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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08군번으로 강원도 12사단에서 근무했던 잉여입니다.
암튼, 군생활중 기억나는 사건 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여친은 없으므로 음슴체!
그때가 대략 한겨울, 제가 일병 중간정도를 달리고 있을때로 기억함.
다른 사람보다 휴가를 한장 더 받은 덕분에 (교육우수로 인한 포상) 4박 5일 휴가를 보내고, 간만에 타로카드나 만져볼까...
하는 생각에 군대에 반입했음.
사실 타로카드가 도박용으로 쓰일리는 전혀 없기 때문에 허가받기도 편했고, 나름 고참들 운세도 봐주면서 이쁨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
....근데 왠일인지 내가 있는 소대보다 다른소대 (중대는 같음) 고참 / 후임들의 러브콜을 더 많이 받았던건 왜인지 모름.
아무튼 그날도 여김없이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데 다른소대 이등병후임 하나가 얼굴이 납빛이 되어 나타남.
편의상 그 친구를 A라 하겠음. (근데 후임이 나보다 3~4살인가 많았던 걸로 기억... 으잌ㅋㅋㅋ 아저앀ㅋㅋ)
그리고 나님의 사생활노출방지와 개인정보유출방지를 위해 ~~라고 하겠음.
A : "~~일병님, 저도 타로카드좀 봐주시면 안됩니까?"
나님 : "봐줄순 있는데 너님 표정이 왜그러냐?"
A : "좀 걱정되는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ㅠ"
.... 근데 이게 보통 걱정되는 일이 아닌가봄.
이놈이 100일휴가가기 이제 이틀전인데 (운좋게 월요일날 출발. 좋겠다) 얼굴빛이 밝지 않은걸 봐서 타로카드를 보기 위한 전략은
아닌듯 했음.
아무튼 항시 "나는 관대하다" 를 외쳤던 나님인 만큼, 성실성의껏 봐주기로 함 (사실 이때 타로카드를 그닥 신용치 않은 많은 고참이 있어
신용도에 대한 의혹을 많이 받아옴)
근데 결과가 영 신통치 않음. 분명 긍정적인 패가 나오긴 했는데 선택에 따라 파탄되거나 성공하거나.... 라는 좀 극단적인 해결책이 나옴.
나님이 쓰는 카드덱은 페이카드라고, 굉장히 긍정적인 카드인지라 (부정적인 덱도 있는데 고참들 봐줄때 부정적으로 말하면 털릴까봐
일부로 타로카드계의 노홍철을 들고감) 나님도 적잖이 당황함.
그래도 거짓말은 할수 없는거고, 대신 여러가지 감각을 동원(?)해서 좋게좋게 이야기 해줌.
나님 : "일단 상황 자체가 나쁜상황은 아니다. 근데 좀 애매한게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져. 아마 그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부분
이 문제인듯한데, 뒤에 나오는 카드의 성격을 봐서는 그 원인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크게 결정될것 같다. 근데 원인을 알기는 그리 쉽
지 않을거야. 그 일이 정말 중요한일이면, 거기에 올인해서라도 꼭 원일을 알고 해결짓기 바란다"
A : "........ 알겠습니다"
그리고 늘상 그렇듯, 호기심 왕성한 이등별님들과 지루함을 파.괘. 하고 싶은 말년병장님을 보면서 적지않은 수입 (이등병은 공짜, 일병부턴
봐주는데 커피믹스 하나 혹은 버디언 한캔 정도로 가격이 매겨져 있음... 근데 이 룰은 소대마다 달랐는데, 알고보니 해당 소대 최고참이
주말마다 불려다니면서 점봐주는 내가 불쌍하다 여겨졌나 봄... 나님은 재밌었는데... 그리고 버디언 마시쪙.)을 올리면서 그 일에 대해선
차차 잊어가고 있었음.
그리고 다음주 토요일 오전에 아침식사후 취침을 하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서둘러서 깨움.
?? : "~~일병님! ~~일병님!"
나님 : .... 어 너 휴가 복귀 했냐?
...그렇슴. 바로 A 였음. 솔직히 당시엔 이자식이 미쳤나, 자고 있는 타소대 고참을 깨우고 난리야 생각했었는데 이놈 표정이 완전 좋아짐을
보고는 괘씸함보다는 궁금증이 앞섰음.
A : "ㅋㅋㅋㅋㅋㅋ ~~일병님 완전 감사합니다"
나님 :" ...? 뭔소리여 갑자기"
A : "전에 봐주신 카드점.... 대박입니다 ㅋㅋㅋ"
나님 : "??? 야 일단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지금 울소대 고참들 다 주무신다"
일단 다른고참들 잠을 깨웠다간 즉결처분이 내려질것 같아 실실 웃고 있는 이놈아를 끌고 나옴.
근데 이놈 행색이 조금 이상함. 평소엔 그렇게 가깝게 지낸놈이 아닌데 밖으로 끌고나오자 마자 자판기에 동전 넣더니 커피 + 우유를 뽑아
카페라떼까지 만들어주고 있음 -_-;
나님 : "뭔일인데 실없이 웃엌ㅋㅋㅋ 뭔데?"
A : " 그러니까 말입니다..."
알고보니 꽤나 서프라이즈 한 일이었음.
위에서 언급했듯, A는 나이가 나보다 4살정도 많았던 25세 였음. 스포츠관련 직종을 갖고 있엇고, 나름 능력도 있었음.
아무튼 그런 A가 몇년간 사귀었던 여친을 놔두고 군대간다니 아주 폭풍 눈물이었나 봄. 걱정도 되고, 2년간 기다리는게 힘들것이고...
아무튼 그럭저럭 지내다가 휴가나오기 몇일전에 여자쪽에서 이별을 권하는 전화를 함. 근데 자꾸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게 보였나 봄.
걱정된 A는 휴가기간동안 여친을 만나 대체 왜 헤어지자는 건지 이야기 하던도중, 중간중간 성질이 나긴 했지만 카드점 결과가 마음에
걸려 끈질기게 그 이유를 물어봤었음. 몇시간의 설득끝에 여자쪽에서 말을 꺼냈음.
자기와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자기가 A를 2년간 기다려도 되는거냐고... 자기 버리고 다른여자 만나고 그러지 않을거냐고...
그러면서 폭풍 울었다고 함.
진심으로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있었던 A는 당장에 부모님을 찾아가 2년만 기다려달라고, 지금은 군인인 몸이지만 제대하면 곧장 식
올리고 정식으로 부부가 되겠다고 설득했음. 그리고 밝혀진 사실 하나...
그녀는 지금 뱃속에 A의 아이를 임신중이었음....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녀는 A를 분명 사랑하긴 하는데, A가 군인인지라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섣불리 꺼내기 힘들어했고 혼자 어떻게 하나 궁리하다
우울증 직전까지 이르었을때 A에게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꺼낸것이었음...
이러한 사실을 들은 A는 그녀와 혼인을 약속하고, 내친김에 결혼반지도 미리 맞추어 선물했다고 함.
그리고 타로카드 안봤으면 그녀를 놓쳤을지도 몰랐을 거라고 탄복한 A는 나님에게 몇번이고 감사함을 표했고,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소식을 들음.
.... 마무리는 어떻게 하지...;;;
아 그리고 나님은 군제대 이후로 여친이 음슴. 이상 끄읕!
PS. .... 고마우면 PX에서 냉동이라도 사지..... 나 냉동 잘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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