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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49분
멍울진 눈으로 조용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볼 겸 위로받고 싶은 겸 해서 말이죠..
저는 임용고시 삼수생이였습니다.
근데.. 오늘 또 떨어져버렸네요.
저는 아주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버스도 하루에 8대밖에 없고 온주변엔 녹음이 우거진 그런 곳이었죠.
학교도 전교생이 서른명 내외. 아주 작고 촌스러운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때에는 그닥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끼인지 사람을 곧 잘 사귀고 어울렸죠.
그래서 작은학교지만 어린이회장도 해보고 다방구, 오징어, ㄹ자 등등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며 즐겁게 보냈었습니다.
졸업을 하고 중학교는 면소재지의 작은학교로 갔습니다.
초등학교때와 마찬가지로 역시.. 공부는 그닥 잘하지는 못했드랬죠.
오히려 마술에 빠져서.. 마술사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다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대들었었지요..
하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혀 꿈은 취미로 강등당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농사만 묵묵히 지으시고 말이 없으셨던 아버지께서
앉히고는 '공부좀 해야지'라며 말씀하셨고 저는 당연한걸로만 생각하며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뭐.. 성적은 30명중 5~6등정도였고.. 나름 시험기간에 우쭐거릴만한 수준이었죠.
고등학교도 역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입시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3년.. 거의 대부분 1~2등을 해왔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매학기 성적우수상을 받았던
공부벌레였습니다.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부모님께 티는 안냈지만..
소심해서 성적안나와서 이번에 장학금 놓치면 어쩌나..
시험망치면 어쩌나..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3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초등교사양성소.
많은 친구들과 이웃,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습니다.
당시만해도 졸업 후 보장된 취업, 직장의 안정성, 노후대비 등등 경제적, 사회적 어드밴티지가 꽤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운명인지 우연인지 대학에서 저의 본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걸 이때 알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물론.. 그에따라.. 성적은 개판을 치기 시작했죠;
그런데.. 두려운 상황을 관찰하게 됩니다.
나와 같이 전날 술먹고 장난쳤던 친구들이 저보다 성적이 더 우수했다는 것이죠.
이것은 마치 170cm인 사람과 185cm인 사람의 계주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 태생적 차이에 의하여 저들이 나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받아낸다는 것을 말이죠..
이 두려운 마음을 가진채 4학년이 되었고 우연히 MBTI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유형이 ENFJ라는 걸 알게되었죠. 대한민국에 1~2%랍니다. 거의 없대요.
그리고 검사해주신 교수님께서 말하길..
ENFJ유형의 사람들이 교대에 왔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라며
그동안의 저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분석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수능이라 부르는 시험은 같은 노력을 했을때 ISTP의 사람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ENFJ인 사람이 ISTP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ENFJ의 노력이 2~3배는 더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졌건 계기였습니다.
태생적 차이. 근본적 성격의 차이. 하지만.. 이해된다고 앞날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임용고사 역시 똑같은 유형의 시험이였습니다. ISTP에 더 유리한 시험.
수능은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고를 수 있었지만.. 임용고사는 성적이 좋은 순서대로 잘라내었습니다.
그리고 안좋은 예감은 늘 적중했습니다. 제 생에 처음 탈락을 맛보았습니다.
답답한 마음, 자책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이 모든 것들이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죠.
방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저에게 리셋된거였죠.
그리고 제 생에 처음 저 스스로에게 1년의 휴가를 주게됩니다. 나를 찾기위해서.
그래서 가장 먼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 졸업하고나서도 용돈받으며 살면 자유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음악하는 카페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렸고
꿈만같은 경험을 하게 되지요. 커피를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이란 주제로 서로 공감하며 행복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생활이 안되더군요.
결국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기간제교사를 하게됩니다.
기간제 일을 하면서 제가 교육에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학부모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죠.
그리고 임용고시에 회의를 품게 됩니다..
과연 이 시험에 타당성과 신뢰도는 충분한 것인가..?
2011년 올해가 되면서 저는 서울로 기간제를 구해 올라오게 됩니다.
서울의 교육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서울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지
왜 사교육이 지랄인지. 책, 기사, 이론이 아닌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1년간의 휴가로 굳어버린 머리를 재가동 시켰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더군요.. 올해 또 떨어졌습니다.. 과락으로요..
너무나도 꽉차서 차마 다 글에 담지 못한
방년 25세 교사지망인의 넋두리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쭉 읊고나니 마음이 가라앉는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마 또 도전할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 2013년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며.. 저에게도 행운을 빌어주십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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