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79일을 맞이하는 9월 10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최윤민 학생과 2학년 5반 김민석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최윤민 학생입니다.
윤민이는 딸 셋 중에서 막내입니다. 막둥이일 뿐만 아니라 윤민이는 몸집이 작고 애기 같아서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여전히 중학생 같은 여리고 작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용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순한 아이였고 집에서는 엄마 껌딱지였습니다.
윤민이 어머님은 위의 언니 둘은 이미 다 컸기 때문에 윤민이를 돌보는 데 가장 많이 신경 쓰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은 윤민이랑 보낸 시간도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윤민이를 잃고 나니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너무 그립고 윤민이 없는 시간을 버티는 것이 어머님께 가장 괴롭고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윤민이가 생활했던 단원고 2학년 3반 교실, 이송식 날 이전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윤민이 자리는 사진에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교실 뒤편에 있습니다.
윤민이 어머님은 집에 딸만 셋이기 때문에 딸들의 안전을 언제나 걱정하셨습니다. 어머님은 그래서 모든 범죄는 어두울 때 일어나니까 밤에 나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올 것을 언제나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밝은 아침이었고, 윤민이를 그렇게 어이없이 뺏기고 나니 어머님은 내가 조심한다고, 나만 걱정한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윤민이 어머님은 지금 가족협의회에서 3반 반대표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윤민 아버님과 함께 간담회에도 자주 가셔서 윤민이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5반 김민석 학생입니다.
민석이는 형이 하나 있는 두 형제의 막내입니다. 민석이랑 형은 어머님과 함께 안산에서 생활하고 아버님은 돈 버느라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셔서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민석이나 민석이 형을 알뜰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언제나 믿으셨다고 합니다.
참사 당일에 민석이 아버님은 언제나 그렇듯 평범하게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점심 때 식당에서 "여객선 침몰"이라는 뉴스를 보셨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설마 뉴스에 나온 그 배가 민석이가 탄 배일 거라는 생각은 못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민석이 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민석이 형은 너무 충격이 커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버님은 잘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민석이 이모님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서 앞뒤 설명을 듣고서야 민석이 아버님은 사태를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곧바로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차를 몰고 부산 터미널로 가셨습니다.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안산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 수가 없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안산에서 어머님과 민석이 형님과 아버님이 다 모여서 사태를 이해한 뒤에 아버님은 다시 팽목항으로 가셨습니다.
팽목항에서 지옥 같은 기다림의 나날을 보내며 혹시나,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면서 아버님은 시신 안치소에 계속 들러 민석이가 왔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시신안치소는 제대로 시신을 모셔놓는 공간도 아니고 그냥 천막 안에 자리 깔고 한쪽은 남학생, 다른 한 쪽은 여학생들을 주르르 눕혀놓은 곳일 뿐이었습니다. 전쟁터 같은 참혹한 광경이었고, 수습된 학생들은 얼굴은 깨끗한데 손끝은 다들 새까맣게 멍이 들고 손톱이 깨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민석이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민석이가 뭍으로 나와 차갑게 식은 모습을 대면하고 아버님은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다고 합니다.
민석이 아버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재작년 추석이었습니다. 당시 아버님은 국회 농성중이셨는데, 추석을 쇠기 위해 농성중이시던 부모님들께서 다들 광화문으로 이동하신 뒤에도 혼자 국회에 남아서 농성장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당시 민석이 형님은 동생을 잃고 나서 민석이 없는 집이 너무 괴로워서 이모님 댁에서 생활한다고 하셨습니다. 민석이 형님은 대학생이었는데,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어 힘들어해서 아버님께서는 휴학을 권하셨습니다. 그러나 민석이 형님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퇴를 하셨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가족들의 삶에 미친 어두운 그림자는 길고 고통스럽습니다.
민석이가 생활했던 5반 교실, 이송식날 유품과 책걸상이 포장되어 옮겨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민석이 자리는 빨간 화살표 부분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윤민이와 민석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엄마 껌딱지였던 귀여운 막둥이 윤민이, 아버님이 항상 든든하게 생각하셨던 민석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이 없는 세 번째 추석이 곧 다가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합동 차례 및 여러 가지 추모행사들이 기획되어 있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모두 오셔서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2016년 숭실대 세월호 간담회 중 최윤민 어머님 발언
2014년 추석 국회농성 중 김민석 아버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