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마지막에
김신이 이야기하죠.
"이 검의 용도는 박중헌을 베라는..."
처음부터 왕여가 김신에게 검을 내렸을땐 이 악업을 끝내달라는 의미로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박중헌의 목을 쳐라"라고 하고 싶었지만,
박중헌이 왕여를 자신의 아들인냥 말하듯(어릴적부터 밥먹여가며 키웠으니)
왕여 또한 박중헌이 의붓아버지기 때문에 차마 패륜(따지고 보면 아니지만)을 저지를수 없어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을거 같아요.
그 검을 하사하며 "장렬히 죽었다 전하라" 라고한건
전장에가서 죽어라가 아니라 "박중헌이 잘못된건 아는데 의붓 아비이므로 죽이진 못하겠고 이대로 돌아오지 말거라 내가 널 지켜줄수 없음이니"를
말하려던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선에게 또한 폭언을 일삼지만, 사실은 너무나 살리고 싶은데 자꾸 박중헌 심기를 건드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화가난 나머지 그걸 의도치 않게 김선에게 푼건 아닐런지...
그와중에 자신의 뜻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시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는 김신과 김신이 돌아오면 박중헌의 계략때문에 죽여야 하는데
(박중헌이 뭔데 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왕여를 엎어 키운건 박중헌이고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라 궐내 아군이 많았겠죠)
이때 김선을 살리려고 설득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맘은 모른체 끝내 역적의 누이로 남으려는 모습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것 같습니다.
(니편 내편이 문제가 아니라 김선이 김신의 편에 서면 같이 죽일수 밖에 없을테니)
물론 이 화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찌꺼기겠죠.
왕여의 무능함과 나약함은 탕약이 독약인걸 알면서도 마실지언정 박중헌이 잘못된줄 알면서 죽이라 명하지 못한건 패륜이라 여겼을테니까요.
왕여는 누가봐도 무능력한 왕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안을 세밀히 분석해 보면 단순한(간신 죽이면 되잖아?가 아니라 그에겐 아버지와 같은 존재) 구도의 인물은 아닙니다.
은탁의 말을 빌리자면 갓난 아기때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한 인물이니까요.
피한방울 안섞인 박중헌이 어쨌든 자신을 키웠으니 죽여라 마라 쉽게 판단하기 힘들었다고 봅니다.(궐의 권력이 박중헌에게 쏠려 있는것도 한몫)
그렇게 모두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은 나약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충신 김신과 가장 사랑한 황후 김선 비록 악의 화신일지언정 자신을 키워준 박중헌까지 손에서 놓지 않으려다 전부를 잃게 된거겠죠.
다 죽어 나갔는데?
결과적으론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스토리만 봐도 왕여는 모두를 죽이고 싶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는 압니다. 그가 아끼려는 모든걸 박중헌은 죽이려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모두에게 독한 말만 골라 했을 겁니다.
김신만도 장렬히 전사하라고 했지만 그건 당장 옆에 있는 박중헌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임과 동시에 김신에겐 정을 떼려고 한소리란 거죠.
보통 저런 소리 들으면 "아호 더러워서 신하 안해 다음 전쟁 대충 이기고 죽었다 구라치고 내 갈길 갈란다" 이래야 상식적인데
김신은 전왕의 부탁도 있었고 충성심 또한 굳건해서 그러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다른 입장 다 집어 치우고 왕여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모두를 살릴 길을 끊임 없이 모색해서 행하는데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준 이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내가 진짜 왕은 맞나? 의구심이 들정도)
왕이면 뭐해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데란 자괴감?
김신의 경우는 제가 내뇌망상을 통해 엮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김선의 경우 독약든 탕약을 받으려 할때 왕여가 못먹게 쳐내 버리죠.
이때도 왕여는 김선을 살리려고 한 행동인데 김선은 오해하고 섭섭해(표정 보시면 알아요) 합니다.
그리고 왕여가 화살 쏘는 장면이 있는데 계속 잘 쏘다
김신의 승전보가 계속 들리자 정신이 흩으러져 한발을 과녁 하반부에 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또한 그의 승전보에 화가 난게 아니라 살리고 싶어 도망칠(돌아오지 말라고) 기회를 줬는데 그 맘을 몰라주고 계속
돌아오니 내적 갈등(돌아오면 죽는데 왜그러느냐...)이 심해서 일어난 일이란 생각이 들었구요.
이후 박중헌이 왕여에게 퀘변을 늘어놓고 마지막에 "니 누이의 안위를 근심한다 기별하시옵소서"라고 말하자
엉뚱한 기둥에 화살을 꼽아 버립니다.
이때부터 김선이 화살 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구요.
이후 다시한발 쏘려던 찰나 활 줄이 끊어지며 과녁의 바닥을 쏘게 되고
김선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예에는 소질이 없으시구나"(그 전엔 로빈 훗이었다고요)
또한 왕여는 김선을 찾아가지 않았는데 이 또한 박중헌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한 행동들인걸로 추측이 되는 이유가
김선은 왕여를 보며 "한번을 안찾아 오시니 여인을 힘들게 하시는 분이시다"라고 넋두리 할때
왕여는 서책을 읽으며 잠시 회상하는 장면에서 자신은 김선을 찾아가고 상궁의 "폐하 드십니다란"
말에 뛰어나오던 김선을 생각하며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왕여는 결코 김선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반증도 되구요.
김선은 단 한번도 왕여의 진심을 보지 못하고 오해만 했었습니다.
이런 점을 미뤄 봤을때 왕여는 김신과 김선 두 남매를 결코 가벼이 여긴것 같진 않습니다.
이 오해의 실타래를 풀라고 그들 모두에게 기회를 준건 아닐런지...
결과적으로 김신의 가슴에 꼿힌 검은 박중헌을 멸하는데 사용이 되었고, 그 검을 하사한 이 또한 왕여니까요.
이 또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자르고 붙이면 헛점이 보이긴 하지만, 무튼 왕여는 김신도 김선도 지켜주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말을 항상 못되게 해서 그렇죠(옆에 박중헌이 있고 왕여가 가는 곳곳에 박중헌의 끄나풀들이 따라붙어 있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