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남편은 내게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고 사랑하시는지를 늘 나에게 이야기 했었다. 배운건 없으시고 장애도 가지고 있으시지만 좋은 분이라고, 자기 엄마같은 사람은 없다고 했었다.
결혼하고 본 시어머니는 극성적일 정도로 자식을 챙기는 분이셨다. 어머니 아들만 챙기는 분은 아니시고 나또한 자식으로 생각하셔서 챙겨주시는 그런 분. 농사를 지으시다보니 먹거리는 늘 넘칠 정도로 챙겨주시는데 이걸 우리가 다 못 먹으니 문제지...
멀리 살때는 문제가 없었다. 주셔도 못 먹어내면 버리면 그만이고 남편도 동의 했으니까. 둘이 하루에 한끼 먹는데 챙겨주시는 채소류는 빨리 상하니까.
가까이 살기 시작하고부터 문제가 생겼다. 같은 집이니 어머니는 매일매일 더 챙겨주시는데 다 못먹을 양을 매일 갖다주시고, 저녁준비하고있음 외식하러 가자고 들이닥치셔서(아버님은 왕따시키심) 준비하던 식재료 못쓰게 된 것도 몇번있다.
그 착한 시어머니에게 마음이 닫힌건 몇 가지 일 때문이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집을 짓기로해서 혼수는 새집에 넣는다고 미뤄놨다 집짓기가 무산되고 다시 대구로와 살게될 집에 넣게되어 중간에 몇 달이 떴는데 어머니는 나에게 혼수를 하나도 안 해왔다고 몇 번 이야기 하셨다. 처음에는 웃으며 이사가면 다 할거예요~ 했는데 그게 몇 번이 되고 남편이 듣는데서까지 그 말을 하니 점점 기분이 안좋아지더라. 남편도 이사가면 할거라고 설명드렸지만 내 기분은 이미 안 좋아져 그날 밤까지 기분이 많이 다운되어있었고 어머니가 이런 말을 몇번이나해서 매우 기분이 안 좋다고 남편에게 털어놨었다. 해결은 혼수가 들어와야되는거니 그저 남편의 토닥임이 전부일수 밖에.. 또 다른 일은 까망이 사건. 고모부의 지인이 키우다 못 키우게 된 개를 시댁에 드리기로 아버님과 이야기를 마친 상태에서 개가져가라는 연락을 남편이 일요일 아침에 받아 영문도 모르고 개를 받아왔는데 그 때부터 어머니는 우리를 볼 때마다 개(까망이)로 뭐라 하셨다. 이미 개가 2마리인 우리는 까망이까지 감당하긴 힘들다고 생각했고 고모부께 자초지종을 들은 후 어머니께 설명 드렸지만 이해를 못하시는건지 하지않으건지 일주일을 우리에게 개를 왜 받아왔느냐며 이야기를 하셨다. 설명을 드리다 드리다 지친 나는 욱해서 어머니께 큰소리가 나갔고, 그 일로 어머니도 상처받고 나도 상처받았다는게 결론이다. 또 다른건 너무 극성맞다는것. 본인이 하신 음식이 제일 맛있고, 같은 일을 같은 방법으로 해도 타인인 한 것은 옳지않고, 해결이 된 일도 자꾸 하라하시고....
새집은 시댁 근처이고, 아기 때문에 공사 중이나 가전이나 가구가 들어올때 못 와본 나는 그리 바가지 긁던 어머니가 그걸 보고 어떤 반응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양문형 냉장고를 보고 별로다라고는 하시더라. 어머니는 어디가 냉동이고 냉장인지는 모르시고 어머니 기준 상단은 어디고간에 냉동, 하단은 냉장이라 얼어야 하는게 얼지않고 얼지않아야 하는게 어는 냉장고는 별로일수 밖에..
아무튼 이사하고 일주일인데 어머니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우리집에 오셔서 뭔가를 주고 가신다. 아기와 침대에 누워 젖먹이며 재우고 있을때마다 오시는 타이밍은 정말 최고☆ 갖다 주시는 것도 우리를 생각하시며 주시는거지만 어제 오늘처럼 냉장고안에 막집어넣고 가시는게 제일 싫다. 나는 냉장고 냄새가 싫다. 냉동실에 뭔가를 넣으면 모든 식재료에 끼얹어지는 음식냄새. 냉장실에 베어있는 김치냄새. 특히 김치류를 못 먹는 나에게 김치냄새는 세상에서 제일 역한 냄새중에 하나인데 내가 밤새 아기에게 시달려 아기 잘 때 같이 잠들었는데 오셔서는 냉장실엔 김치를 무방비로 집어넣어 놓으시고, 냉장실엔 한꺼풀만 입은 채소류를 넣어놓고 가셨다. 한꺼풀만 입고 냉동되면 냉장고 냄새가 유발되는데 그리 들어가있고, 데친 채소는 물이 제거되지 않아 얼음덩이가 되어 선반채로 얼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경질이 났다. 냉장고는 비어있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나인데, 내 냉장고가 내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채워지는 것이 너무 싫다.
어머니가 베풀어주시는 것들이 이젠 다 부담스럽고 싫다.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런생각 하지말라고 하시더라. 지금은 어떤 호의를 베풀어도 상대방이 좋아할 정도만 하는게 최고인데 어머니는 너무 어머니식 대로 모든 호의를 베푸신다. 그게 부담스러운거고 내가 감당할수 없는 수준이라 싫은거다.
남편에게 넌지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가 매일 오시는거겠지? 했더니 농사가 바빠지면 못 모실거라 하며 잠깐 오시다 가시는것도 싫냐더라. 자꾸 뭘 갖다주셔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어머니가 요즘 아버님이랑 사이가 안좋으셔서 집에 정을 못붙여 다니시는거니 좀 이해하라는 식으로 남편이 덧붙였다.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싶다가도 원래 나는 못 돼 쳐먹었다.
살다보니 못된 성격으로 살기엔 너무 피곤해서 왠만하면 둥글게 살려고 노력을 하는데 한 번 싫어지면 한도 끝도 없이 싫어지고 내 것은 내가 마음에 들게끔 되어있어야 하는 내 성격이 다시 슬슬 고개를 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