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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511159
    작성자 : 초미녀
    추천 : 3
    조회수 : 1811
    IP : 112.155.***.9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5/21 11:17:21
    http://todayhumor.com/?freeboard_511159 모바일
    지하철 타고 강북에서 성남까지 ...(지하철택배이용후기)
    스크롤의 압박을 좀 끼얹습니다.. (_ _)(- -)
    지하철 택배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대개는 알바 사이트에서 봤던 후기들
    지하철 택배 하지 마세요 이런 글들..
    그리고 어르신들이 소일거리 삼아서 하신다는 거 정도..
    지금까지 저도 그다지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었기에 이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집이 강북구인데 갑자기 성남까지 급히 보낼 물건이 있어
    퀵서비스를 알아보다가 경기도권으로 넘어가면 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비교적 저렴한 지하철택배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
    검색사이트에서 상위 3개 사이트 요금을 대충 비교해 보고
    그중 가장 저렴한 곳에 전화를 걸어보았어요

    중년 여자분께서 전화를 받으십니다.
    처음 든 느낌은, 이 업체 좀 소규모인 것 같다
    퀵서비스 업체처럼 따박 따박 빠르게 진행되는 전화가 아니고
    옆집 아주머니와 통화하듯 좀 여유있는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주체적으로 통화를 이끌어야 할 정도로요.
    토요일도 가능하다기에 오늘 아침 10시에 울동네 역앞으로 와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쇼핑백 두개라 했더니 사이트에서 본 요금보다 천원 더 높은 가격을 말씀하시기에 그러마고 했구요.
    그래봤자 만오천원도 안되는 요금입니다..

    느낌상 어르신께서 나오실 것 같아 지하철역에서 지하상가 가는 방법을
    좀 큰 글씨로 자세히 적어서 저녁에 짐이랑 같이 챙겨 놓구
    쇼핑백 두개도 힘드실듯 하여 A4용지보다 좀 작은 쇼핑백에 꼭 필요한 의류 몇벌만 담았어요.
    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좀 늦게 잠든 것 같습니다.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서 밥 먹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배 깔고 엎드려서 핸드폰으로 오유를 하고 있는데 9시 40분쯤 전화가 옵니다.
    목소리 좋으신 어르신이셨어요.. 좀 일찍 나왔다고, 기다린다고.

    약속했던 장소로 서둘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두유랑 빠다코코낫 낱개포장 1개를 같이 담아서..
    개인적으로 나이 지긋하신 남자 어르신은 좀 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자분이셨구요.. 머리에 살짝 눈이 내리신 어머님..60대초반쯤 되셨을까요~?

    비가 안와서 다행이라고, 먼저 나오셔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을 붙여봅니다..
    적어간 메모지 보며 길 설명을 드렸어요. 역 개찰구 밖의 지하상가 오른쪽길로 5분 직진..
    그래도 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알겠다구 하시는데 왜 이리 짠한지..ㅠ
    식사는 하고 나오셨냐 물으며 가져간 두유랑 비스킷 드시라구 챙겨드리는데
    환히 웃으시고 나도여기 근처 산다고 마을버스 타고 나왔다구 하십니다..

    제가 먼저 선불로 드렸고, 여느 퀵서비스처럼 영수증 적어 주시더라구요.
    잘 보내 줄테니 걱정 말라구. 고맙다구.

    20대 중반도 안된 제가 빠른 걸음으로 빠른환승 신공을 시전해도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리던 길을 아담하신 60대 어무님께서 타박타박 걸어가실 생각을 하니
    돈 몇푼에 손녀가 할미 부리는듯한 모양새에 죄책감이 들어
    내가 퀵서비스를 보낼 걸 잘못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내내 생각이 없어지질 않아요

    우리 동네 사신다니, 아침에 약속장소까지 오실 때는 어차피 가는 길에 마을버스 한 번이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돌아오실 때 그 먼길을 다시금 지하철 2번 환승하면서
    돌아오셔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파져서..

    저도 택배기사님이나 퀵 기사님한테 고맙습니다 말이나 할 줄 알았지 
    여름에 물한잔, 겨울에 핫팩 하나 챙겨드린 적 없는 사람이지만요..
    집에 인터넷 기사님이 오셔도 부끄러워서 집에있는 우유하나 커피한잔 드릴까 말까
    몇번을 고민하다 말았던 적이 더 많지만서두요.. 오늘은 왜 이렇게 속상할까요?
    요금 더 얹어 드리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챙긴다고 챙겼는데 간식거리라도 좀 더 싸드릴걸..

    우리 엄마두 조금 있으면 빠른세월 흘러 그만큼 나이를 먹을 텐데 하는 생각..
    우리 돌아가신 할머니는 매일매일 우리집에 와서 돌봐 주셨었는데 하는 생각..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들 때, 옆사람이 자리양보하길 기대하며
    모른척 자리에 앉아있던 죄책감들이 자꾸만 자꾸만 밀려 옵니다. 왜 이렇게 죄송한 걸까요..
    사무실에 수수료 떼고 나면 차비 빼고 용돈벌이나 되실려나 모르겠지만
    최저임금도 안되게 심부름 부리듯 너무 먼길 고생시켜드리는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가까운 거리는 요금이 얼마나 되나 모르겠습니다만..
    퀵서비스 절반정도 되는 가격에 간 것 같아요.
    지하철 택배도 여러 업체별로 성격이나 운영 방법이 좀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르신들 운동이라도 되시게 좀 도움 많이 드릴 수 있는 업체 찾아서 다음번엔 그쪽으로 
    이용 해봐야겠습니다..

    돈내고 서비스 이용하면서 이렇게 죄책감 들기는 처음입니다..ㅠㅠ
    저렴한 요금 때문에 더 그랬을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또 이런 경우가 있을때 만일 어르신들께서 나오신다면 쩜오배 정도라도 더 드리면서
    차비라도 하시라도 보태드릴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하철택배 경험해보시구 불쾌하거나 별로 안좋으셨던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딱 한번 이용해본 지하철택배 이용담이니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지하철택배라는거..이용해보신 적 있으신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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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1 11:20:27  14.5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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