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42일을 맞이하는 8월 4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최수희 학생의 생일입니다.
최수희 학생입니다.
수희는 여동생이 하나 있는 두 자매의 맏딸입니다. 어머님께서 하키 선수 출신이신데, 선수생활 은퇴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힘드셨기 때문인지 수희는 처음에 태어났을 때는 다른 아기들보다 약간 작았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정성들여 키우셨고, 게다가 집안에서 첫 손주라서 친척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수희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수희가 태어난 뒤로 아버지 사업도 잘 되어 수희 어렸을 때는 집안이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수희는 공부도 잘 하고 글짓기 대회나 포스터 그리기 대회, 리코더 연주, 연극 등 여러 경연대회에 나갈 때마다 상을 타오는 재주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수희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병에 걸렸습니다. 심장이 좋지 않아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식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서 동생은 집에 계속 누워 있어야만 했는데, 집안이 답답하니까 수희 동생은 아빠한테 카메라를 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빠가 사주신 카메라를 여동생은 언니한테 주면서 바깥 사진을 찍어다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했던 수희 동생은 수술 후 6개월이 채 안 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희는 동생을 잃고 나서 많이 충격받고 무척 슬퍼했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오래 지내다가, 수희는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과 교회 언니의 격려로 간신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수희는 역사 동아리에서 활동도 하고 학내 토론 등에도 참여하며 조금씩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수희는 그림이나 만화를 잘 그리고 글씨도 예쁘게 잘 써서 친구들과 협동작업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 교우관계도 나아지고 학교생활이 조금씩 즐거워졌습니다.
동생이 그리워지면 수희는 동생이 선물해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동생 이야기도 하고 일상생활도 털어놓으며 수희는 조금씩 다시 엄마아빠한테 마음을 열었고, 가족은 조심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수희는 유아교육과에 진학해서 아가들 가르치는 일을 전공하고 직접 유치원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수희는 연예인 중에서 빅뱅의 지드래곤을 좋아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지드래곤하고 결혼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지드래곤 열애 소식을 듣고 낙담하는 귀여운 열 일곱 살 소녀였습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2학년 3반 수희 자리에 붙어 있는 스티커 사진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아침 9시 42분에 수희는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사랑하고 미안해. 고맙고." "아빠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사랑해." 그리고 10시 14분에 수희는 마지막 문자를 엄마한테 보냈습니다. "엄마 걱정마."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언제나 정상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수희가 외롭지 않도록, 잊지 않는다고, 생일 축하한다고 #1111로 문자 한 통씩만 보내주세요.
세월호 피해자 모든 분들의 사연이 다 가슴 아프지만 수희 이야기는 말로 할 수 없이 참담했습니다. 수희 부모님의 심경은 어떠실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짧은 생애를 살면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들만 겪었던 수희 자매가 이제는 아프지 않고 춥지 않은 곳에서 함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