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창원시가 NC의 새 야구장 부지로 선정한 진해의 옛 육군대학 터에 가야시대 패총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고학자들은 "패총을 정밀 시굴하려면 6개월에서 1년여까지 걸릴 수 있다"며 "창원시가 야구장 건설 기한에 쫓겨 유구 발굴을 속전속결로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밀 시굴을 하면 창원시는 야구장 완공 시한(2016년 3월)을 못지킬 공산이 더욱 커진다. 옛 육군대학 터는 이미 야구계로부터 접근성과 흥행성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은 곳이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은 1999년 발간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서 육군대학 부지를 패총을 비롯한 토기가 분포하는 지역으로 적시했다. 만약 이 곳에서 패총 등 중요 유물과 문화재가 대량 발굴될 경우 창원시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약속한 새 야구장 건설공기(2016년 3월30일)를 맞추는 데 또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계에서는 "창원시가 야구장 건설을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를 졸속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4대강을 만들며 수많은 유적이 훼손됐다. 야구장 난개발 보다는 착실한 지표조사와 함께 정밀 시굴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물 발굴시 야구장 건설 지연 불가피
진해 육군대학 부지는 고고학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통한다. 유물이 묻혀있을 확률이 크지만, 지난 60년간 군사지역으로 묶여있어 단 한 차례도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진해중학교 자리였던 이 터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국방부 소유가 됐다. 이후 95년까지 육군대학이 사용하다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문화재관리국은 99년 각 지방별로 유적분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물인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따르면 새 야구장이 들어설 진해육군대학부지는 가야시대 조개무덤과 토기 등이 묻혀있을 확률이 큰 지역으로 드러났다. 지도상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일반 지역과 확연하게 구분지었다. 창원시에서 활동 중인 고고학자 A씨는 "학자적인 양심이 있다면 이 지역에 유물이 없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지도상으로 볼 때 가야시대 패총이나 토기 등이 묻혀있을 확률이 크다. 유물의 분포나 범위 등은 땅을 파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야구장 건설 공기에 쫓기고 있는 통합창원시에 유물 발굴은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2016년 3월까지 야구장을 완공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미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NC는 KBO에 낸 예탁금 100억 원을 되찾을 수 없다. 그러나 육군대학부지에서 창원시 인근에 위치한 성산패총 수준의 유구가 발견될 경우 정밀시굴조사를 피할 수 없다. 창원지역 고고학자 B씨는 "학자마다 판단의 차이가 있겠으나 이 정도 규모의 패총을 제대로 정밀 시굴하려면 6개월에서 1년여까지 걸릴 수 있다"며 "비의도적 유구인 총의 역사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패총 자체뿐 아니라, 그 밑에 유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 패총 밑에서는 청동기 유물이 발견됐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살펴보고 갔던 성산패총 역시 층 아래 야철지가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졸속처리하면 학계와 시민사회 반발 가능성
창원시 새 야구장 건립 전담팀은 지난 2월 "병렬식 일처리로 2016년 3월까지 새 야구장을 완공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완공시한에 쫓기고 있는 창원시가 야구장을 시간 안에 짓기 위해 문화재를 꼼꼼하게 발굴하지 않을 수 있다. 정밀발굴조사 대신 입회조사(공사 현장에 학자 등 입회자를 투입하는 것)를 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3월부터 조사 전문기관과 수의계약을 맺고 지표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화재관리법상 건설공사의 사업면적이 3만㎡ 이상일 경우 지표조사를 해야 하도록 돼 있다. 문화재청은 창원시가 제출한 지표조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해 정밀시굴 여부를 결정한다. 새 야구장 건립 전담팀은 "조사 기관과 계약기간은 7월 중순까지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5월 중에 나올 수도 있다. 문화재청이 보고서를 검토해 발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고고학자인 B씨는 "입회조사는 과거 정부가 4대 강을 개발하면서 문화재를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나온 방식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수많은 문제를 제기해왔고, 곳곳에서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야구장 건설이 선조의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유구나 문화재보다 급할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간소한 입회조사 대신 정밀시굴 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입회조사는 3주 안에도 끝낼 수 있다. 창원시가 야구장 공기에 쫓겨 속전속결로 유구 발굴도 끝내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 야구장 부지에 패총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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