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자는 남자보다 집안일에 더 능숙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많죠? 심지어 40대 분들까지도 있을거에요.
그런 분들의 자녀들은 그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일단 저희집 얘기해볼게요. 저희 집은 엄마가 가장역할을 하셨어요. 당연히 주부로서의 일도 많이 하시고요. 아버지는 육아는 많이, 집안일은 종종 도와주셨다고해요. 설거지, 바닥쓸고 닦기 같은 것들 위주로요.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니까 엄마가 집에 와서 이런 기본적인 집안일로 힘들어하는 게 싫으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힘들다는 건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돈을 못 벌기 때문이라고 느끼셨던 게 아닐까..싶어요.
어쨌든 저와 오빠는 이런 환경에서 초등학교때부터 설거지나 빨래 널고 개는 것 같은 집안일을 아버지따라 자연스레 도왔어요. 아버지는 항상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고 돌아오셔서 이런 것까지 하셔야겠냐.'' ''이건 의리다. 가족 간에 의리.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한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저희한테 집안일을 많이 해보게 하셨어요. 우린 잘 못하니까 대부분 아버지가 다시하셨지만 혼내지는 않으셨어요. 익숙해지니까 곧잘 하게되었지요.
저희 오빤 그 흔하다는 자취한번 안 해보고 결혼했는데 자취 3년 4년씩 해본 아는 남자인 친구들 보다 (때론 여자애들보다 )더 '집안일이 얼마나 귀찮고 성가시고 손 많이 가는 일인지' 알고있더라고요.
근데 많은 남성분들은 이런 경험이 없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중학교때 남자애들과 얘기하며 컬쳐쇼크를 받았었죠;; 빨래 돌리는 법, 설거지 단계, 옷장 정리 등등 의외로 저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르더라고요. 이건 여자애들도 엇비슷했어요. 아는애들 반 모르는 애들 반.. 저보다 더 잘하고 많이 아는 애들 몇... 근데 요상하게도 대학가니까 여자애들 대부분이 이런 건 기본상식으로 깔고 있더라고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건지;
이렇게 가정교육에서 집안일은 여자한테 초점이 맞춰진채로 아들들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죠. 끽해야 ''아들 나중에 이런 거 잘해야 아내한테 사랑받는다! '' 하면서 받아든 쓰레기봉투 정도가 다 아닐까요?
그러다보니 자취해서도 솔직히 제 주변 남사친들은 좀 엉성하게 살게 되는 것같더라고요. 가스렌지에 음식물은 말라붙어있고 후앙에는 기름때, 뭐 먹다 튀었는지 주방하부장은 얼룩이 져있고... 놀러갔다가 혼자 청소하고 온 날도 있었어요. 그 때 그 친구 감상이 ''엄마 왔다 간 기분이야'' 였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처음 자취하는 한달동안 옷에서 냄새가 나서 물어보니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널어야하는 걸 몰라서 꾸깃꾸깃한 채로 빨래를 널어 냄새가 나던거라는 걸 제가 말해줘서 알게 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가정교육에서 집안일은 주부의 것 어머니의 것 여자의 것이었던 게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의외로 잠재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아주 강력하곤 하잖아요 남자들도 군대갔을 때, 학교에서 선배한테, 회사에서 등등 눈치 볼 줄 알고 분위기 파악할 줄 아는데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지식의 농도가 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는거죠...
주절주절 말이 길었는데
저는 그래서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집안일만큼은 자주 돕게 하려고해요. 저희 아버지가 저희의 엉성한 설거지 후에 묵묵히 다시 설거지를 하시면서 칭찬해주셨던 것도 잊지않고요.
이러다보면 남녀구분없이 '가족을 위한 의리의 집안일 상식'을 키우게 되고, 동반자와 살 때 갈등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ㅡ 적다보니 생각한 건데 요증애들은 남자고 여자고 집안일에서 멀겠군요!? 공부하느라 바쁘니...아아... 그럼 남녀모두 집안일 레벨 1일 때는 어떻게 대화해야하는지 가정교육이 또 필요한건지...@-@