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잘 될 때 숟가락 얹었다, 자기 멋대로 한다, 무한도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등등...

길에 대해서 안좋은 말은 무척 많습니다만...

전 길이 오히려 그런 역할을 하도록 김태호 PD가 내버려뒀을 것, 혹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멤버들 사이에 불균형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보다 제작하는 스텝들이 더 잘 압니다.

시청자가 봤을 때, 이거 정말 문제거리가 되겠다 싶은건 어지간해서는 다 알고 있다는 말이죠.

정말 길이 무한도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스텝들이 내쳐도 벌써 내쳤겠죠.

하지만 길은 그 수많은 풍파 속에서도 자리 잡거든요. 간간히 단독 코너라던가 주목받는 역할까지 척척하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PD는 '선천적으로 웃기지 못하는 아이', '음악을 해야하는 아이'라는 식으로 자막을 넣죠.

전 이게 김태호 PD가 길이를 인정하고 잡아준 캐릭터란 생각이 듭니다.

길이가 무한도전 안에서 주로 보이는 모습은, 제대로 못 웃기거나, 개그를 잘 못 받아치거나, 어벙해보이거나, 칭얼대거나 하는 역할이죠.

전 이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적은 안좋은 모습들... 길이 전에는 정형돈이나 정준하가 주로 맡던 모습입니다.

시청자가 눈살 찌푸릴 수도 있는 모습을 길이가 주로 전담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형돈이나 정준하 등의 약간 밀려 있던 캐릭터가 자기 모습을 찾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 정브라더스가 박명수를 거의 잡아먹을 정도로 커져버렸는데, 길이가 없으면 박명수가 맘껏 기를 펼 사람도 없어지죠.(그랬구나~)

어떻게 보면 필요악, 또 어떻게 보면 다른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양념...

무한도전에서 길이의 존재 가치는 저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거고요.

거기다가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 하던 무모한 도전. 지금 다른 멤버들은 더이상 평균 이하가 아닐 정도로 커버렸죠.

전 길이의 모습을 보면 초반에 말만 많이 떠들고 주워담지도 못했던 노홍철이나 어버버 어버버 하던 정형돈 같은 캐릭터가 떠올라요.

다른 멤버들이 오히려 너무 잘해나가니까 평균 이하인 길이가 밉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길이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라던가 명수는 12살이라던가 오호츠크해 특집이라던가... 자기 역할 하면서 무한도전에 나름 기여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까거나 그냥 옹호하거나... 그러지 말고 처음 무한도전 보던 느낌으로 그냥 어떻게 기어올라가는지 지켜봤으면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이야 문제거리 끌고 다녔지만... 요즘에 나오는 모습 보면 그래도 꽤 열심히 한다는 생각들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