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게이머·IT 프로그래머 등
근로계약서도 없이 고된 일 허다
정부선 "꿈꾸라"며 사실상 방치
열정 노동자들 정체성 자각 필요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3500원
영화인, 프로게이머, 정보기술 프로그래머, 큐레이터, 파티시에, 소믈리에, 네일아티스트. 열정으로 일하는 직업군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취미와 일의 경계 없이 일하는 '행복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꺼풀 들여다보면 '좋아서 한다'라는 이유로 저임금에다 장시간 노동이 정당화되는 곳이다. 이 책은 꿈을 착취당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보고서다. 이름하여 '열정 노동자'.
"근로계약서 써본 적 없어요. 저는 이 업계에서 조금 유명한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거든요. 사장은 돈 안 받고도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전혀 미안해하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울컥했습니다. 이 업계에서는 항상 경력이 있어야 다른 곳에서 인정해 주니 돈보다는 경력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하죠. 그런 식으로 부려먹는 거예요." 소믈리에로 일하는 한 청년의 말은 열정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프로게이머 연봉은 1군의 경우 적으면 500만원, 평균적으로 1000만~2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년 365일 24시간 합숙한다. 코치들의 감시 아래 하루 12~16시간 게임을 한다. 일주일 경기가 끝날 때마다 하루 반 정도 쉴 수 있을 뿐이다. 일년 중 리그가 없는 기간은 단 한달뿐. 그나마 수명은 평균 5년. 남는 것은 손목터널증후군, 목·허리 디스크다.
이들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이른바 '이해찬 총리 세대'들이다. 당시 대학들이 앞다퉈 만든 애니메이션학과, 게임학과, 영화과를 나왔고 다음 세대를 이끌 '문화콘텐츠 기술' 전공자들이다, '신지식인'이다 뭐다 해서 잔뜩 고무됐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제빵왕 김탁구> 등에서 '연애도 하고 일도 하는' 것으로 미화된 젊은이들이다. 그 상당수가 '88만원 세대'다.
외환위기 이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은 넘을 수 없이 넓어졌다. 정부에서 해주는 것은 사실상 없다. 열정노동자 예비군을 향해 텔레비전 공익광고는 정부를 대신해 말한다. "박지성은 평발이었다. 강수진은 연습벌레였다. 안철수는 평범한 의대생이었다. 용기, 패기, 혈기, 호기, 끈기가 젊음의 5기다. 꿈꿔라 청춘아. 힘내라 청춘아. 너희의 큰 꿈을 활짝 펼쳐라."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을 내세워 허황한 꿈을 부추긴다. 기성세대들은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한술 더 떠 미치라고 한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어려울수록 기본에 미쳐라>. 정부의 배려를 굳이 꼽자면 학자금 대출이다. "등록금 걱정 말고 취업준비나 열심히 하세요." 마이너스 수천만원 통장을 쥐고 사회에 첫발을 디디게 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연체료에다 신용불량자가 된다. 그래서 나온 또다른 혜택이 '취업 후 상환'이다.
결과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인디음악가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책을 읽고 나면 답답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열정 노동의 원인과 실태를 들려주지만 답까지는 제시 못한다. 지은이들은 열정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자임을 자각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사회를 향해서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던진다.
"워킹 푸어에 해당하는 빈곤층, 차상위 계층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 막차에 잘못 탑승하여 하우스 푸어라 불리게 된 수백만 가구의 중간층까지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잃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체제에서 들려오는 자기계발 신화들은 '극소수의' 노력을 통한 성공을 기정사실화합니다.
그로 인해 나머지 수많은 열정노동자들의 '워킹 푸어'는 그들의 노력과 능력부족 탓으로 돌리게 되죠.
실제로도 영화인, 프로게이머, 그외에도 많은 예술업종 종사자들 혹은 비인기직업군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갈등하는 많은 청년들의 고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