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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51000
    작성자 : aeio
    추천 : 51
    조회수 : 9137
    IP : 121.173.***.42
    댓글 : 26개
    등록시간 : 2014/11/22 10:43:54
    http://todayhumor.com/?military_51000 모바일
    용사주제에 건방지다
     
    보통 갓 전입온 이등병들은 어리버리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하고
    낯선 생활에 적응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 사회에선 멀쩡했던 사람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한번쯤은
    흔히 말하는 고문관 시기를 거치고는 한다.
     
    특히 전입온지 한달이 채 안된 이등병들이 보이는 증상은 치매 초기증상과 매우 흡사하다.
     
    -기억장애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못하거나 최근의 일이나 대화내용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
     
    가령 어제 알려준 분대 맞고참의 이름을 기억 못한다거나 알려준 장비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공간지각장애
     
    자신이 놓아둔 물건의 위치를 모르거나 잘 다니던 길을 잃어 집을 못찾는 증상.
     
    이 또한 대부분의 이등병들이 겪고 있는 증상으로 옆소대 총기함에 자기 총을 넣고 잠구고 총을 잃어버렸다며 소대를
    발칵 뒤집어 놓거나 처음 백일휴가를 나가서 설레는 기분에 남몰래 입수보행을 시도하다 전투복 바지주머니에서
    3co 1p라고 적힌 작은 열쇠를 발견하는 경우. 근무를 나가다 혼자 기동로를 벗어나 길을 잃고 헨젤과 그레텔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실행증과 계산장애
     
    평소 하던 일상적인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계산도 잘하지 못하는 증상.
     
    보통 실행증은 훈련소 입소 초기 제식훈련을 받을 때 자주 보이는 증상이다. 왼손과 왼발이 같이 나간다거나 조교의 좌향좌 구령에
    혼자 비보호 우회전을 돌아버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불침번을 설 때 인원수나 총기수를 못맞추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본 일일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하고 가장 심하게 보이는 증상은 바로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 라는 증상이었다.
     
    무슨 말을 하던간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슴같은 눈망울로 "예?" 혹은 "잘 못들었습니다." 혹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경우였다.
     
    사실 어절수 없는 일일수도 있다. 이등병은 항상 바쁘다. 자기 일 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잔심부름도 해야하고 고참들 눈치도 봐야하다.
    주변에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 없으니 누구 무슨말을 해도 항상 자기한테 하는 말 처럼 들린다. 그냥 던지는 말에도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되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나 고참의 말이 빠르거나 혹은 사투리가 심한 경우엔 더 심해진다.
     
    신병 중 유독 말귀가 어두운 후임이 하나 있었다. 처음엔 아직 적응기간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후임의 증상은
    심각해졌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줘도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고 잘 못들었니다로 하루를 시작하고 잘 못들었습니다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고참들의 인내심도 무너졌다.
     
    한 고참이 참다 못해 말했다.
     
    "너 한번만 더 잘못들었습니다 라고 하면 진짜 못듣게 만들어준다. 심봉사 되는거야 알았어?"
     
    "..."
     
    "... 심봉사는 눈이 안보이는거지 말입니다."
     
    괜히 옆에서 한소리 했다 고참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나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엄포를 놓고 나니 후임의 상태가 평소때보단 나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청소시간 이었다. 청소를 끝내고 밀대걸레를 청소도구칸에 넣고 있는데 옆에서 그 후임이 열심히 손걸레를 빨고 있었다.
    화장실로 들어온 고참이 후임을 불렀다. 빨래에 열중하던 후임은 그 소리를 못들었는지 계속 빨래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빡친 고참이 후임을 다시 불렀다. 뒤늦게 자신을 부르는 걸 알아챈 후임이 고참을 바라봤다.
     
    "너 내가 뭐라그랬어?"
    "....."
    "내가 뭐라그랬냐고? 대답 안하냐?"
    "....."
     
    후임은 말이 없었다. 무슨말인지 되묻고 싶지만 고참이 전에 한 말 때문에 되묻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후임의 표정을 보니 아마 잘 못들었습니다. 라는 말을 대체할 단어를 찾고 있는게 분명했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표정의 후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뭐라고요?"
     
    나도 모르게 오.. 페이퍼 타올이 요기잉네. 라고 대답하고 싶어질 만큼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국말이었다.
     
    벙찐 표정의 고참은 말이 없었다. 내무실로 돌아간 고참은 조용히 자기 아래후임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무실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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