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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emigration_512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20
    조회수 : 2564
    IP : 99.235.***.182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5/09/28 09:56:06
    http://todayhumor.com/?emigration_512 모바일
    캐나다직장인의 정리해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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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이야기 -> 저 밑에...

    그렇게 대규모의 정리해고가 있은 지 약 6개월여 후, 악몽의 시작은 한 통의 이메일과 함께였습니다.
    그 날도 변함없이 오전근무 잘 하고, 대충 점심 때우고, 소화시킬 겸 회사 한바퀴 돌고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는데 CIO, 즉 IT부서 짱로부터 이메일이 한통 와 있었습니다.
    제목을 보아하니 IT Meeting~~ 어쩌구 저쩌구...
    또 변함없이 회사 미팅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메일을 열었습니다.
     
    요 근래에 회사에서는 이런 류의 IT 전 부서 미팅이 많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가 Demutualization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즉 Private회사에서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식회사 심사통과를 위해서는 정부나 심사관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부서도 이리저리 바꾸고, 새로운 경영기법도 도입하고, 효과적인 방법론도 정착시키고... 그럴 때마다 전체 회의를 하다보니, 힘든 건 직원들뿐입니다. 솔직히 뭔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에휴...
    하여간 또 이런 류의 미팅이겠거니... 하고 이메일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Tomorrow meeting... (내일 미팅있어...)
    This is mandatory...  (빠지면 죽어...)
    Other meeting or training cancel해 (미리 잡혀있던 미팅이나 트레이닝은 다 캔슬해)
    From CIO John (IT짱 존으로부터)
     
    흠...
    보통 이런 류의 메일은 내일 어떤어떤 내용에 대해서 미팅을 할 것이다... 라고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곤 했는데, 이 메일은 딱 3~4줄로 찬바람이 쌩쌩 나는 그런 메일이었습니다.
    이 놈이 어제 크게 부부싸움을 했나... 하면서 잠깐 갸웃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시 오후근무로 열심히 빠져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부서는 마침 약 1주일 전에 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서 그야말로 널널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다른 부서에 비해서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해서 그 전 주에는 점심 때 부서회식까지 하고 자축까지 했던... 그래봤자 지 돈 내고 지 점심 사 먹는 거지만...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프로젝트 마무리하면서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고, 실제로도 부서원 몇몇은 이미 그 다음주부터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을 배속받은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오후근무를 마무리하고 집에서 푹 쉬고, 운명의 날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타고, 여느 때와 같이 부서 직원들이랑 수다나 떨려고 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웅성대는 분위기이고, 다른 날과 달리 약간 붕~~ 뜬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1년도 안 된 신삥이기에 분위기도 모르고 해서 친한 중국놈에게 물어봅니다.
     
    "야... 뭐여? 분위기가 왜 이래?"
    "너 들어올 때 회사 앞에 혹시 택시 줄 서 있는 거 봤어?"
    "택시? 아니 택시 한 대도 못 봤는데... 와이?"
    "흠... 그래? 그럼 아닌가?"
    "아... 뭐여... 말을 혀... 뭔 일이여?"
    "응... 어제 찬바람 씽씽 나는 이메일 봤지? 그게... 오늘 정리해고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하네..."
     
    띠~~잉...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지... 진짜여?"
    "아니.. 확실한 건 아니고... 택시가 없다니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컴퓨터 로그인하는데도 아무 이상 없었잖아?"
     
    아... 씨... 자꾸 그 놈의 택시는 뭔 소리여?
     
    "물론이지... 컴퓨터 잘 돌아가고 있는데 뭐..."
    "그럼 아닌가...? 흠... 하여튼 이따가 미팅 가보면 알겠지 뭐... 헛소문일 수도 있고..."
     
    자리에 돌아와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합니다.
    열심히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잘릴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일단 1년도 안된 신삥이고... 짜르려면 굳이 연봉 싼 신삥보다는 월급도둑인 메니저급에서 짤라야겠죠. 
    그리고 1년도 안되서 자를거면 굳이 뽑을 이유도 없었고... (바쁜 프로젝트를 위한 단기성 구인이었다면 모를까...)
    맡은 프로젝트도 다른 팀에 비해서 성공적으로 끝나고, 다행히 몇몇 메니저들도 저의 성과에 대해서 잘 봐 주었고...
    내가 큰 사고를 친 것도 없고, 맡은 건 다 끝냈고, 회사 무단으로 빠진 적도 없고... 
    흠... 설마 난 아니겠지...
     
    이렇게 낙관적인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그래도 약간의 미심쩍은 마음으로 오전근무를 마치고, 아내가 차를 쓰는 관계로 아까 그 친한 직원놈에게 라이드를 부탁해서 회의장소로 갔습니다.
     
    회의장도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보통은 큰 홀에 다 모여서 앞에서 강사가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중간중간에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런 회의였는데, 오늘은 다릅니다.
    회의하는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회의실 앞에 긴 테이블이 있고, 거기에 평소에 보지도 못했던 직원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직원들 이름을 일일히 확인하면서 너는 A룸 8번 테이블, 너는 B룸 3번 테이블... 이렇게 회의실과 테이블까지 지정해 줍니다.
    저와 제 동료는 이름을 확인했더니 각자 다른 회의실에 배정되었습니다.
    전혀 아무 생각 없었던 저는 동료에게 이따 회의 끝나면 회사까지 다시 데려다달라고 부탁하고, 저에게 배정받은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회의실 쪽으로 갔더니 회의실로 들어가는 문이 두어개 있는데, 그 문에서 약간 멀치감치 떨어져서 체격 건장한 놈들이 두어명씩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원탁테이블이 약 10여개 준비되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8~9개 정도의 의자가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실 한 쪽으로는 길게 흰 천으로 방 같은 걸 대여섯개 만들었고 그 안에는 의자가 두개씩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저는 일단 공짜커피와 공짜스넥을 챙기고 들어오는 놈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메니저급들이 많았지만, 저처럼 신삥도 있었고, 중간급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점점 안심이 되어갑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도 이 놈이 없으면 회사 돌아가기 힘들겠다... 그런 놈들도 한둘씩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IT부서직원이 약 350명 정도인데, 이 회의실에는 약 100여명... 아무리 구조조정이래도 이 많은 인원을 자를 리는 없고...
     
    재빨리 머리를 굴립니다. '혹시 테이블별로 자르나? 1, 3, 5, 7번 테이블 너네 나가... 그렇게 하려나?'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직원들을 스캔합니다. 흠... 통 모르는 직원들뿐입니다.
    '아 좀 불안한데.... 혹시 모르니 공짜커피와 스넥이라도 더 먹어야겠다...'
     
    그렇게 초조하게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문으로 IT부서짱이랑 그 뒤에 똘마니 2어명이 쫄래쫄래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까 그 서성거리던 보디가드같은 놈들이 문을 쾅 닫으면서 각각 2명씩 문을 지킵니다.
    시장바닥같던 회의실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듯이 조용해집니다.
    평소에 회의를 하면 항상 웃는 낯이었던 IT짱은 굳은 얼굴로 뚜벅뚜벅 단상으로 걸어나갑니다.
    그리고 습관처럼 스~윽 한번 회의장을 스캔하더니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쏟아냅니다.
     
    "오늘부로 이 방에 있는 놈들은 다 짤렸다. 그 동안 고마웠고 나머지는 내 똘마니가 이야기할 거다. 앞으로 잘 살아라."
     
    이렇게 딱 세 마디를 숨도 쉬지않고, 무표정으로 내뱉더니 단상 옆으로 내려옵니다.
     
    갑자기 누가 뒤통수를 탁 치면서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 납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충격으로 인해 제 머릿속에서 지 머리가 지 머리를 때렸나 봅니다.
    눈물이 왈칵 나는 것 같고, 한동안 윙~~ 하고 귀에서 이명이 울려서 잘 안들립니다.
    '야 이 십장생아...' 라고 크게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발음 때문에 못 알아들을까 봐 꾹 참습니다.
     
    그렇게 예상치 않았던 저의 파란만장한 정리해고 경험기가 시작됩니다.
    출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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