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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나오시는 것을 막으려는 라이프펜님의 간곡한(?) 뜻이 왜곡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대문으로 올립니다. 서프앙들께서는 라이프펜님의 이러한 뜻을 모든 네티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로 무한 펌질을 해주십시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현재 많은 시민 여러분이 평화로운 시위를 위한 이동 도중에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도 연행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법을 어기는 일을 자제해야겠습니다. 도로 교통법에 의하면 사람이 차로로 다니는 것은 분명히 불법입니다. 우리 도로 교통법을 자세히 공부해 보아요. 도로교통법상 오직 도로는 "차마(車馬)" 만이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럼 차마가 무엇인지 좀 볼까요?
제 2조 16항
"차마(차마)"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차와 우마를 말한다.
가. "차"라 함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나. "우마"라 함은 교통·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을 말한다.
흠…. 아……. 그렇군요.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돼요. 그러니까 사람은 안 되고 자전거는 도로로 다니는 것이 합법입니다. 도로 점거가 아닌 것이지요. 다만, 도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자전거 도로로 다녀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민 여러분은 굳이 도로를 무단 점거(?) 아니 도로를 다니고 싶으시면 자전거를 타십시오. 자전거를.
아 근데 여기서 잠깐 상상력 폭주~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온다면? 이라는 상당히 위험한 상상이 가능해지네요.
여성과 청소년 그리고 노약자들이 모인 청계광장은 본진(本陣) 입니다. 그리고 그 주위의 도로를 튼튼하고 건강한 남성들이 탄 수천 대의 자전거가 여러 개의 나누어진 별동대(別動隊)가 되어 몰려다닌다고 합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1) 이것이 합법이기 때문에 경찰이 곤란해집니다.
경찰은 법적으로 도로 위를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도로로 다니면 안 되지만 자전거는 도로로 다녀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 곳에서는 자전거 도로로)
그리고 설령 자전거에 탄 시민을 단속했다고 칩시다. 요즘 경찰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신체는 개 값으로 치르는 모양입니다만, 자전거는 엄연한 재산 물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법정이 최근 국민의 생명에 대한 피해보다 국민의 재산에 가해지는 피해를 살짝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의 손해는 가시적으로 눈에 보여서 판사들의 감정이입을 자극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경찰은 만약 자전거를 탄 시민을 체포한다면 시민과 그의 자전거를 함께 유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전거가 일절 손상되지 않도록 할 책임은 당연히 경찰에게 있습니다. 만약 자전거가 조금이라도 파손된 증거가 있다면 시민은 경찰을 고소할 수 있고 결국 경찰 개인이 물어내야 합니다.
사람은 유치장에 가두면 관리 끝이지만 한두 대도 아니고 수백 수천 대의 자전거를 손상 없이 경찰이 어떻게 보관할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정말 곤란하겠는데요! 체포도 불법이고 책임도 더 쎄지고! ^^
2) 시민의 전략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경찰은 곤란해집니다.
유사 이래로 전쟁은 기동력을 보유한 세력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적에게 강요하고, 적은 그 상황에 대응하기 급급하다가 무너졌습니다. 즉 이길 수 있는 전쟁터에서 이기는 상황을 선택하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힘은 기동력입니다.
만약 자전거 부대가 (합법적으로) 도로를 질주하는 전략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경찰은 따라가야 합니까? 따라가지 말아야 합니까? 시위대를 차단하는 경찰력은 주로 시민을 두들겨 패는 방패와 진압복을 입은 전투경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투경찰이 도보로 장비를 든 채 자전거 부대를 쫓아갈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더위에 체력은 금방 바닥나고 말 것입니다. 경찰이 쓸 수 있는 것은 같은 기동력을 가진 오토바이를 내보내는 것인데, 폭주족 단속도 제대로 한번 하려면 지방에서 지원을 얻어야 하는 것이 경찰의 현실입니다. 더구나 자전거들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면 오토바이로 쫓아가서 일일이 어떻게 잡겠습니까?
또 예를 들어 그렇게 주위를 싸돌아 다니던 자전거 별동대가 경찰을 포위하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고 칩시다. 전투경찰은 본진을 바라보고 대항해 서 있는 진형인데, 등 뒤로 수천 대의 자전거 부대가 출현한다면, 오히려 경찰이 포위되는 꼴이 됩니다. 경찰이 시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경찰을 가두는 형국이 됩니다.
3) 경찰력을 과도하게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은 곤란해집니다.
과거 어떤 정권이든 시위대가 청와대까지 진입하는 것만은 결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습니다. 도로로 이동하는 시위대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경찰은 그 전진 경로를 차단해 왔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부대는 기동력이 있습니다. 자전거 부대가 어떤 골목 어떤 지름길을 이용해서 청와대로 가는 길에 출현할지 경찰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이 한번이라도 생긴다면 지휘선 상에 있는 고위 경찰관들이 심하게 질책당할 것입니다.
자전거 별동대가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시점에서 경찰은 청와대로 접근하는 모든 길을 언제든지 봉쇄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략적으로 말하자면 적의 위치를 모르므로 경찰은 최전선에 배치할 전경부대를 빼서 예비대를 충분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당연히 경찰은 본진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밖에 없고, 본진의 촛불문화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해 집니다.
4) 자전거는 동조자를 확산하기 때문에 경찰은 곤란해집니다.
기동력을 가진 자전거 부대가 본진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청계광장으로 모여달라고 홍보하기 시작하면 본진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입니다. 퇴근길에 한두 시간 정도 들렀다 가겠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도록 자전거 별동대는 홍보할 것입니다.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 중에 촛불문화제를 알리는 티셔츠나 장치물을 부착한 자전거 별동대가 나타나면 경찰은 이제 24시간 책임져야 합니다.
5) 자전거는 평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경찰은 곤란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나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김훈의 글입니다. 고유가 시대 우리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운하라고 하는 환경파괴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민들이 친환경적인 자전거를 타고 하는 시위 아니 합법적인 도로 주행을 다수의 국민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할지는 여론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꼭 이러시는 분들 있다니까. 틀림없이 이 글을 읽고 어 그렇다면! 하고 엉뚱한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당신 '나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죠?
저는 호소합니다.
시민 여러분. 특히 하체 튼튼한 남성 여러분.
여러분에게 건강한 에너지가 모여 있음을 잘 압니다. 좀 달려야겠다, 달리고 싶다는 에너지가 충만한 여러분의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절대 결코 무조건 타고 나오지 마십시오. 자전거 별동대는 진짜 정말 곤란합니다. 자전거가 어디로 갈지 제가 압니까? 여러분이 압니까? 여의도 공원에 모여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척 하다가 갑자기 국회를 빙빙 돌며 포위 방문할 수도 있고, 지하철로 이동해 느닷없이 소망교회를 포위 관광할 수도 있는 게 자전거 별동대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란 말입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합법입니다. 하지만, 경찰이 정말 곤란해지니까 부디 그러지 마십시오. 나랑 약속? 꼭?
※ 서울시의 인도가 명목상 "자전거도로"라고 알려주신 분이 있어서, 추가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경찰관 나으리들이 이 구간은 인도가 자동차도로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면 그곳은 인도로 다니시면 됩니다. ^^. 하지만, 여러분은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시지 않으실 줄로 압니다.
ⓒ 라이프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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