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언제나 내게 있어서 무한한 애정 그 자체이다. 기존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초입은 늘 긴장감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새로운 세계는 주인공을 타자화시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를 주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감독이다. 늘 타자화시키고 다시 그 세계의 희망적인 대안을 찾는 사람이다. 호소다 마모루 작품의 모티브는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꼭꼭 챙겨보는 영화들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썸머워즈처럼 나의 가치관을 언제나 견실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나 할까.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흰수염고래가 살고 있다. 언제 어디고 나를 잠식시킬 수 있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날 강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내 안에 양면성을 띤 어떤 존재가 있다. 여기서는 어둠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여기에서 어둠이 꼭 나쁜의미로 쓰이진 않은 것 같다. 그 어둠을 이겨내는데 대단한 사람들이 필요치 않다. 호소다 마모루가 말하는 평범함 속에 거대한 힘. 나 또한 그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