는 그가 선택 받은자(chosen one)로서 포스의 균형을 가져온다는 예언이 과연 어떤 형태로 실현되는가 이것입니다.
아나킨은 태생부터가 신화적인 존재예요.
영화나 애니만 봐도 수많은 제다이나 시스가 등장하고 게임이나 소설 코믹스까지 루카스의 인증 비인증을 받은 작품을
넘나들면 수많은 인물이 존재하지만 아나킨은 다른 존재들과는 겪이 다릅니다.
태생부터가 포스의 힘에 의해 선택받아 잉태된 포스 그 자체의 현신이자. 수천년을 이어온 제다이와 시스의 투쟁을
끝내고 포스의 균형을 가져온다는 예언의 아이 즉 신적인 존재 비슷합니다.(딱 보면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건지 아시겠죠?)
단지 그 예언이 어떤 형태로 실현되느냐 그 과정을 그린게 바로 영화 1~6편까지인 겁니다.
아나킨을 처음 찾아낸 콰이곤의 바램처럼 그리고 그의 형제이자 스승이었던 오비완의 바램처럼 포스의 선택을 받아 시스를 멸절시키고
제다이 오더를 계승하는 전무후무한 제다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요다나 윈두가 느꼈던 불안처럼 미래를 예측할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유혹해 다크사이드로 끌어들인 팰퍼틴의 바램처럼 제다이를 멸망시키고 시스를 계승할 존재가 될 것이냐
바로 이것을 두고 흘러가는 이야기가 1~6편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아는대로 아나킨이 예언의 존재로서 포스의 균형을 가져오는 과정은
제다이로서의 각성-흑화되어 다크 사이드로 전향-제다이 오더의 멸망-그러나 그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가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
-마지막 순간에 아나킨이 에피소드6의 제목대로 제다이로 귀환 하면서 시스의 계승을 끊어버리고-새로운 세대를 아들에게 계승한다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더이상 보탤것도 뺄것도 없는 완성된 신화로 끝난 이야기였어요.
그런대 에피소드7이 시작되면서 수천년을 이어온 제다이 오더와 시스 사이의 끝나버린 이야기를 그딴거 없음..도로 아미타불로 리셋해 버린겁니다.
아니 무슨 수천년의 싸움 끝에 가져온 포스의 균형이란게 고작 30년 지난 시점에 도로아미타불도 모자라서 과거보다 더 지독한 형태로
리셋되어 버리나요?
그것도 좀 새로운 이야기인가 하면 전혀 아닙니다. 에피소드4를 그대로 판박이 해 논 모습인겁니다.
새로운 시대의 계승자가 되었어야 할 루크는 은둔자 요다로 레이는 루크로 핀은 한솔로로 한솔로는 오비완으로 다스 베이더는 카일로 렌으로
타킨제독은 헉스로 심지어 황제까지 스노크로 인물의 배치와 역활까지 하나도 차이가 없이 돌려 놓았습니다.
제국은 멸망하고 황제와 베이더가 죽었는데도 이름만 퍼스트 오더인 제국은 전보다 더 거대하고 악랄한 존재가 되었고(데스스타와 스타킬러를
비교해 보세요. 데스스타가 자주포라면 스타킬러는 MLRS입니다.) 저항군은 여전히 저항군 딱지를 못때고 전보다 더 초라한 몰골로 변두리
행성에 쳐박혀 있습니다.
무엇보다 열받는건 바로 베이더의 위치에 선 카일로예요.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가 아니라 포스의 선택을 받은자 아나킨이 고작 얼굴 본적도
없는 외할아버지의 뜻을 계승하네 어쩌구 하는 중2병 환자 몰골로 돌아온겁니다. 아나킨은 제다이로 돌아오고 포스의 영이 되어 승천(?)
하면서 그의 소명을 완벽히 끝냈잖아요? 그런 아나킨을 이딴 웃기지도 않은 형태로 이야기에 다시 끌어들이다니요.
마지막 스타킬러 파괴씬이 에피소드4를 그대로 복사했다거나 방어막 해제과정이 무슨 동네 파출소 털기 보다 못한 웃기는 모습으로 진행되었다거나
하는건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이 영화의 존재로 인해 에피소드1~6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의미없는 헛지랄로 되어버린겁니다.
루카스가 에피소드3를 만들고 나서 10년이 지나도록 영화를 못만들고 있었던건 스타워즈는 아나킨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더 할게 없어서였던겁니다. 새로운 형태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일생을 아나킨의 스타워즈를 만들어온 루카스로서는 그럴 자신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죠.
디즈니가 판권을 인수하면서 그간 스타워즈 캐년에 포함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비공식으로 날려 버리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폭거는 그간 수많은 스타워즈 2차 3차 저작물을 만들어온 팬들도 하지 않은 짓이예요.
제국의 잔당이 제국의 부활을 꿈꾼다거나(스론 3부작이 가장 대표적인 걸작입니다) 팰퍼틴의 클론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들 그중에는 괜찮은 것도 허접한 것도 있었지만 적어도 루카스가 만들어놓은 영화 자체의 의미를 날려버리는 폭거는 없었습니다.
영화가 나와서 반갑냐구요? 네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볼거냐구요? 네 볼겁니다.
그런대 적어도 이런식으로 돌아오길 원한건 아니었어요.
스타워즈의 모든걸 새로이 자신들의 걸로 만들고 싶었던 디즈니의 욕심은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것의 중심이었던 6부작의 가치를
이런식으로 황당하게 추락시키고 고작 4부의 복제품을 들고 나올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