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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복장 터져서 돌아버릴 것 같네요
의료민영화부터 팩트를 자꾸 확대해석하는 글이 돌지를 않나
이제는 포괄수가제마저도 의사들이 반대하니까 그건 좋은 것이라는 막무가내식 의견도 막 올라오네요
미쳐버리겠슴다
요새는 정책 관련해서 말만 하면 박근혜 지지자니 문재인 지지자니 하는 시각도 너무 강해서 의견 표출도 못하겠네요.
제가 쓴 글이나 댓글들 보면 알겠지만 전 문재인 지지자였고, 선거때도 2번 찍었습니다.
근데, 의료정책만큼은 반대였어요.
근데 왜 찍었느냐?
다른 면에서 도저히 박은 안될 거 같아서 일단은 문 찍어준 담에 빨리 뭐 파업을 하든 정부랑 협상을 하든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막상 선거 끝나고 나니 억울하고 허탈하고 하는 마음은 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래도 김용익이가 보건계 수장이 되는 꼴은 안봐도 된다는 점에서 0.000001%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의사들이 말하면 믿지를 않나요?
어떡하면 믿으실래요?
저 돈 잘 못벌어요. 부모님 공무원 하시고, 저 월급도 300만원 안됩니다. 마이너스 통장 써서 전세 살아요. 됐나요? 여기 계신 많은 분들하고 비슷해요? 이제 믿으실래요?
밑에 쓴 글은 지난 8월에 한참 포괄수가제가 이슈로 떠오를 때 제가 근무하면서 짬짬이 쓴 글이에요.
베오베까지 갔던 글이지요.
그때도 고게에서 베오베 보내주셔서 이번에도 멘붕은 오지만 고게에 다시 한번 올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좀 제발 좀 보고 믿어주셨으면 해서요.
현직 의사입니다.
대학병원 근무중인 레지던트이구요, 아직 년차도 낮습니다.
포괄수가제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맨날 온라인에서 의사들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논쟁도 벌어지고, 의사 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하지요.
그런데, 의사 욕하는 글들 보면 대다수가 의사들은 환자를 돈으로 보는 양심도 없는 것들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밥말아 쳐먹었냐는 요지의 것들이 많습니다.
이걸 보면 진짜 열받아서 다 때려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온라인에서 의사 욕하는 글과 똑같은 내용으로 직접 얼굴에 대고 폭언을 퍼붓는 사람을 종종 만납니다. 예를 들자면, 두살배기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이마를 부딪혀서 혹이 났다고 왔는데, 애는 보기에 멀쩡합니다. 그러면 저는 일단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약 1/1000 정도의 확률로 지연성 뇌출혈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CT를 고려해 보자고 이야기를 하죠. 그러면 보호자가 생각하고 어떻게 할지 말해줍니다. 대부분은 잘 이해를 하고 지금 CT를 찍자거나 일단 지금은 안찍고 싶은데 어떡하냐고 되묻지요. 그러면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 다시 와서 검사하자고 하고 귀가시키지요. 그런데 몇몇은 CT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표정이 확 구겨지면서 아니 뭐 이런걸로 CT까지 찍냐는 둥, X-ray 찍어보러 왔는데 뭔소리하냐는 둥, 거기서 좀 더 나가면 환자를 돈으로 보냐는 둥 온갖 궁시렁대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죠.
예는 또 있지요. 뭐 들자면 무궁무진하죠.
배가 아파서 환자가 옵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을 모시고 젊은 부부가 같이 옵니다. 어르신은 배가 아프시답니다. 어제부터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되는 거 같아서 주사 한대 맞으러 왔다고 하십니다. 거기서 주사 한대 주고 보내면 될까요? 안되죠. 당연히 청진기도 대 보고, 배도 눌러보고 해야 됩니다. 근데, 배를 눌러보니 윗배가 아프긴 한데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부분이 제일 아프다고 하십니다. 일단 염증 수치 등을 확인해야 되니 피검사를 하고, 고령인 환자들에게서는 심장 문제가 윗배가 답답한 증상으로 나올 수 있으니 심전도 검사는 해 보자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젊은 부부 표정은 일그러집니다. 마지못해 하자고 합니다.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염증 수치가 높습니다. CT 찍자고 합니다. 그때부터 온갖 컴플레인이 시작됩니다. 아니, 소화 안되서 주사 한대 맞으러 왔는데 무슨 CT까지 찍는 거냐, 그정도로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이 돈에 눈이 멀었다더니 딱 그렇구나 등등..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고 검사 결과가 이러해서 이러한 질환이 의심되기 때문에 CT를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해도 귓등으로도 안듣습니다.
글만 읽어보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지요?
다 경험담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억울하지요. 안찍어도 될 CT, MRI를 아무리 찍어봐야 저한테 떨어지는거 한푼도 없고, 환자 아무리 많이 봐도 저한테 떨어지는 건 정해진 월급밖에 없는데, 뭣하러 환자한테 욕들어가면서 비싼 검사 하겠습니까. 주어진 검사 결과(싼 검사)로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을때만 검사하려는건데요.
그리고, 좀 더 좋은 검사 장비나, 치료 재료가 있으면 그걸 써서 치료하는게 의사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많은 검사나 치료는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예전에 쓰던 치료법이나 재료가 돈은 싸지만 부작용이 있다면, 돈은 좀 더 비싸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걸 쓰는게 의사 입장에서는 비싼 치료비를 받아서가 아니라, 환자가 나중에 컴플레인이 없기 때문에 더 좋아요. 아무리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해도, 결구 그 부작용이 생기면 말 그대로 '뒷처리'를 하는데 꽤 애를 먹게 되거든요.
이것도 예를 들어 보지요.
여섯살 정도 되는 아이가 놀다가 창틀에 머리를 부딪혀 왔습니다. 정수리 부위가 1cm 정도 일직선으로 찢어졌네요. 다행히 직선상으로 깔끔하게 찢어졌습니다. 깊지도 않습니다. 머리 검사를 했더니 별 이상이 없어 상처를 봉합하면 귀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부모님들은 '머리 꿰매야 되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아주 예전에는 말 그대로 실로 꿰맸습니다. 몇년 전부터는 장비들이 좋아져서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찝어줍니다. 스테이플러가 흉터는 비슷하지만, 실로 꿰맬 때 마취하는 통증 정도로 봉합할 수가 있어서 더 선호됩니다. 요즘에는 의료용 강력접착제 같은 게 있습니다. 상처 가장자리에 나 있는 머리카락을 서로 교차시켜 꼬면 상처가 닫힙니다. 그 위에 강력접착제를 떨어뜨리면 상처가 닫힌 상태로 고정이 됩니다. 이 방법은 전혀 통증도 없고, 위 두가지 방법과 달리 정기적으로 소독받으러 올 필요도 없습니다.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죠.
문제는, 재료비가 비싸다는 겁니다. 꿰매는 건 실값만 있으면 됩니다. 꿰매는 사람의 인건비(기술료지요)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의사 인건비는 인건비로도 안쳐주려고들 하시니. 여튼, 스테이플러는 스테이플러 심값과, 스테이플러 박는 기구 비용 정도가 들어갑니다. 강력접착제는 접착제 비용이 들어갑니다. 접착제 비용이 하나당 6만원 정도 합니다. 그냥 꿰매는 것보다 세배 정도 비싸죠.
아이건 어른이건 환자건 보호자건 물어보면 백에 구십 이상은 접착제로 해달라고 합니다. 당연하죠. 통증도 없고, 병원 다시 올 필요도 없고, 다음날부터 바로 머리 감아도 되고. 얼마나 편합니까. 근데 이게 전체 포괄수가제가 되면 이게 허용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내가 내돈내고 더 좋은걸로 하겠다는데 못하게 합니다. 계속 오유에 올라왔던 게시글들의 요지는 이런 내용입니다.
여튼, 고민은 그겁니다. 환자를 돈으로 봐서 검사 하고 그러는게 아니라, 진짜 필요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검사하려고 하는데도 일부 사람들은 의사 욕만 한다는거, 그리고 포괄수가제 되면 진짜 돈 문제를 떠나서(왜 떠나서 생각해야 되는지도 의문입니다만) 환자한테 좋은 치료를 할려고 해도 못한다는거.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세줄요약
환자가 걱정되서 이런저런 검사 해보자고 하면 환자는 돈에 눈먼 의사새끼라고 욕만한다
포괄수가제 되면 돈 문제를 떠나서 받고 싶은 치료, 해주고 싶은 치료를 못한다
근데 의사들은 왜 돈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야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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